【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후쿠야마 중앙병원 오모리 다카시 원장】
건강을 위해 먹을거리에도 신경을 쓰고, 운동도 꼬박꼬박하고 있는 당신. 그렇다면 혹시 샴푸나 세제, 각종 화장품 등도 꼼꼼하게 따져가며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뭐, 그런 것까지 신경 써?’라고 생각한다면, 이번 글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길 바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생활용품들의 화학물질들이 피부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그 독성이 우리 몸을 어떻게 초토화시키는지 알아본다.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독, 경피독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용어인 ‘경피독’은 말 그대로 피부를 통해 체내에 침투하는 독소를 의미한다. 일본 후쿠야마 중앙병원 오모리 다카시 원장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세제와 치약, 샴푸 등의 생활용품들은 유해화학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며 “화장품의 영양분이 피부로 흡수될 때 똑같이 유해화학물질도 함께 흡수된다.”고 경고한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살균ㆍ방부제 역할을 하는 안식향산나트륨, 파라벤, 오르토페닐페놀 ▶산화방지제 역할을 하는 에틸렌다이아민테트라아세트산, 뷰틸하이드록시아니솔 ▶유화ㆍ습윤제로 쓰이는 디에탄올아민, 프로필렌글리콜 ▶자외선차단제로 쓰이는 벤조페논, 우로가닌산에틸 ▶착색제인 타르색소 ▶염모제인 파라페닐렌디아민 ▶형광증백제가 들어간 세제 등 화학물질은 무궁무진하다.
경피독의 흡수를 촉진하는 합성계면활성제
피부를 통해 체내로 침투하는 경피독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계면활성제의 독성이다.
계면활성제는 원래 물과 기름을 융합시키는 물질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면서 세정 효과, 유화작용, 정전기 방지, 살균 등의 많은 작용을 하게 된다. 이 계면활성제 중 석유를 원료로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합성계면활성제다.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공정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현재는 수백 가지나 되는 합성계면활성제가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다. 합성계면활성제를 주원료로 하는 세제가 합성세제이며, 섬유유연제, 샴푸, 린스, 화장품 등에도 합성계면활성제는 이용된다.
대부분의 합성화학물질은 분자량이 작고 지용성이어서 비교적 쉽게 피부에 흡수된다. 피부 뿐 아니라 세포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차단 기능이 있어 분자량이 500 이상인 커다란 물질은 들어오지 못하지만, 합성계면활성제인 프로필렌글리콜의 분자량은 76.1, 라우릴황산나트륨의 분자량은 288.4로 매우 작다. 따라서 형상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세포막이나 세포 틈새로 들어오게 된다.
세포는 정상적으로 주기를 반복하면서 표면에 튼튼한 각질층을 쌓아 피부 차단벽을 만든다. 하지만 피부를 문지르거나 특정 성분으로 인해 각질이 얇아진다면 피부의 차단기능은 약해진다. 때문에 피부 알레르기가 있거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유해물질이 들어오기 더 쉽다.
특히 유해화학물질이 피부로 들어오기 쉬운 곳은 피부가 얇은 부위들이다. 머리, 이마, 턱, 겨드랑이, 성기 등 피부가 얇은 부분은 차단구조도 얇기 때문에 피부로 흡수되기 쉽다. 또한 입속은 점막에 차단구조가 없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쉽게 들어오며 흡수율 또한 높다.
오모리 다카시 원장은 “팔 안쪽을 1이라는 기준으로 잡았을 때, 다른 부위들의 흡수율은 이마는 6배, 두피는 3.5배, 턱은 13배, 겨드랑이는 3.6배, 등은 17배, 성기는 42배에 달하지만 손바닥은 0.83배, 뒤꿈치는 0.14배 정도에 그친다.”고 말한다.
이렇게 침투한 유해화학물질의 독성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두피에는 샴푸나 발모제가, 얼굴에는 화장품이, 겨드랑이는 데오도란트(땀 억제제)의 독성이 침투한다. 또 구강 내 점막에는 치약이나 구강청정제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해화학물질의 독성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기 쉬운 피부가 얇은 곳에는 되도록 유해화학물질이 들어 있지 않는 제품을 쓰는 것이 좋다.
그림 넣기–VOL.46 46059번 넣기
한 번 들어온 경피독 90% 몸속에 남아
경피독은 입을 통해 들어오는 독소와는 이동경로가 다르다. 피부로 들어온 유해물질은 일단 오랜 시간에 걸쳐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온다. 그리고 혈액으로 흘러들어가 천천히 몸 밖으로 빠져 나간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일부는 피부 아래 지방조직 등으로 보내진 후 지방 속에 남아 몸 바깥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물론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유해화학물질은 그 양이 미비하다. 하지만 한 번 들어오면 배출이 어렵고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축척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동물실험에서 얻은 수치에 의하면 피부를 통해 들어온 유해화학물질의 10% 정도만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피부로 들어온 화학물질이 지방까지는 다다랐지만, 지방 조직에서 혈액 속으로 들어가서 배출되지 않고 거기 그대로 쌓이는 것이다.
유해물질과 이별하는 법
생활용품의 상당수가 유해화학물질로 만들어지다 보니 멀리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경피독은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미로와 같아 막연히 불안할 수도 있다.
개인에 따라 피부 표면의 차단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피부 속으로 들어오는 독소량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최대한 유해물질의 독성이 내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피독의 유입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1. 건강한 피부는 필수!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유해화학물질이 닿아도 우리 피부 속으로 흡수되지 못한다. 평소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부실한 식단, 영양불량 등을 조심하자. 모두 피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2. 화장품, 샴푸, 린스를 직접 만들어 써보자.
치약이나 구강청정제에 첨가되는 안식향산나트륨, 샴푸?린스?화장품 등에 배합되는 파라벤, 화장품의 방부제로 널리 쓰이는 디에탄올아민, 화장품 유화제인 프로필렌글리콜, 자외선 차단 성분인 벤조페논이나 우로카닌산에틸 등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다양한 생활용품에 화학물질은 들어 있다. 따라서 되도록 이런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는 제품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직접 만들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 못할 때는 화학물질들이 최소한으로 들어 있는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3. 피부의 해독기능을 높이자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흡수기관인 동시에 해독기관이다. 피부를 통해 침투한 독성물질은 피부의 해독기능을 높임으로써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일례로 냉, 온습포를 교대로 사용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 진흙도 좋은 재료다. 거즈에 묻혀 피부에 하루 정도 붙여 놓으면 된다.
4. 하루 8컵 이상 물을 마시자
피부의 독성물질을 해독시키는 데도 하루 최소 8컵의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다. 물론 물은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 이온화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민들레 등을 달여 마시면 피부 해독에 좋다. 오모리 다카시 원장은 “몸속에 쌓여 있는 유해물질을 내보내면 우리 몸이 본래 가지고 있는 면역 기능이나 자기 치유력도 함께 회복된다.”고 말한다.
오모리 다카시 원장은 규슈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히로시마현 후쿠야마 중앙병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톡스요법으로 난치병 치료에 앞장서고 있으며, 저서로는 <음식독보다 더 무서운 경피독, 삼호미디어>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