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NLP 트레이너 박진희】
요즘 특목고 입시 문제 유출사건이 발단이 되어 서서히 연결 고리가 밝혀지고 있는 학원가와 특목고 간의 검은 유착관계에 대한 교사들의 양심선언을 듣게 되었다.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이런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일을 감행하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경험 속에 무엇이 각인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점수만 올리고 보자는 식인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자였을까? 글쎄, 벌써 수년 동안 이 연결 고리가 형성되었다는 데 지금껏 조용했다는 걸 보면 그렇게 합격한 학생들에게 각인된 경험은 ‘어떻게든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나만 붙으면 장땡’이라는 가치관이 은연중에 심어졌을 것이며,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갖게 될까를 추측한다면 소름까지 끼칠 정도다.
NLP 심리학에서 각인은 신념을 형성하는 아동기에 겪은 중요한 경험을 말한다. 어린 시절에 우리가 형성하게 되는 신념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우리가 잊고 있던 충격적이거나 혼란스러운 경험으로부터 형성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부모나 선생님들과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각인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자각해야 한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경험은 내 생활의 한 부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당시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보던 시대여서 입시 준비를 치열하게 했고, 그다지 최우수한 편이 아니었던 내 성적 때문에 부모님은 담임선생의 권유로 담임 선생의 집에서 과외를 하도록 했다. 어느 날 밤 문제 중심 공부를 했는데 다음 날 일제 고사에 많이 나왔고, 그 결과 나는 당시 70명이 넘는 우리 반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다크 호스로 담임의 칭찬을 듣고 석차 순으로 자리바꿈까지 하게 되어 내 일생에 가장 창피한 일등의 자리에 앉혀졌다.
내 귓가에 쟁쟁하던 아이들의 비웃는 소리, 입 삐죽거림, 당시 또래 아이들보다 더 나이 어린 나로서는 나날이 힘들었다. 연달아서 나를 미워한 누군가의 소행으로 내 신발이 없어져 버리고….
내가 일등 할 정도로 성적이 올랐다고 담임선생이 자화자찬을 해서 부모님은 선의의 선물을 보냈는데, 그 이후 담임의 나에 대한 편파적 배려는 더욱 나를 짜증나게 했다. 그러나 어렸기에 감히 그 대단한 선생에게는 말도 못해보고 겨우 생각해 낸 발상이란 것이 거짓말이었다. 부모님께 담임선생이 여름방학동안 보충 수업 때 나는 빠지라고 했다며 어떻게든 학교에 안 갈 궁리를 했었다. 이상하게 여긴 부모님이 연락해 보시고 금방 들통이 나버렸지만, 어리고 무력한 내가 반항할 길은 일부러 수업태도 나쁘게 해서 주위 산만하게 하고 만화책보고 하는 것이었는 데도 담임은 그런 나를 감싸고 웃고 편들기만 해서 더욱 반 친구들의 눈총을 따갑게 느꼈다.
그러던 중 정말 나를 미워하고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긴 분노를 가진 몇 명의 우수한 아이들이 모여 요즘 말로 다구리라는 것을 당했다. 그 때의 내 모습은 지금도 생각하기 싫다. 여러 명이 빙 둘러서서 아무 영문도 모르는 나를 모두 한마디씩 욕설하고, 정말 영화 속에 나오는 인민재판 식으로 나는 알 수 없는 일들을 증거라며 들이대며 머리를 잡아당기고 몸을 밀치고… 그야말로 바보처럼 말 한마디도 할 수도 없었고 겁에 질려 눈물만 흘리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그 사건이 각인이 되어 누군가와 갈등 상황 속에 있게 되면 그 자체를 피하고 싶고 힘이 빠지고 그 날처럼 무력해진 나 자신이 되어 기절해버린다. NLP심리학을 공부한 후 재각인(Reimprinting)을 통해 많이 극복해 냈지만 아직도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갈등상황이 오면 두려움이 앞서서 몸이 아파버리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오면 얼른 놓아버리고 양보해 버리고 피한다.
또한 교직에 있을 때에도, 또 누군가에 의해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안에도 언제나 내 마음 속에서 자각하고 있는 것은 내 뒤통수가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나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어린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인되고 있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탐욕과 물욕에 분별력이 마비된 어른들의 부도덕성 때문에 올곧게 함양되어야 할 청소년들의 신념과 가치관, 더 나아가 그들의 정체성까지도 정말 염려가 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