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후후한의원 이정택 원장】
남성에게 조루증은 발기부전 못지않게 재앙 같은 질환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깊은 교감이 불가능하니 관계 단절에 대한 불안에 항상 시달리게 된다. 상대에게 만족감을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남자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남긴다. 남성은 이성과의 갈등 원인을 성적 불만족 때문이라 여기기 쉽고 혹여 경험하게 되는 이별도 본인의 부족한 성능력 때문이라 판단한다.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은 이성에 대한 심리적 위축을 낳는다. 여성 앞에 설 때마다 긴장과 불안이 커지고 소극적이 되어 교제를 원만하게 매듭 짓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남자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루는 꼭 극복되어야 할 질환이다.
조루도 치료가 되나요?
조루 치료를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일상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다. “조루가 진짜 치료가 되는 질환인가요?” 하는 것이다. 혹자는 “팔자가 아닌가요?” 하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의 배경은 본인이 많은 노력을 시도했으나 결과가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는 그동안 해온 노력의 내용들을 살펴보는데 모두 한결같은 부분이 있다. 하나 같이 조루의 원인을 외부 생식기의 과민함 때문이라 판단하고 음경의 감각을 둔감하게 하려는 콘돔, 국소마취제, 수술 등의 노력을 다양하게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루 치료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낙심을 해 온 행동패턴을 보였다.
여기에는 분명한 오류가 있다. 조루의 원인을 살펴보면 음경에 국한된 여러 노력이 조루 치료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점과 그간의 절망이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조루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자극을 수용하여 사정이 나타날 때까지의 과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남성의 사정이 유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요약해 보면 사정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자극을 인지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가 자극에 반응하는 단계이다.
▶자극을 인지하는 단계에서는 삽입운동을 통해 발생하는 마찰, 진동 자극을 음경이나 전립선에서 받아들이는 과정과 상대의 신음, 표정, 체취 등을 눈, 귀, 코와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하는 과정이 존재한다.
▶자극에 반응하는 단계에서는 받아들인 자극을 뇌신경에서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는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던 기억을 기반으로 해석하게 된다. 해석을 통해 인체는 흥분, 불안, 기쁨, 쾌락 등의 감정, 기분, 정서가 형성되고 이 감정을 기반으로 우리 인체는 ‘사정’이라는 반사성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조루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인지 단계에서 관여하는 신체(음경, 전립선, 감각기관 등)가 예민해져서 나타날 수도 있고 ▶받아들인 자극을 해석하는 과정(뇌신경)에서 잘못된 해석을 해서 민감한 반응이 결정되기도 한다.
약물+인지행동치료는 조루 극복의 청신호
조루 증상은 음경, 전립선 등의 삽입 자극을 받아들이는 말초신경이 예민해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말초 자극을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반응을 결정하는 중추사정기관(뇌)의 잘못된 판단 즉 ‘인지왜곡’ 때문이다. 즉 크게 구분하면 말초성 조루증과 중추성(심인성) 조루증으로 나눌 수 있다.
조루 증상이 말초 환경(특히 음경)의 과민함이 원인이라면 음경을 둔감하게 하려는 노력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른 원인, 전립선 또는 중추성 원인이라면 이러한 노력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원인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추성(심인성) 조루증의 경우는 약물치료 못지않게 인지행동치료가 중요하다. 사정이라는 반응은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된 조건반사반응이고, 오랜 기간 학습된 반응이다. 주로 사춘기 시절, 대부분의 남성은 성 관련 시청각 자극을 과장해서 해석하고 흥분과 사정에 이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때 성자극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인지과정과 민감한 사정반응이 학습되고 기억된다.
이러한 부분은 다행히도 인지행동교정과 같은 재학습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다. 마치 운동을 새롭게 익히듯이 말이다.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 그래서 항상 답변한다. “조루증은 누구라도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물론 팔자가 아니지요.”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