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단혜아동청소년상담센터 최용주 소장】
5살 힘찬이 엄마 이연주 씨는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뜨면 겁부터 난다. 힘찬이 유치원 친구 부모의 항의 전화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힘찬이는 걸핏하면 유치원 친구들을 때린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힘찬이를 슬슬 피하고 따돌리는 눈치다. 남편과 돌아가며 때리지 말라고 화를 내고, 장난감으로 달래 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들은 둘째 계획은 없냐고 물어보는데 힘찬이 한 명도 감당하기도 힘들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연주 씨처럼 아이의 문제 행동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부모가 많다. 문제 행동은 다양하다. 고집을 부리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를 때리는 등 주위에 피해를 줘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다. 365일 졸졸 따라다니며 못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아이의 문제 행동 해결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문제행동, 불편한 마음 때문이야~
말을 못하는 아기는 배가 고프면 울어서 젖을 달라는 사인을 보낸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행동을 잘못됐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는 한시라도 빨리 배고픔을 달래주려고 애가 탄다. 아이의 문제 행동도 젖을 달라고 우는 아기와 마찬가지다.
단혜아동청소년상담센터 최용주 소장은 “아이의 문제 행동은 대부분 무언가 불편하다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부모는 이러한 아이의 심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리 있게 말로 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엉뚱한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도덕성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낸다면 바른 생활을 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최용주 소장은 “이때 부모는 아이의 도덕성을 키우는 데 필요한 양육 방침이라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끈기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제 행동 유형별로 대처 방법을 정리해봤다.
황소고집·떼쟁이! 고집불통 우리 아이 SOS
떼쓰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는 흔하다. 이런 아이의 행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안 돼! 못해!”를 연발하며 아이와 힘겨루기를 하기가 쉽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최용주 소장은 “주체성이 생기고 있는 만 2~3살 아이에게는 떼를 쓰듯 스스로 무엇이든 결정하려고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때는 스스로 하게 내버려두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구분해주면 된다. 되는 것은 빨리 들어주고 안 되는 것은 빨리 포기하게 한다. 아이가 왜 고집을 부리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고 무조건 윽박만 지르면 반발심만 키운다. 고집을 부린 이유를 찬찬히 들어보고 고집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최용주 소장은 “가끔 아이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등 자해를 하면 그 행동을 못하게 하려고 금방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부모가 있다.”며 “이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는 그렇게 하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해서 문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대형마트나 슈퍼에 가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울어도 마찬가지다. 주위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창피해서 사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급한 불부터 끄려고 지금까지 했던 반응과 다른 반응을 보이면 안 된다.
거침없이 하이킥! 친구를 때리는 우리 아이 SOS
아이가 맞고 오는 것도 속상하지만 때리는 것도 역시 난감한 일이다. 아이가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집에서 보고 배웠을 가능성이 크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물건을 던지는 일, 화가 나면 물건에 화풀이를 하는 일을 보고 자란 아이는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보복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기 때부터 부모가 먼저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친구를 때렸다면 왜 때렸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그 다음에는 어떤 상황에서든 친구를 때리는 것은 안 되며, 대화로 자신의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면 물건을 던지거나 친구를 때리는 것으로 에너지를 분출할 수도 있다. 최용주 소장은 “이런 아이라면 집보다 밖에서 뛰어 놀게 해줘서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던지거나 때리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공이나 다트처럼 건전한 놀이기구를 사주는 것도 좋다.
반면 친구에게 맞고만 있는 아이도 있다. 이럴 때 “바보같이 왜 맞고 왔냐?”며 “참지 말고 같이 때려라.”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최용주 소장은 “같이 때리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같이 싸우라는 말 대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어야 한다. 친구에게 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게 하고 그래도 때릴 때는 주변의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라고 말해준다. 만약 아이의 몸집이 왜소해서 자꾸 놀림과 장난의 대상이 된다면 태권도, 축구 같은 운동을 시켜서 체력과 자신감을 키워준다.
양치기 소년 탈출! 거짓말 하는 우리 아이 SOS
거짓말은 습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거짓말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상상놀이를 자주 하기 때문에 가끔 상상과 현실이 구분이 안 돼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말은 문제 될 것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 들킬까봐, 남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반드시 교정이 필요하다. 부모의 첫 대처가 중요하다. 처음 거짓말을 해서 들켰을 때는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준다. 진실을 말해준 용기를 칭찬하고 아이가 했던 거짓말이 왜 나쁜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양치기 소년 같은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최용주 소장은 “도벽은 거짓말과 함께 나타나기 쉬운 문제 행동”이라며 “훔친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찰서에 신고를 하겠다는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훔친 이유를 들어준 다음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타이른다. 아이가 이유에 대해서 솔직히 말을 하지 않거나 도벽이 반복된다면 전문 상담센터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혹시 돈을 뺏기고 있거나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돈을 쓰고 있다면 부모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들을까 무서워! 욕쟁이 우리 아이 SOS
취학 전 아이라면 욕의 뜻도 모른 채 따라 하기 쉽다. 욕을 하면 놀라거나 관심을 갖기 때문에 그 반응이 재밌어서 자꾸 욕을 하곤 한다. 이럴 때 반응이 없으면 재미가 없어져서 그만하게 된다.
학교에 가게 되면 욕이 공격의 한 가지 방법이고,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아이에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욕 대신 다른 말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화났다, 속상했다, 짜증났다 등 욕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말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 또 욕을 했을 때는 관계가 좋아지지 않고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최용주 원장은 “부모도 혹시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과 대화할 때 습관적으로 욕을 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