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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현의 행복테라피] 생명을 갉아먹는 번아웃증후군 탈출백서

2017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94p

【건강다이제스트 |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하나현 원장】

“선생님, 저는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너무 무기력해져요.”

“휴일만 되면 퓨즈가 끊어져요.”

지난 10월 오랜 추석연휴를 보내고 나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직장을 다니고 난 후 처음으로 긴 휴식시간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쉬고 나니 정말 자신의 원래 컨디션으로 회복되었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나도 번아웃증후군?

탈진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증후군은 어떤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다 타고 재만 남은 것이다. 번아웃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도 다 쓰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데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우리 몸도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혹시 나도 그럴까?

☞ 번아웃증후군 체크리스트

1. 아침에 눈 뜰 때 첫 느낌, 자신이 근사하다는 마음이 드세요?

2. 기억력이 옛날 같지 않고 깜박깜박하세요?

3. 전에는 그냥 넘길 수 있었던 일인데 요즘 더 짜증이 많이 나고 화가 잘 참아지지 않나요?

4.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으신가요?

5. 이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무미건조하고 삶의 행복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 위 번아웃증후군 테스트 질문 중 2개 이상 해당된다면 번아웃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퓨즈가 끊어진 느낌 들기도…

극도의 피로감이 쌓이면 누구나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데 어떠한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 무관심해지고 만사 귀찮은 기분이 되거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때론 너무 게을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기도 한다. 심지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도 귀찮아진다. 몸도 마음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움직일 수가 없다. 휴일만 되면 많은 직장인들은 ‘퓨즈가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는 이유다.

직장인이라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매일 이어지는 야근으로 완전히 ‘파김치’가 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우울증, 수면장애, 불안장애가 유발될 수도 있고 인지능력 저하로 업무효율도 떨어진다.

번아웃증후군의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량을 꼽을 수 있다. OECD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의 4분의 1 이상을 일하며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수직적인 위계질서, 경쟁적 분위기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경쟁적인 직장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 과중한 책임감으로 업무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일중독에 빠져들고 에너지를 채울 시간이 없어 결국 지치게 된다.

번아웃증후군 탈출백서

우리나라를 일러 과로사회라 부르기도 하는 현실에서 번아웃증후군에 노출된 사람은 늘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더라도 번아웃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번아웃증후군은 소리 없이 내 생명을 갉아먹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하는 방법을 실천해보자.

1. 눈을 감고 1분간만 심호흡에 집중하자

최근 호흡에 대해서는 워낙 많이 알려져서 오히려 그 효과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정말 효과가 좋은데 너무 많이 들어본 방법이라 가치를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효과가 좋으니 꼭 해보자. 눈을 감고 잠시 호흡에 집중하면 뇌파가 안정되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도 충전될 수 있다.

2. 눈을 뜨고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자

요즘 하늘이 어떤지 바라본 적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꽤 팍팍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낮하늘이든 밤하늘이든 좋다. 잠시 그 공간과 공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지고 여유를 느낄 수가 있다.

3. 잘 챙겨먹자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친다. 그러니 몸을 위한 시간도 가지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들, 천연재료로 만든 요리들을 먹고 기운을 차리자. 좋은 음식은 실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대신 에너지를 내겠다고 카페인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

4.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멈추자

경쟁도 잠시 내려놓고 자기를 다그치는 채찍질도 잠시 내려놓아 보자. 내려놓으면 완전히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내려놓자. 그리고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너 참, 여기까지 잘 왔다.”

5. 마음이 당기는 것을 찾아라

필자는 얼마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100년 만에 찾아온다는 기나긴 추석연휴를 보내고 나서부터다. 그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이 충전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득, 정말 문득 떠오른 생각이 ‘그림을 그려볼까?’였다. 어릴 적부터 종이접기며 찰흙만들기며, 그림그리기 같은 미술을 좋아했는데 그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그 느낌이 떠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던 그 느낌이 말이다. 좌뇌만 줄기차게 썼는데 아마 뇌가 충분히 쉬면서 우뇌가 살아났나 보다. 그 길에 당장 달려가 그림물감들과 도구들을 샀다.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매일 그림을 그리니까 그 시간이 정말 기다려지고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나를 위한 ‘취미’이자 충전시간이다.

취미가 꼭 그림그리기일 필요는 없다. 일단은 하루 날을 잡아 충분히 쉬고 그때 내가 정말 뭘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을까를 떠올려보자. 취미가 꼭 거창하고 생산적일 필요도 없다. 취미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고 나와 있다. 마음이 당기는 멋과 맛을 찾아보자.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없다면 이것저것 시도를 해서라도 만들어보자. 이미 취미를 가져본 유경험자로서 말하자면…꽤 행복하다.

1400년 역사의 은행나무 (외부링크)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신비의 은행나무 (이미지 : 외부링크)

이런 그림을 본 적 있는가? 이건 중국에 있는 1400년 된 은행나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바닥에 황금을 흩뿌려놓은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봄, 여름 열심히 살았던 은행잎들이 여물고 저물고 낙엽 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나무는 휴식기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낙엽이 양분이 되어 나무는 또 살아갈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낙엽을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 편안하게 쉬고 다시 생명을 피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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