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주부 진소라 씨(33세)는 최근 남편과 냉전 중이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더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정관수술을 받으면 발기부전에 동맥경화까지 생긴다고 하더라.”며 진 씨에게 난관수술을 권하면서 불거졌다. 진 씨는 “난관수술을 받으면 만성요통이나 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며 남편에게 정관수술을 독촉했다. 이 부부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PART 1. 아내의 영구피임을 위한 난관수술
【도움말 |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
인생에서 출산과 육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개 결혼한 부부는 자녀 몇 명을 낳아서 어떻게 기르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종종 계획과는 다르게 ‘실수’로 아이를 줄줄이 낳거나 뱃속의 아이를 낙태하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를 많이 낳아 경제적으로 곤란해지거나 들어선 아이를 낙태해 몸과 마음이 아픈 경험을 하는 것 모두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만든 피임연구회와 바이엘쉐링제약은 지난해 임신중절 시술을 1회 이상 받은 20대 이상의 한국 여성 4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 등의 불안정한 자연 피임법을 쓰는 여성이 67%로 가장 많았다. 특별히 피임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13%에 달했다. 임신중절을 2차례 이상 한 경우는 56.5%. 이유는 ‘더 이상 자녀를 원치 않아서’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워서’가 많았다. 더는 출산 계획이 없을 때 영구피임으로 알려진 난관수술은 무엇일까? 주부 진소라 씨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전신마취, 신체적 부담 커…
난관수술은 양쪽 난관의 일부를 묶고, 잘라내는 방법이다. 난관수술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복강경을 이용한 난관 결찰(동여매기), 작은 개복수술 후 난관을 결찰 하는 방법이 있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는 “난관수술은 전신마취 하에 복강경이나 개복수술로 난관을 결찰해야 한다.”며 “마취로 인한 합병증, 수술 합병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처 부위의 염증, 난관 결찰 부위의 출혈, 복강경 수술 시의 주위 장기의 손상이 있을 수 있다. 수술 후에는 자궁외 임신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
그밖에 성관계는 상처 부위가 다 아물고 환자의 컨디션이 회복된 후에 가능하다. 대개 한달 후부터 하는 것을 권한다. 성관계 시 여성의 성감이나 성욕 감퇴 문제는 관계없다.
수술 후에 임신 계획이 다시 생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복원도 가능할까? 이임순 교수는 “가능하기는 하다.”며 “개복해 미세한 난관을 현미경 수술로 이어줘야 하므로 성공률이 60~80%고, 힘든 수술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비용 부담은 어떨까? 과거 산아제한을 국가 목표로 두던 시대에는 난관수술과 정관수술을 무료로 시행한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저출산 시대에 맞춰 정부 차원에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임순 교수는 “요즘은 난관수술이 아니어도 피임방법이 많이 나와 있다.”며 “난관수술 같이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인 피임방법은 추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이라면 피임효과가 확실한 먹는 피임약을, 남성은 콘돔을 추천한다. 출산을 더 이상 하지 않거나, 장기간의 피임을 원하는 경우에는 자궁내 장치인 구리자궁내장치(루프)나 호르몬 함유 자궁내장치(미레나)를 권한다.
이임순 교수는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피임연구회 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저출산대책소위원회 위원장, 국제가족계획연맹(IPPF) 아태지역 실행이사, 아태피임협회 실행위원.
PART 2. 남편의 영구피임을 위한 정관수술
【도움말 | 순천향대병원 비뇨기과 송윤섭 교수】
반대로 남성이 하는 대표적인 영구피임술인 정관수술은 무엇일까?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수정관을 막는 방법이다. 수정관의 일부분을 절제한다. 그렇더라도 정자의 이동 통로를 막을 뿐 정자의 형성 자체를 막지는 못하기 때문에, 정자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동하지 못하고 곧 죽어, 몸에 흡수된다. 피임 효과는 높다. 99%의 성공률을 보인다.
순천향대병원 비뇨기과 송윤섭 교수는 “수술은 난관수술에 비해 상당히 간단하다.”고 설명한다. 우선 수술부위를 국소 마취한다. 고환이 들어있는 음낭을 절개한다. 곧 수정관이 드러나면 이를 묶거나 자른 뒤 봉합해 수술을 마친다. 약 10분 전후의 단시간에 끝난다. 간혹 수술부위가 다시 붙어서 수술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수술 후 정액 내의 정자 수를 검사하여 수술 성공 여부를 확인한다. 난관수술에 비하면 고통도 거의 없고, 합병증도 적다. 전 세계에서 정관수술로 인한 사망률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수술 후에는 보행이 가능한 것은 물론 앉아서 일하는 각종 근무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승마, 자전거 타기, 격렬한 운동은 2~3일 피하도록 한다. 성관계는 생각이 있을 때 하면 되긴 하지만 초기에 격동을 하면 출혈 가능성이 있다. 5~7일 후에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너무 오래 금욕하면 성 생식기의 위축이 와서 발기부전으로 오는 성교불능증에 빠질 수가 있다. 쓰지 않으면 녹이 스는 것은 곳간에 버려둔 호미나 낫뿐이 아니다. 장기금욕은 심인성 발기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녹슬지 않게 성관계를 유지해 준다.
주의사항으로 기억해 둘 것은 수술 즉시 피임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남아있는 정자가 있어 10회 정도는 콘돔이나 피임약 같은 피임을 해야 한다. 11회째의 사정액은 검사를 해 무정자임을 확인해야 한다.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난관수술보다 훨씬 저렴하다.
남자로서 끝인가? “정력 감퇴 없어”
정관수술을 고민하는 남편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정력이다. 과연 정력 감퇴가 될까, 안 될까? 송윤섭 교수는 “수술 후에도 정력을 지배하는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고환 속의 간질세포에는 변화가 없다.”며 “정력 감퇴는 오해”라고 밝혔다.
남자의 정력은 20대에 최고에 도달해 30세까지는 그대로 간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줄기 시작한다. 정력과 성욕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수술 탓은 아니다. 다만 수술을 강요당하거나 정력이 나빠질 거라고 스스로 불안해하는 건강염려증이 있으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력뿐 아니라 성감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전신 건강에도 하등 변화가 없다.
혹시 복원수술이 필요하다면? 절제술로 잘려나간 수정관을 다시 이어 붙이는 방법을 쓴다. 복원율은 90%에 이르는데 실제 개통률은 50%로 본다.
송윤섭 교수는 “물론 난관수술보다는 복원율이 높긴 하지만 자연 상태 보다는 성공률이 떨어지므로, 정관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단순히 자녀 사이의 터울을 갖기 위해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송윤섭 교수는 대한남성과학회 이사,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이사, 대한비뇨기과학회 편집위원,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연구이사다. 2010년 IBC 100명 건강 전문가, IBC 21세기 2000명 지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