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이병주 원장】
남편이 자기 몰래 에로틱한 사진이나 포르노그래피를 보며 자위행위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아내는 별로 없다. 그런데 반대로 아내의 자위행위를 본 남편의 반응은 어떨까? 남편도 아내에 대해 실망감을 느낄까?
대답은 의외로 “아니다.”가 많다. 아내의 자위행위를 본 남편들 중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성적 욕구와 흥분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포르노그래피 산업에서 남성 자위행위에 대한 상품은 없지만 여성 자위행위에 대한 상품이 많은 것이 이 사실을 잘 증명해준다 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남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남편은 아내의 자위행위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를 사랑하지 않나?’ 혹은 ‘나에게 만족을 못하나?’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라고 생각하며 불쾌해 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예민한(가명) 씨가 그런 경우였다. 그는 성생활에서 아내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었고, 그래서인지 별 문제없이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부부생활이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날 밤도 예민한 씨는 ‘여느 때처럼 열심히 애무를 하고 삽입 성교도 오래했으니 분명 아내가 만족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녘에 깨어보니 아내가 이불 속에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예민한 씨는 지금까지 아내가 자신과의 섹스에서 만족한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 모두 거짓이라는 생각에 심한 배신감이 들었다. 그 후 아내가 보기도 싫어지고 성생활은 더더욱 하기 싫어졌다.
이렇게 아내의 자위행위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남편들은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부부관계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예민한 씨와 같이 성생활의 초점이 아내의 성적 반응에 맞춰진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아내의 자위행위에 대해 남편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내 문제로 인해 생긴 아내의 성적 불만은 없는지부터 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아내와의 관계는 좋은지, 정신적 교감은 잘 이루어지는지, 아내의 성감대를 잘 알고 제대로 자극하는지, 나의 성기능에는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결책을 찾아 보완하면 된다.
이렇게 내 문제점을 찾아 해결한 후에도 여전히 아내가 자위행위를 계속 한다면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혼남자들의 대부분이 자위행위를 하듯 여자들도 자위행위를 하는 거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된다.
드물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내의 자위행위가 성욕이 떨어진 남편의 성적반응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 도움을 주는 사례도 있다.
여자가 자위를 하는 이유
한 조사에 의하면 일생동안 자위행위를 경험하는 여성은 60% 정도라고 한다. 그 중 결혼 후에도 지속하는 여성은 약 30%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기혼여성들이 자위행위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파트너와의 성관계에서 얻는 쾌감과는 다른 느낌을 얻고자 할 때다. 자신만의 적절한 자극과 조절, 그리고 환상을 곁들인 성적인 느낌은 남편과의 성관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뭔가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둘째, 남편과 성관계를 할 수 없거나 성생활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혼여성이 자위행위를 하는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면 우선 충분한 정신적인 교감 없이 육체적인 접촉만으로 섹스가 끝났을 때다. ‘여성은 위에서 아래로’라는 말이 있듯이 성교 전에 충분한 정서적인 관계가 이루어져야 육체적인 관계에서 흥분도 되고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이 자신의 성적 욕구만 채우려 할 때 아내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남편이 아내의 성감대를 모르는 상태에서 애무를 했을 때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런 경우 남편은 열심히 애무를 했다고 하지만 방법이나 내용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아내는 불만이 쌓이게 된다.
자위행위가 여성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
생리통을 완화시켜 준다
생리통은 자궁근육의 수축으로 인해 신경이 압박을 받아서 생긴다. 그런데 자위를 해서 흥분하게 되면 자궁근육이 이완되고 신경이 덜 압박받게 되어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그리고 흥분상태나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도파민이나 엔도르핀 등 천연 마약 성분의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통증이 줄기도 한다.
성적 욕구 불만과 성적 긴장을 해소시켜 준다
독신 여성의 경우, 성 파트너가 없고 문란한 하룻밤의 성관계를 원치 않는다면 자위는 성적 배출구가 될 수 있다. 또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주말부부이거나 배우자의 성욕이 낮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섹스를 할 수 없을 때 자위행위는 성적 긴장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
성감대 개발에 도움을 준다
불감증이거나 오르가슴을 잘 느끼지 못하는 여성의 경우 자위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성감대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찾은 자신의 성감대를 배우자에게 알려준다면 배우자와 더 멋진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은 성관계 시 파트너가 알아서 자기의 몸을 만져주고 오르가슴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르가슴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여성 자신에게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고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하나의 방법이 자위인 것이다. 자위는 자신의 몸을 알고 이해하게 해주며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