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라플레 항암요리연구가 박진희 대표】
따뜻한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한여름에는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콩국수나 얼음 동동 띄운 냉면이 생각나고, 추운 겨울에는 언 몸을 녹여 줄 뜨끈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일어나는 우리 입맛의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가을은 한겨울처럼 몹시 춥지는 않지만 서늘한, 그래서 면역이 약해지고 감기에 걸리기 쉬워 곳곳에서 콜록거리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계절이다. 이럴 때일수록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하는데, 소화를 돕고 몸을 다스릴 수 있는 따뜻한 죽 한 그릇이야말로 보약이 아닐까 싶다.
속 편하고 든든한 건강식
곡식에 물을 많이 붓고 푹 끓여 퍼지게 만드는 음식인 죽은 오래전부터 별미식으로 먹어왔을 뿐만 아니라 치료식 또는 환자식으로도 널리 활용돼 온 음식이다.
속이 안 좋을 때나, 위에 무리가 왔을 때, 또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너무 많은 음식을 먹어 위가 더부룩할 때는 죽으로 먹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소화기관들이 무리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보다 소화를 용이하게 도와주는 것이 몸에 훨씬 이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이 안 좋을 때는 소화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죽으로 섭취하는 것도 좋다.
혹시 밥 대신 죽으로 먹으면 영양결핍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경우도 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양가 높은 재료들을 첨가하여 만드는 죽은 소화에도 이로울 뿐 아니라 영양흡수에도 도움이 되므로 영양결핍은 오지 않는다.
다만 ‘죽’으로 대표되는 흰쌀죽은 특별한 영양이 없어 건강죽이라 할 수는 없다. 물론 장염에 걸린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긴 하지만 우리 몸의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 건강죽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러나 흰죽도 얼마든지 건강식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무엇을 첨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 가을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훌륭한 보양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가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줄 건강죽 요리 세 가지를 소개한다.
단백질 듬뿍~ 연두부 명란죽
【재료】
불린 현미쌀 1컵, 명란 1~2개, 연두부 1팩, 다진 대파(흰 부분 1큰술, 파란 부분 1/2큰술), 육수(다시마+표고) 3컵, 깨소금 1작은술, 소금 조금, 참기름 조금, 식용유 조금
【만드는 법】
1. 현미쌀은 깨끗이 씻어 물을 붓고 5~6시간 정도 충분히 불린 후 물기를 빼고 믹서에 살짝 갈아 준비한다.
2. 냄비에 물 3컵 반을 붓고 손바닥 사이즈 정도의 다시마와 표고버섯 3개를 넣고 끓여 육수를 만들어 놓는다.
3. 명란은 막을 제거해 놓고, 대파는 흰 부분과 파란 부분을 구분하여 잘게 썰어 놓는다.
4. 냄비에 식용유를 조금만 붓고 다진 대파 흰 부분을 타지 않게 볶아 향을 낸 후 불린 쌀을 넣고 볶다가 육수와 물 2컵을 붓고 끓인다.
5. 쌀알이 충분히 익어 반쯤 물러지면 명란과 연두부를 넣고 푹 끓인다. 필요 시 소금으로 간을 한다.
6. 불을 끄고 다져 놓은 파란 부분의 파와 참기름, 깨소금으로 마무리 한다.
단백질이 듬뿍 들어 있는 건강죽으로, 아침에 먹는 든든한 한 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영양이 가득하다. 특히 소화력이 딸리는 병중에 있는 환자들의 단백질 섭취를 위해 적극 추천할 만하다. 쌀을 믹서에 갈거나 절구에 빻아 이용하면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히, 바쁜 아침 시간에는 전날 해두었던 찬밥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면역력 높이는 방풍나물을 올린 현미 된장죽
【재료】
불린 현미쌀 1컵, 방풍나물 두 줌, 국간장 1/2작은술, 다진 마늘 약간, 들깻 가루 1작은술, 들기름 1작은술
【육수】
바지락 1봉, 물 6컵, 된장 1큰술
【만드는 법】
1. 불린 현미쌀은 믹서에 넣고 살짝 갈아 준비한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깨끗이 씻은 방풍나물을 넣어 한소끔 끓여 익힌 후,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해 둔다.
3. 방풍나물 데친 물에 바지락을 넣어 끓이다가 입을 벌리면 바지락을 건져 살만 발라낸 후, 그 물에 된장 1큰술을 풀어 놓는다.
4. 3의 냄비에 준비해 둔 현미쌀을 넣고 쌀이 물러질 때까지 푹 끓인다.
5. 끓고 있는 동안 바지락 살과 데쳐 놓은 방풍나물을 잘게 썰어 다진 마늘, 국간장,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둔다.
6. 쌀이 부드럽게 퍼지면 불을 끈 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고명으로 바지락과 함께 무친 방풍나물을 소복하게 올린다.
방풍나물의 쌉쌀함과 된장의 조화가 매력 있는 구수한 된장죽이다. 방풍나물에 들어 있는 쿠마린 성분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면역을 높여주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방풍나물은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찬 성질의 해산물과 궁합이 잘 맞아 같이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물이 뻣뻣하거나 질기다고 느껴지면 죽과 함께 끓여도 무방하다.
해독식품으로 최고~ 단호박 밤죽
【재료】
찹쌀가루 1/4컵, 단호박 1/2개, 밤 10~15알, 국간장 1큰술, 소금 조금, 물 3컵
【만드는 법】
1. 불린 현미쌀은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2. 단호박과 밤은 껍질을 벗긴 후 알맞게 썰어 찜통에 찌거나 냄비에 물을 절반가량 붓고 익힌다.
3. 익힌 단호박과 밤은 곱게 으깨어 물을 붓고 끓인다.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핸드블랜더나 믹서로 곱게 간다.
4. 3에 찹쌀가루를 넣고 5~10분간 푹 끓인다.
5. 충분히 익으면 국간장을 넣고,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단호박은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를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흡착 효과가 뛰어난 펙틴 성분의 영향으로 해독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밤은 위장을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므로 아침식사 및 간식으로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