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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케어법] ‘뇌의 딸꾹질’ 강박증 당신도 포로인가요?

2009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황금호 62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강박증클리닉 권준수 교수】

데이비드 베컴과 마이클 더글러스. 세계적 스타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 천문학적 재산에, 눈부신 미모의 아내를 둔 이들은 ‘강박증’이란 공통분모로 엮인다. ‘프리킥의 달인’ 베컴은 2006년 영국 ITB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박증 환자임을 고백했다. 당시 그는 “음료수와 옷가지, 잡지 등 모든 물건이 짝수를 이루거나 일렬로 세워져야만 한다. 냉장고에 콜라캔이 홀수로 있으면 하나를 꺼내 다른 곳에 옮겨 놓는다.”고 토로했다.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야성적인 형사로 출연한 마이클 더글러스가 섹스 중독증이란 것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젊었을 때부터 숱한 미녀 애인들을 갈아치운 그는 25세 연하의 캐서린 제타존스와 결혼한 후에도 “섹스는 나를 덮치는 파도와 같다.”고 말할 만큼 여전히 정력을 과시한다. 섹스중독은 강박관련장애(OCRD)에 포함된다.

신종 플루 감염될까 두려워 병원 찾는 강박증 환자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강박장애질환의 실진료 환자 수는 2005년 1만 2995명, 2008년 1만 8271명으로 최근 3년 동안 40% 증가했다. 성별 실진료 환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은 1만 684명이고 여성이 7587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1.4배 많았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실진료 환자 수는 2005년 1824명에서 2008년 2878명으로 58% 늘었다.

강박증이란 마음에 어떤 생각이나 장면,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감을 느끼고 이를 없애기 위해 일정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불안장애의 하나로, 정신병은 아니다. 최근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강박증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서울대병원 강박증클리닉 권준수 교수는 “신종 플루에 감염될까봐 두렵고 불안하다며 마스크를 쓰고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강박증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나뉜다. 증상은 오염에 대한 공포와 의심이다. 공중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감염이 두려워 몇 년째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현관에서 옷을 죄다 벗고 세탁하고 샤워도 몇 시간 동안 한다. 손님 초대는 아예 못하고 누가 다녀가면 불안해서 카펫을 세탁해야 한다.

대학생 J군은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집에 간다. 사람들이 만지는 문 손잡이나 버스 손잡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기 싫어서다. 만지면 더러운 균에 오염됐다는 불안에 한참동안 손을 씻어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불안해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다. J군은 가방에 늘 항균성분이 함유된 비누를 챙겨 다닌다. J군은 “군대나 직장 같은 사회생활을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공격적 사고가 반복되는 것도 강박증의 특징이다. 20대 남성 H씨는 이라크 전쟁이나 테러 장면, 칼에 찔려 피를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고통 받고 있다. H씨는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숫자만큼의 기도를 반복적으로 한다. “글을 읽을 때 ‘총’이나 ‘칼’자만 봐도 불안감이 생겨요. 얼마 전엔 ‘총무’라는 글자를 보고 한참동안 기도해야 했지요.” H씨는 직장동료들이 강박증을 알아챌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10대 청소년 증가율 3년새 58% 명상·요가·복식호흡 효과

강박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1~2%쯤 된다. 약물중독, 우울증, 공포증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정신질환이다. 강박증 유병률은 전 세계가 비슷하다. 특히 계율이 엄격한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에서 비율이 높다.

병원을 찾는 강박증 환자는 전체 환자의 7~10%에 불과하다. 권 교수는 “대개 성격인줄 알고 참거나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그 정도를 극복 못해?’‘마음이 약해 그런 거야’하며 몰아쳐 병원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루 1시간 이상 강박증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박증은 10~20대 환자가 대부분이다. 강박증을 앓는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시험을 망친다. 일부는 부모가 잘못될까봐 학교에서 휴대폰으로 전화해 “교통사고 나지 않았냐?”며 확인한다. 틱이나 ADHD(주의력결핍장애)를 앓는 학생들도 있다.

‘뇌의 딸꾹질’ 강박증의 역사는 오래 됐다. 프로이드가 정신분석 이론을 세우는 데도 강박증이 모델이 됐다. 강박증은 전전두엽, 미상핵, 시상으로 이루어진 신경회로의 이상으로 생긴다. 유전질환은 아니지만 부모 역시 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조심해야 한다.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 중 하나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약물치료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먹는다. 항우울제 처방 시 우울증 치료 용량보다 2~3배 가량 쓴다. 재발이 많으므로 잠깐 나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인지행동치료는 ‘불안감 증가’가 핵심이다.

권 교수는 “환자들이 자칫 오해하기 쉬운데 불안을 줄이면 병이 만성화된다.”며 “일부러 더러운 오염물질을 묻히고 강제로 참는 훈련을 반복하는 치료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한 한국은 강박증을 앓기 쉬운 고위험 집단”이라며 “10~20대 환자가 많은 것도 입시와 취업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박증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며 “명상과 요가, 복식호흡 등 불안 이완훈련을 많이 하면 좋다.”고 말했다.

강박증 예방을 위한 ‘똑똑한 두뇌’ 훈련법

▶ 매일 일기 쓰기 – 스트레스 낮아지고 뇌 부위 간 교류 활발

글을 잘 쓰지 못해도 좋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정리하면 실제 스트레스 정도가 낮아져 뇌가 느끼는 부담도 줄어든다. 또 일기를 쓰면서 뇌는 그날의 정보를 조합하고, 이는 두정엽에 저장된 장기기억을 전두엽으로 보내도록 촉진해 뇌 부위 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한다. 글을 직접 손으로 쓰는 행동은 몸의 감각과 연결된 뇌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 뇌에 공급되는 혈액·산소량 많아져 신경세포 재생

규칙적인 운동이 뇌의 크기,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됐다. 생물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세포로 공급되는 혈액량 및 산소량이 많아지면서 뇌에서 생기는 신경성장 유발물질(BDNF) 수치가 높아진다. 솔크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와 스콧 스몰의 공동 연구에서는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서 운동을 통한 신경세포의 생성이 확인됐다.

일리노이대 아서 크레이머의 연구에선 운동이 전두엽의 크기를 확장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는 60~7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빠르게 걷기 같은 운동이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 개선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속적인 운동은 해마, 전두엽, 소뇌 같은 기억과 관련된 부분이나 운동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긍정적인 삶의 태도 갖기 – 기쁜 생각을 하면 통찰력·인지조절 능력 향상

슬픈 생각을 하면 뇌가 우울해지고, 기쁜 생각을 하면 뇌가 즐거워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긍정적인 정서가 집중력과 인지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통찰력을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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