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부산대학교병원 통합의학센터 김진목 교수】
간헐적 단식에서 1일1식까지….?지금 우리는 적게 먹고 덜 먹는 것에 열광하고 있다.?본능에 속하는 식욕을 다스리기 위해 생고생을 하고 있다.?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가 부른 우울한 자화상이다. 오죽했으면 빅마마로 우리에게 친숙한 요리연구가 이혜정 씨는 한 방송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기도가 오늘은 제발 덜 먹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을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서도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밥 먹는 방법을 한 번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것은 일명 “밥 따로 반찬 따로 물 따로 건강법”이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밥, 반찬, 물을 먹는 방법에 변화를 줘보자는 것이다.
이 같은 식사법으로 건강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만성병에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많다. 도대체 ‘밥 따로 반찬 따로 물 따로 건강법’에는 어떤 건강비밀이 숨어 있길래?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 한 숟가락에 턱 얹은 김치 한 조각, 혹은 볶은 멸치 몇 마리….
지금까지 우리는 밥을 먹을 때 으레 밥과 반찬을 함께 먹었다. 그래야 짭조름하게 간이 된 반찬과 밥이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밥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밥 먹는 습관이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자는 주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의료인은 현미채식 전도사로 유명한 황성수 박사다. 황 박사는 현미 채식을 하되 먹을 때는 반드시 밥 따로 반찬 따로 먹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렇게 하면 보다 손쉽게 현미채식을 실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저염식을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당뇨, 고혈압, 신장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비만 합병증이 부른 당뇨, 고지혈증 등의 증상을 한꺼번에 개선했다는 사연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도대체 밥과 반찬을 따로 먹으면 어떤 이점이 있길래 다들 난리일까?
이 물음에 부산대학교병원 통합의학센터 김진목 교수는 “밥 따로 반찬 따로 건강법은 소화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침 속에 있는 소화효소가 밥과 혹은 반찬과 잘 섞여서 소화가 잘 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화는 입속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입속의 침은 음식물의 소화에 50% 정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음식물이 들어오면 침 속의 소화효소가 제대로 작용해야 위나 장에서의 소화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기 위한 첫 행보는 입안에서 음식물을 충분히 씹는 일이다. 그래야 침 안의 소화효소가 충분히 분비되면서 소화를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이때 밥과 반찬을 함께 먹으면 반찬에 들어 있는 자극적인 양념 때문에 침이 한꺼번에 많이 분비돼 오래 씹기가 힘들어진다. 대강대강 씹어서 넘기게 된다.
김진목 교수는 “입에서 음식을 잘 씹지 않고 넘기면 음식의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장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고 밝히고 “따라서 밥 따로 반찬 따로 건강법은 평생 건강을 좌우할 나쁜 습성 하나를 덜어낸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밥 따로 반찬 따로 건강법에서 어떤 거창한 의미를 찾으려 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음식물의 소화가 잘 되게 해서 뱃속의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한다는 데 그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건강의 기초가 소화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될 것 같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잘 돼야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목 교수는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것은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기대되는 건강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특별한 다이어트 없이도 체중이 줄어든다
그것은 고혈압, 당뇨, 무릎통증, 허리통증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시너지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2. 식사량이 감소된다
밥 따로 반찬 따로 먹으면 오래 씹기가 가능하다. 그 결과 천천히 먹을 수 있고 또 적게 먹을 수 있다.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식사량의 감소로 이어진다.
3. 완벽한 소화가 되기 때문에 속이 편해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오랫동안 씹으면 침이 많이 분비되면서 침 속의 여러 가지 효소가 위와 장에서의 소화작용을 돕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위와 장의 부담을 줄여서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할 일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렇다.
4. 저염식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모두들 소금 섭취량을 줄이려고 혈안이 돼 있다. 전통적으로 절임식품을 많이 먹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소금 섭취량은 늘 경계대상 1호다.
그런데 짭조름한 맛에 길들여져 있는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넘쳐나는 것이 고혈압 환자이고 덩달아 당뇨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만, 신장병, 심지어 암까지 소금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소금 덜 먹기에 고군분투 중이다.
밥 따로 반찬 따로 건강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손쉽게 저염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이기 때문이다. 밥 따로 반찬 따로 먹게 되면 간기가 돼 있는 반찬은 짜게 느껴진다. 결국 싱겁게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쯤 되면 ‘이참에 나도 밥 따로 반찬 따로 한 번 먹어볼까?’ 결심은 해보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말처럼 쉽지 않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50번 씹어보리라 결심해보지만 몇 번 씹지도 못하고 번번이 목넘김을 해버리기 일쑤다.
또 도무지 밥을 먹은 것 같지도 않고 밥맛도 느낄 수 없어서 별로였다.?김진목 교수는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서서히 적응해가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한다. 아래의 방법대로 따라해보자.
1. 먼저 밥을 한 수저 떠서 씹기 시작하여 50번 이상 씹기를 목표로 한다.
2. 처음에는 10번도 씹기 전에 다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자꾸 노력하면 30번 내지 50번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3. 50번 씹기에 도달했다면 그 다음에는 100번 씹기에 도전한다.
4.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50~100번을 씹으면 온전히 액체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밥 속의 영양소가 완전히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되어 위와 장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대장까지 내려가 썩은 똥을 만들지도 않게 된다.
