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현아 기자】
【도움말 | 희망재무설계 이천 대표】
‘도대체 그렇게 번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4050세대 중 이런 생각을 한 번도 안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누구나 돈을 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보낸 후 어느 날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통장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쉰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이든 주머니를 채웠던 돈다발이 한순간 쓰윽 빠져나간 느낌에 빠진다. 새해에는 내게 들어온 돈을 철통 같이 막아야 한다. 20∼30년 벌어서 소득 없는 30∼40년을 보내려면 돈 새는 구멍을 막아야 나중에 비참한 일을 겪지 않는다. 짠돌이, 짠순이로 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어디로 새는지도 모르고 ‘누가 내 돈을 (다른 사람의 통장으로) 옮겼을까?’ 의심하지도 말자는 얘기다. 새해 1월 1일에는 재무 목표를 세우고 재무 설계도 해야 한다. 그래야 12월 말에 총결산을 하면서 쓴웃음을 짓지 않는다. 돈 새는 습관을 막기 위한 노하우를 취재했다.
1. 내가 쓰는 돈이 얼마인지 파악하라
<왜 내 월급은 통장을 스쳐가는 걸까?>(지식너머刊)를 쓴 희망재무설계 이천 대표는 “수입과 지출액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우선 외식비, 옷값 등 항목별로 내가 쓰는 돈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적 소비를 해야 한다. 지출은 눈높이를 낮추고 저축은 눈높이를 높여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돈을 많이 번다고 많이 모으거나 적게 번다고 적게 저축하는 것은 아니다. 이천 대표의 말처럼 돈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돈 새는 구멍만 막아도 돈이 모인다. 수익률 대박을 꿈꿀 것이 아니라 기본을 등한시하지 말라는 얘기다.
돈 관리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 가계부다. 지출 항목이 명확히 보이니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합리적인 저축을 하려면 미리 예산을 세우고 소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2. 소비 지연을 생활화하라
소비를 통제할 줄 모르고 돈을 불리는 데만 관심을 가지면 돈 모으기에 실패한다. 무조건 아껴쓰라는 것은 아니다. 쓰고 싶은 것과 안 써도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소비 금단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소비 지연, 만족 지연을 실험해보라. 새해야말로 이를 실험해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돈을 모으고 싶으면 두세 달은 소비 지연을 결심하고 지출을 통제해보라. 새봄이 오면 구입하겠다고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천 대표는 “소비의 미덕은 국가나 기업이 하는 이야기일 뿐, 개인은 절제가 미덕”이라며 “고도 성장기는 이미 끝났다. 저성장 시대에 적응하려면 신용카드는 잘라버리고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3∼6개월이면 소비 패턴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매일의 지출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한 달을 결산해보면 ‘허걱’ 놀란다. 소비 지출 심리에도 ‘닻 내리기 효과’가 작용한다. 사람들이 어떤 값을 추정할 때 초기값에 근거해서 판단하는 것을 가리킨다. 닻을 내린 곳에 배가 머물듯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 닻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이천 대표는 “매달 100만 원을 지출하는 A와 200만 원을 지출하는 B는 소비 지출에 대한 정신적 닻의 위치가 다르다.”며 “실현 가능한 예외는 정해두되 세세한 지출 내역을 파악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소비 지출 습관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 옷을 사러 갔으면 옷만 사라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가 소비를 불러 충동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축을 하려면 할인점에 가는 횟수부터 줄여야 한다. 소비자가 순진하면 판매자의 치밀한 판매의 덫에 걸려 잠깐의 기쁨을 위해 애초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다소 익숙하지 않은 용어 중에 ‘디드로 효과’가 있다. 하나의 물건을 갖게 되면 그것에 어울리는 다른 물건을 계속 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제품 간 조화를 추구하는 사람의 욕구가 소비에 소비를 불러 충동구매로 이어진다. 예컨대 양복을 사러 갔으면 다른 물건에는 눈길을 돌리지 말고 양복만 사야 한다. 괜히 기분에 휩쓸려 불필요한 넥타이나 셔츠를 사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가격에 대한 착시 현상도 막아준다. 가령 70만 원짜리 양복을 살 때 3만 원짜리 넥타이, 7만 원짜리 셔츠는 상대적으로 값싸 보인다.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싸게 느끼도록 만들어 쉽사리 구매로 이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4. 강제 시스템을 동원하라
의지가 약하면 강제 시스템을 동원하라. 돈이 들어오면 은행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적금이 빠져나가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강제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용도별로 통장 쪼개기를 하면 효과적이다. 생활비 통장을 포함해 생활비의 3∼6배를 넣어둔 비상금 통장, 명절 지출액을 넣어둔 비상금통장을 만든다. 열심히 저축하는 자신을 칭찬해주기 위한 보상통장도 만드는 게 좋다. 보상통장은 평생 여가 전용통장이다.
평소 생활하면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만 따로 관리하는 통장도 필요하다. 통제가 되지 않는 지출은 별도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면 효과적이다. 가령 여성은 옷값, 화장품값, 명품 가방 구입비를 저축하는 통장을 별도로 만들고 주당은 술값 통장을 만들면 된다. 고정 지출은 아니지만 매달 돈을 일정액씩 모아 지출하는 보상통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으면 카드 일시불로 긁거나 할부로 사지 말고 돈을 모아서 사는 게 바람직하다. 샤넬 가방이 400만 원이면 한 달에 40만 원씩 10개월 저축해서 사면 된다. 명품 가방을 사려고 돈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마시멜로 실험’으로 입증된 만족 지연을 할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통장 쪼개기는 저축에서도 요긴하다. 매달 100만 원짜리 정기적금을 들지 말고 30만 원, 30만 원, 40만 원짜리 적금을 세 구좌 들어서 만기의 기쁨을 누리면 저축 근력이 몸에 밴다.
5. 금융 지식을 쌓아라
사실 돈 모으기가 돈 지키기보다 쉽다. 통장에 쌓인 돈을 잘못 굴리면 물거품이 된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지식이 부족해서 ‘묻지마’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보험, 펀드도 잘못 가입하고 주가연계증권(ELS)도 한방에 날리는 식이다. 수익률이 나쁜 부동산이나 펀드는 일찌감치 정리하는 것도 기술이다. 보통 마지막에 몰려 정리하는데 적절한 시점에서 새롭게 판을 짜는 게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저축용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의 원칙은 뭘까? 이천 대표는 “목적과 기간이 중요하다. 2년 안에 반드시 돈을 써야 한다면 원금 보전이 중요하므로 은행 적금에 넣어야 한다. 15년 이후 쓰게 될 노후자금을 저축할 때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금리가 3%대에 불과하므로 2∼3년가량 시간 여유가 있으면 적립식 펀드를 드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상품은 복리와 비과세, 강제저축 기능이 있으니 노후자금 저축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목돈을 굴릴 때는 안전한 상품과 투자 상품을 혼용해야 한다. 1억 원을 벌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려도 반 토막을 내는 데는 3개월도 안 걸릴 수 있다. 목돈의 60∼70%는 안전성 위주로 관리하되 30∼40%는 ELS나 펀드, 채권 같은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천 재무설계 전문기업인은 (주)희망재무설계 대표로 있다. ING생명을 거쳐 재무설계 전문기업인 와이즈에프엔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대학,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산관리 교육과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왜 내 월급은 통장을 스쳐가는 걸까?>(지식너머 刊)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