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생각을 바꾸면 당뇨병 이길 수 있습니다!”
내가 당뇨병에 걸렸다???!!! 당뇨병이란 세 글자를 듣는 순간부터 절망이 밀려올 것이다. 당뇨병 때문에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하기 싫은 운동을 해야 하고, 평생 합병증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에 걸리면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의 가족들도 예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 답은 김광원 교수의 ‘생각 바꾸기 치료법’에 있다.
당뇨병은 생활이다!?
우리가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일, 또는 할 일을 떠올려 보자. 먹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고, 쉬고(자고)…. 우리가 하는 일을 나누면 대부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은 곧 생활’이라고 말한다. 이 ‘먹기, 움직이기, 생각하기, 쉬기’와 당뇨병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즐겁게 생각하고, 푹 쉬는 게 당뇨병 치료이자 예방법이에요. 당뇨병 치료법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것은 없어요. 그래서 당뇨병이 생활이라는 겁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숨어있다. 당뇨병은 생활이 변하지 않고는 고칠 수 없는 병임과 동시에 당뇨병 치료를 위해 지금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생활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많이 먹고 싶어도 적게 먹고, 운동하기 싫어도 운동하는 것은 생각을 바꿔야 할 수 있다. 생각 바꾸기. 말은 참 쉽다. 하지만 진짜 바꾸기는 만만치 않다.?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 생각을 바꿔보기 전에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생각해보는 겁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사람마다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지는 다르다. 하지만 만고불변의 진리가 있다. 가치 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건강은 필수라는 점이다.
생각을 바꾸면 당뇨병 탈출!?
당뇨병 때문에 생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심각해질 때까지는 증상도 없고, 불편한 점도 없기 때문이다. 당뇨 합병증도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당뇨병 하나 때문에 생활을 바꾸는 것과 가치 있는 인생을 위해 생활을 바꾸는 것은 다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하는 것처럼 생활 바꾸기도 필요하다.
“내가 당뇨병 환자이기 때문에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뇨병 환자에게 권하는 잡곡밥, 소식, 규칙적인 생활, 유산소 운동은 당뇨병에 걸린 사람만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바꾸면 좋은 거예요. 당뇨병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보세요.”
가족들도 생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 가족 중 누가 당뇨병에 걸리면 인스턴트식품, 과자, 빵 등을 미안하거나 눈치가 보여서 못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기회에 건강한 가족들도 건강식을 하고 함께 운동을 하면 어떨까? 그러면 당뇨병도 치료되고 가족 모두 건강해질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 역시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일임은 물론이다.?
규칙적인 인간이 되자!?
김광원 교수는 생활을 바꿀 때는 먼저 규칙적으로 살 것을 강조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하루를 시작하는 기상 시간부터 정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이고 조절된 일과는 생활에 제한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생활의 질을 높이고 인생 창조 기능의 원동력이 되지요. 저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요. 10시에 잠자리에 들고요. 가끔은 밤에 모임이 있어서 자는 시간이 늦춰질 때는 있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언제나 같습니다.”
수면시간뿐 아니라 식사시간, 식사량, 운동량도 비슷하다. 20년 넘게 변하지 않은 몸무게가 그의 규칙적인 세월을 잘 말해준다.
김광원 교수의 연구실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연구를 하고, 업무를 보는 공간이기도 하고 체력 단련실이기도 하다. 몸이 찌뿌드드하면 책장에서 테니스 라켓을 꺼내 스윙연습을 한다. 오래 앉아 있었다 싶으면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심지어 젊은 사람도 하기 어려운 물구나무서기도 한다.
책상에 앉아 논문을 볼 때도 몸을 놀리는 법이 없다. 고무공을 손에 쥐고,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정 운동할 시간이 없으면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서 짬이 날 때마다 운동하세요. 적당한 운동은 당뇨병에도 좋을 뿐 아니라 신체의 모든 장기에 활력을 줘서 더 건강해지게 만듭니다.”
당뇨병은 선물?
운동을 자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리해서는 안 된다. 무리하는 삶은 말 그대로 건강에 무리수를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활을 무리하면 당뇨병이 생기기도 하고,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고혈압이 생길 수도 있고, 위궤양이 생길 수도 있죠. 무리하지 않는 삶은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또 당뇨병 같은 병에 걸렸다는 것은 지금 무리하며 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을 선물로 비유한다. 경고신호를 받았으니까 이제 바로잡아서 처음의 건강상태로 돌아갈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다시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기회를 한 번만 주지도 않는다.
“건강하고 규칙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너무 힘들어서 예전의 나쁜 생활습관으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포기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의지력이 약한 본인한테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생은 길고,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은 결국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야 마니까요.”
그래서 김광원 교수는 당뇨병을 잘 극복한 사람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동기 ‘팍’ 의사 ?
‘의술과 약으로 병을 치료·진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 사전에서 볼 수 있는 의사의 정의다. 김광원 교수에게 의사란 조금 다른 의미다. 김광원 교수는 인생 멘토 역할도 한다. 당뇨병 치료에 힘을 쏟음과 동시에 몸을 위해서가 아닌 값진 인생을 위해 내 몸을 아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네 몸’ ‘내 몸’ 가리지 않고 격하게 아끼는 중인 김광원 교수. 그는 앞으로도 소신껏 살 예정이다. 당뇨병 치료 동기 ‘팍팍’ 주는 의사로 말이다.
TIP. 당뇨병 명의&인생 멘토 김광원 교수가 제안하는 당뇨병 환자가 긍정적으로 사는 법
1. 당뇨병 치료는 값진 인생을 사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2. 현실을 인정하면서 이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3. 합병증이 없는 당뇨병 환자의 모든 신체능력은 건강한 사람과 같다.
4. 정기적인 병원 진찰은 질병이 있든 없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이다.
5. 당뇨식사법이 곧 건강식이다. 당뇨식은 환자식이 아니다.
6. 당뇨병은 누구나 생길 수 있는 병이지 특정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 아니다.
7. 자신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가장 축복받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