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흑자생활의 법칙> 저자)】
돈,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정말 쉽다. 마트 쇼핑, 주말 외식, 교육비, 공과금, 보험금 등으로 1차전을 치르고 결전의 카드결제일이 지나면 통장은 텅텅 비어버리기 일쑤다. 그러고도 돈이 모자라면 마이너스 통장이나 카드 현금 서비스로 눈을 돌린다. 마이너스 인생으로 내몰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소비 습관 때문이다. 적게 버는 사람도 많이 쓰고, 많이 버는 사람도 많이 쓰는 게 문제다. 대책 없는 소비는 후회만 낳는다. 애써 번 돈을 꽁꽁 지키는 소비의 기술을 준비했다.
돈 써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로 유명한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한 방송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 “소비는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을 일으킨다!”
‘지름신’과 자주 접신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 안 사면 큰일 날 것 같다가도 막상 사고 나면 금방 애착이 식는다. 애착은 다른 물건으로 옮겨지고 옮겨지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산 것들은 사실 없어도 그만인 물건, 안 먹어도 그만인 음식이다. 집은 점점 좁아지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값만 더 드는 꼴이다.
에듀머니 박종호 본부장은 “사람은 생각보다 자주 비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며 “소비를 합리적으로 하려면 신중한 의사 결정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꼭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며, 살 때는 그것을 사고 나면 포기해야 하는 돈의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물건을 이렇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박종호 본부장은 “기업의 마케팅과 광고는 소비자가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마술을 부리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일명 광고 나라에 살고 있다. 길을 걸어도, 버스를 타도, TV를 켜도, 하다못해 공중화장실에도 광고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마케팅의 기세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세일’, ‘할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자동으로 심장이 빨리 뛴다. 특히 ‘폭탄 세일’, ‘한정 세일’이라는 자극적인 수식어는 이성을 잠시 마비시켜 쉽게 지갑을 열게 만든다.
문제는 사고 싶은 것을 사고, 싸게 사긴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렇게 돈을 쓰고 난 후에는 잘 썼다고 느껴질 때보다 후회가 밀려올 때가 많다. 어렵게 번 내 돈, 후회 없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후회 없이! 반성 없이! 행복한 소비법 5가지
1 절약으로 소비를 늦추자!
우리가 돈을 아껴 쓰는 진짜 이유는 바로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아껴 쓰고 저축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많은 사람에게는 이중적인 심리가 있다. 미래를 위해 돈을 아껴 써야 한다면서도 절약은 궁상맞다고 생각한다. 절약이라고 하면 일단 거부하고 본다.
박종호 본부장은 “절약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절약은 소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늦춘 만큼 많이 모아서 나중에 더 크게 잘 쓰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절약은 미래를 위해 천천히 하는 소비로 봐야 한다.
2 남을 위해 소비하지 말자!
나를 위해 돈을 쓰지 않고 남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이 있다. 기죽기 싫어 좋은 차를 타고, 유행하는 옷을 사며, 우아한 식당에서 외식을 한다. 몇십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사는 이유도 오래된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 창피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는 당연히 만족도가 떨어진다. 단돈 100원을 써도 내가 필요한 것,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야 돈 쓰는 재미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나다. 다른 사람은 남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을 위한 소비는 무의미하다.
3 돈, 이제 불편하게 쓰자!
카드를 사용하기 전에는 돈이 없으면 물건을 못 사고 돈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가전제품같이 고가의 물건을 사려면 돈을 모아서 샀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쓰기 너무 쉽다. 인터넷으로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사고,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은 돈이 없어도 카드 할부로 시원하게 긁는다. 박종호 본부장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으로 돈을 편하게 쓸 수 있으니까 돈이 안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돈은 쓰기 불편해야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돈 쓰기가 불편해지는 법은 다음과 같다.
●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한다 – 내 돈이 없어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면 무척 아깝다. 현금을 찾으러 가기 귀찮아서라도 돈을 쓰는 것이 신중해진다.
● 일주일치 생활비와 용돈을 정한다 – 한달치 생활비와 용돈을 정해 놓으면 월초에 다 쓰기 쉽다. 번거로워도 일주일 동안 쓸 돈만 이체해서 쓰면 목돈이 아니기 때문에 씀씀이가 조심스러워진다.
4 카드 할인&포인트에 휘둘리지 말자!
누구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하면 현금을 쓸 때보다 씀씀이가 헤퍼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할인 혜택, 포인트 적립 혜택 때문에 카드를 안 쓰면 오히려 손해 같다. 지금부터라도 꼭 필요한 곳에 쓰고, 할인을 받고 포인트까지 적립한다면 카드를 쓰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종호 본부장은 “카드사의 부가서비스와 혜택은 치밀하게 설계된 미끼”라며 “그 치밀함 속에는 소비의 동선을 지배하는 마케팅기법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카드 적립 포인트는 특정 가맹점이 아니면 대부분 1%가 채 안 된다. 큼직한 카드 할인율 밑에는 작은 글씨로 월 5천 원~1만 원 한도라고 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할인을 받으려면 보통 전월 실적이 몇 십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할인을 받으려고 실적을 쌓기 위해 꼭 안 사도 될 것을 사게 된다. 더구나 싸든 비싸든 별 고민 없이 할인받는 주유소, 적립되는 커피 전문점 등에 가서 돈을 쓴다. 이렇게 쓰는 카드는 안 쓰면 손해가 아니라 안 쓰면 이득이다.
5 가계부를 미리 쓰자!
돈을 후회 없이 쓰려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미리 쓰는 가계부’가 필요한 것이다. 흔히 예산을 세울 때는 돈을 아껴 쓰겠다는 각오로 빠듯하게 세운다. 박종호 본부장은 “미리 쓰는 가계부는 아껴 쓰는 것보다 언제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행복을 위해 인생설계를 하듯 돈을 잘 쓰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박종호 본부장은 경제교육전문 사회적기업인 에듀머니에서 기존의 금융권 위주의 재무상담과는 차별화된 금융복지상담가 자격 과정 강사로 활동한다. KBS 라디오 <경제나침반>에서 출연해 청취자들에게 재무처방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