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정재림 교수】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는 양보해야 하는 것이 세상이 이치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크기가 작은 휴대용 IT기기와 3D 영상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편리한 휴대성과 화려한 볼거리를 주는 대신 우리의 소중한 눈 건강을 조금씩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며 살기는 좀 억울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3D 영상을 즐기면서도 눈 건강을 챙기는 방법을 알아본다.
PART 1. 손에 착! 스마트폰서 눈 건강 지키기
스마트폰 바람이 거세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2009년 가을, 스마트폰 가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로 급격하게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작은 책만 한 크기의 태블릿 PC도 인기다. 전파를 이용한 통신망의 발달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인터넷 사용이 점점 일상처럼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커지고 있는 소리가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특히 작은 모니터를 통해 화면을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정재림 교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장시간 이용하면 안구건조증과 노안이 심해질 수 있다.”며 “이런 기기들을 사용하기에 앞서 눈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메말라가는 눈, 촉촉하게 하려면…
뭔가를 집중하며 볼 때는 눈이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든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화면을 집중해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3초에 한 번씩 눈을 깜박이지만 이때는 10~12초에 한 번 눈을 깜박이게 된다. 이렇게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눈물의 증발이 빨라져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시선을 한곳에 오래 고정하면 초점을 맞추는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눈이 쉽게 지치고 건조해진다. 심하면 충혈이 되기도 한다.
정재림 교수는 “눈이 뻑뻑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1분에 20번은 깜박여야 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할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박여야 안구건조증을 예방할 수 있다. 눈이 건조하면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따뜻한 수건을 이용해 온찜질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눈꺼풀 마사지를 하거나 공기가 건조한 겨울철에는 가습기를 틀어주는 것이 좋다.
정재림 교수는 “오메가 3, 블루베리,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으면 안구건조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건조하다고 손으로 눈을 비비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화면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이용했다면 틈틈이 눈을 쉬게 해준다. 또 가까운 곳을 오래 바라봤으므로 쉴 때는 멀리 있는 것을 봐준다. 창문을 열어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을 바라보면 된다.
▶침침해지는 눈, 보호하려면…
우리 눈은 가까이 있는 것을 볼 때 수정체가 두꺼워진다. 그런데 노화 현상으로 인해 말랑말랑하던 수정체가 딱딱해지면 두꺼워지기 어려워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것이 40대부터 생기는 노안이다. 정재림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화면으로 작은 글씨를 가까이 보면 노안이 더 빨리 올 수도 있고,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만약 노안이 왔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돋보기를 써서 눈을 보호해야 한다. 가까운 곳이 잘 안 보이고 초점이 안 맞는 상태에서 보려고 안간힘을 쓰면 눈은 더 피로해진다. 정재림 교수는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며 “필요할 때는 안경을 써야 눈의 피로를 줄여서 눈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눈 건강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
청소년은 스마트폰 화면을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보면 근시가 빨리 올 수 있다. 적어도 눈에서 40cm 떨어져서 화면을 본다. 같은 해상도라면 화면은 가능하면 큰 것을 선택한다. 단 화면이 작은데 해상도만 너무 높이면 글씨가 작아져서 눈이 더 피곤할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글씨도 크게 조절해서 봐야 눈이 덜 피곤하다.
PART 2. 화려한 볼거리 3D로부터 눈 건강 지키기
입체감이 살아 있는 3차원 3D 영상은 영화, TV,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생한 현실감을 앞세운 3D영화들이 앞다투어 개봉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극장으로 발길이 몰리고 있다.
이렇게 3D 영화를 즐겨 봐도 눈에는 아무 영향이 없을까? 정재림 교수는 “3D 영상을 오래 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초점이 바뀌지 않는 일반적인 2D 영상을 볼 때는 안구를 움직이는 외안근만 움직이면 된다. 그러나 초점이 계속 바뀌는 3D 영상을 볼 때는 움직임이 훨씬 복잡해진다.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모양체 근육 및 홍채근이 수축, 이완을 반복하면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초점이 자주 바뀌면 눈의 피로가 심해지고 심하면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6세 이하의 어린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3D 영상을 오랫동안 보면 정상적인 시력 발달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림 교수는 “카메라를 눈에 비유하면 일반적인 2D 영상은 일정한 거리의 영상을 촬영하는 것과 같고, 3D 영상을 보는 것은 계속 줌 기능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며 “줌 기능을 사용하면 카메라의 배터리도 빨리 닳고 수명도 짧아지는 것처럼 우리 눈도 쉽게 지친다.”고 설명한다. 노안 때문에 초점을 잘 맞추기 어렵다면 똑같이 3D 영상을 봐도 눈이 더 피곤하다.
따라서 3D 영상은 가능하면 보지 않는 것이 눈 건강에는 좋다. 보더라도 잠깐 보고 눈을 잘 쉬어주어야 한다. 정재림 교수는 “3D 영상을 30분~1시간 시청한 후엔 눈을 감고 있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등 10분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TIP.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 4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9%가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 생각한 적 있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스마트폰의 매력이 아닌 마력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
스마트폰 중독에서 해방되려면 스마트폰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이 있으면 메신저나 메시지를 이용하지 말고 직접 가서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범위와 시간을 정해 놓고 지키도록 노력한다. 또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고 가방이나 서랍에 넣어두면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재림 교수는 연세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전임의를 거쳤다. Keio University Hospital, Tokyo Dental College 각막센터를 연수하고 현재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