김진목 교수는 “밥 따로 반찬 따로 건강법은 특히 현미식을 손쉽게 실천하는 방법으로 널리 추천되고 있다.”고 밝히고 “현미식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미밥은 밥 자체로도 맛있다. 고소하고 달콤하고 단맛이 난다. 그래서 밥만 먹어도 맛있다. 밥만, 반찬만 먹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특히 현미밥만 먼저 먹어서 혀가 순해지면 간이 되어 있는 반찬은 짜게 느껴진다. 그래서 반찬을 싱겁게 먹게 되는 이점까지 넝쿨째 따라올 수 있다고 귀띔한다.
밥 따로 반찬 따로 연장선에서 밥 따로 물 따로 건강법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밥을 먹을 때 물기 없는 식사를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주장은 오래 전부터 시중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건강법이기도 하다.
이를 직접 체험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밥 따로 물 따로 건강법만 지켜도 위장병의 80%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학계의 입장도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밥을 물이나 국에 말아 후루룩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는 데는 그 궤를 같이 한다.
김진목 교수도 “밥을 물에 말아서 먹거나 같이 먹으면 입에서의 소화부터 위산 분비 문제까지 여러 가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밥을 국이나 물과 함께 먹으면 음식물을 오래 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게 되면 입에서 이뤄져야 할 50%의 소화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면서 위-소장-대장으로 이어지는 소화라인에 크고 작은 트러블을 일으키게 된다.
둘째, 밥과 물이 위에 함께 도달하면 위액을 묽게 만들어 소화력을 떨어뜨리는 결점이 있다.
위액은 음식이 위벽을 자극할 때 분비되는데 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밥이 아니라 물이 위벽을 자극해서 위액이 나오지를 않는다.
이 두 가지의 결점으로 인해 밥과 물 혹은 국과 함께 먹는 것은 소화기능에 있어 최대의 적이다.
밥 따로 물 따로 건강법의 진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밥을 먹을 때 물기 없는 식사를 하여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침샘의 작용과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도 잘 되고 덩달아 건강도 회복되는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물은 언제 마시는 것이 좋을까??김진목 교수는 “물은 대체적으로 식후 두 시간이 지난 후 마시는 것이 소화기능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여기에는 우리가 식사 때마다 즐겨 먹는 국이나 찌개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국이든, 찌개든, 물이든 간에 물기 많은 식사는 위의 소화효소를 희석시켜 소화작용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국과 찌개에는 염분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는 것도 문제다. 1일 섭취 허용량보다 훨씬 많은 소금을 섭취하게 되어 위염, 위암, 고혈압을 유발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김진목 교수는 “밥 따로 반찬 따로 물 따로 먹자는 것은 적게 먹고 천천히 먹어서 완전히 흡수되게 하자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밝히고 “평소 식사법만 잘 지켜도 건강의 큰 물줄기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TIP. 김진목 교수가 추천하는?제대로 식사법 6계명
1. 되도록 적게 먹자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대폭 줄여야 한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식사 후 혈당을 빨리 올리는 단순탄수화물의 섭취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흰밥, 흰빵, 흰떡, 국수, 과자 등의 단순 탄수화물은 혈중 포도당치를 급격히 올리는 원흉들이다. 그 결과 인슐린이 급속히 분비되어 저혈당을 초래하게 된다.
저혈당이 오면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식욕을 더 촉진하여 과식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저혈당 상태에서 음식이 공급되지 않으면 불안, 초조, 참을성 부족 등으로 과격하고 난폭한 성격으로 되기도 한다. 이렇듯 성격까지도 좌우하는 게 먹는 것의 숨은 비밀이다.
2. 밥 따로 반찬 따로 물 따로 먹기
밥을 씹을 때 반찬이나 국과 같이 씹게 되면 오래 씹을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침이 적게 분비된다. 침은 음식물의 소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침 속의 소화효소가 있어야 위나 장의 소화도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평소 식사 때 밥 따로, 반찬 따로, 물 따로 마시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보자.3. 꼭꼭 씹어 먹자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50~100번을 씹어서 액체 상태가 되었을 때 넘기자. 이렇게 하면 밥속의 영양소가 완전히 소화되기 쉬운 상태여서 흡수율도 높고 위장의 부담도 덜어줘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4. 식사순서를 지키자
음식을 먹을 때는 섬유질이 많고 덜 단 음식을 먼저 먹고 점차 부드럽거나 단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현미밥이나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먼저 먹으면 뒤에 달거나 부드러워 흡수되기 쉬운 음식을 먹더라도 앞에 섭취한 음식과 섞여서 흡수가 더디게 된다. 그 결과 혈당치를 완만하게 올리게 된다.
5. 물은 식사 후 2시간 지나서 마시자
물은 위액을 희석시킨다. 위산은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도 하는데 물로 희석되면 이 세균들이 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장에서 번식하면서 여러 가지 악동 짓을 하게 된다.
물은 위액을 희석시켜 소화작용도 방해한다. 덜 소화된 음식물이 소장과 대장으로 넘어가면 장누수증후군과 같은 장 트러블을 유발하므로 물은 되도록 식사할 때 먹지 않도록 한다.
6. 음식은 가려 먹자
가능한 한 고기, 생선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붉은 살코기, 탄고기, 훈제육 등은 먹지 말자.
그 대신 채소는 최대한 많이 먹자. 여러 가지 색으로 다양한 종류를 섭취하자. 채소는 섬유질이 많기 때문에 생으로 먹으면 흡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살짝 익혀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비타민은 열에 약해서 파괴되겠지만 비타민은 과일을 통해 섭취하면 된다.과일을 통해 비타민과 효소를 섭취해야 하지만 5가지 이상의 색깔을 띤 다양한 과일을 조금씩 먹어야 한다. 과일에도 당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과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