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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플] 역술인으로 거듭난 이철용 씨의 별난 삶

2009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송년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이제는 희망 디자이너로 불러주세요!”

이철용씨를 지칭하는 말은 다양하다. 전직 국회의원부터 <꼬방동네 사람들>, <어둠의 자식들> 등 베스트셀러 작가,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자상, 그리고 역술가까지… 그러나 그는 여러 직함을 제쳐두고 ‘희망 디자이너’로 불리길 원한다. 그가 말하는 희망디자인… 그건 또 뭘까?

전직 국회의원이 역술원을 열었다?

그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생후 6개월 만에 아버지를 결핵으로 잃고 자신도 결핵성 관절염을 앓아 한쪽 다리 일부를 잘라내야 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을 포기했다. 가난한 가정형편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아쉬운대로 야학에서 중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이 그의 인생 지침을 돌려놓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빈민운동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집창촌, 노숙촌은 그의 삶의 무대가 되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의 친구가 되면서 평범한 보통 삶은 이미 그의 삶이 아니었다.

그 보답이었을까? 그는 80년대 초 우리 사회의 어둡고 아픈 도시 빈민의 면면을 실감나게 담아내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라섰다. <꼬방동네 사람들>, <어둠의 자식들>은 모두 사회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그의 인생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다.

소설가의 인기는 그에게 국회의원 배지도 달게 해 주었다. 1988년 장애인으로선 처음으로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신의 의무를 잊지 않았다.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등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늘 앞장섰다. 그것은 정계를 떠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단법인 장애인문화 예술진흥개발원을 만들어 장애인, 빈민문화운동을 펼쳤고, 그 행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그가 역술원을 열었다. 전직 국회의원이 역술가라니? 모두들 놀랐다.

“역술원은 제가 걸어온 길과 일맥상통해요. 빈민운동이나 정치나 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여보고자 한건데, 그게 대중을 상대로 했다면 이건 개인 대 개인으로 희망을 디자인해서 행복하게 살자는 목표로 시작하게 된 것이니까요.”

희망디자인은 비상구를 찾아내는 것!

그가 말하는 역술은 ‘희망디자인’이다. 종종 마음 약한 사람들이 기대는 미신이라고 이단화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동양철학을 바탕에 둔 상담학이고, 생명의 조화를 다루는 자연과학이며, 위험 요소를 분석해 조언해주는 통계학이라고 한다.

극도로 가난하고 어려운 누군가가 있다고 치자. 운명론으로 돈복이 없다거나 남편복이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그 사람이 살 수 있겠는가?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 사람이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가족, 친구 등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가운데 그 사람의 기질과 장점을 찾고 모든 가능성 있는 비상구를 밝혀내는 것이 바로 ‘이철용 식 역술상담’ 이다.

“아흔 아홉 섬을 가진 사람이 한섬 더 가지려고 찾아오기도 하지만, 한섬도 없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오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든 비상구는 있어요. 죽으라는 법은 없거든요.

사주는 운명학이 아니라 관리학이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명문대에 들어가고,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잘나가는 실장님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한탄하다간 끝이 없다.” 고 말하는 이철용 씨. “사주는 운명학이 아니라 관리학이어서 팔자 사나운 듯해도 사주와 관계없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첫째는 절제요, 둘째는 웃음이요, 셋째는 보시”라고 말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절제만 잘해도 타고난 사주팔자를 좋게 만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 방법을 묻자 4가지를 주문한다.

억울한게 많은 세상, 분노할 일도 많다. 먼저 스스로 ▶화를 다스려야 한다. 화를 자기파괴나 남을 파괴하는 것으로 분출하면 있던 복도 달아난다. 그리고 ▶쾌락을 조심해야 한다. 문화예술을 즐기며 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신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 마약 등 쾌락을 금하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식탐도 버려라. 살기 위해 먹는 거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은 전도된 삶이다. “노름빚은 대줘도 먹는 빚은 대주지 말라.” 거나 “못 먹어 생긴 병은 먹여 치료하지만 많이 먹어 생긴 병은 화타도 못 고친다.” 는 말처럼 과식은 만병을 부른다. 그는 뷔폐며 고급 일식 한정식집에 갈 일이 많았던 국회의원 시절을 떠올리며 “정치 오래했으면 당뇨병 걸렸을 것 같다”며 손사래를 친다.

마지막으로 ▶말을 삼가라. 본인은 뒤끝이 없다며 하고 싶은 말을 다 쏟는 쿨한 사람은 상대에게 상쳐주기 쉬우므로 절제를 배워야 한다. 특히 말조심이 필요한 집단이 정치인인데, 청문화 한 번하면 능력을 보는 게 아니라 단점만 잡으려고 혈안이 돼 공격한다.
사주는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살면 복이 나간다.

이것말 잘하면 아무리 죽을 운도 살리는 기적이 나온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나를 보세요. 장애인에 가난하고 가방끈도 짧잖아요. 이 정도면 도저히 피울 수 없는 꽃인데 여기까지 왔고, 즐겁게 웃으며 살잖아요.”

젊음의 비결은 숨쉬기 운동과 꿀잠

머리를 박박 민 그의 모습은 4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이다. 어려서부터 불편한 몸에, 배고픔이 일상인 빈민운동을 잔뼈 굵도록 해오고, 옥살이까지 한 몸 치고는 너무 튼튼해 보인다.

“옥살이 중엔 건강이 나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그 한두 평 공간에서 할 수 있게 스스로 개발한 손가락 푸쉬업 운동을 꾸준히 했더니 나올 때 바깥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근육이 나왔다.”는 그는 운동이 제일가는 명약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굳이 돈 들여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도 맨손 맨발로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단다. 운동을 하다보면 힘들고 자연스레 숨이 가빠져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된다. 그가 제일 강조하는 부분은 숨이다.

삶은 숨으로 온다고 믿는다. 며칠 굶어도 살고, 다이아반지는 없어도 되지만, 숨은 잠시만 못 쉬면 죽는다. 숨을 천천히 깊이 마시고 삶의 회복을 도모하라고 강조한다.

“숨은 한의학에서 원기라고 하죠. 기를 회복하려면 제일 먼저 숨 쉬는 연습을 해야지, 비싼 보약 먹고 패키지 휴양지로 떠난다고 건강해지는 게 아니에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 심호흡만으로 해결이 안될 때는 모든 문제 다 내려놓고 바람 쐬러 가라고 말한다. 그 자신도 종종 혼자서 영종도나 무의도를 찾는 편이라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나면 근심이 쌓일 새가 없다. 사람이 하는 고민 중 대부분을 고민해봤지 해결할 수 없는 것인데 이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온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잠이다. “고급침대는 돈으로 사지만 꿀잠은 돈으로 못산다.”며 자신을 좀먹는 악 기운을 털어버리니 잠이 잘 오고 깰 때도 개운하단다.

건강은 제일가는 효도, 국가발전의 원동력

이렇게 맑게 사는 그이지만 젊어서 한때는 괴로운 생애를 마감하려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혹은 소중한 이에게 버림받아서, 상처가 곪아서 등 여러 이유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줄을 잇는데 그는 “인종차별이며 사기, 절도 등 범죄가 많지만 가장 큰 범죄는 자살”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내 몸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고? 건강은 제일가는 효도고, 국가 자원을 지키는 길이에요. 건강관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나라 전체를 위해 하는 거예요.”

“상처 난 조개가 진주를 잉태한다.”는 말이 있다. 아프고 힘든 사람일수록 더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내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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