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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석의 이달의 에세이] 외모· 능력 열등감 훌훌~ 극복법

2010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꽃물호

【건강다이제스트 |? 전남대 의대 정신과 이무석 교수】

‘못 생겨서 난 안 돼!’ 외모 열등감

외모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타고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 체격 좋고, 얼굴 예쁘고, 옷차림이 세련된 사람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외모에 자신 있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존감이 높다. 뚱뚱하다고 놀림 받고 키가 작다고 무시당한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외모에 대한 것이다. 눈, 코, 가슴 등에서 외모 열등감을 많이 보인다. 다음 사례를 참고해보자.

S부인은 30대의 사업가다. 아주 유능한 사업가였는데 한 달째 일도, 잠도,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고 했다. 원인은 남편의 외도 때문이었다. 남편도 사업가였는데 술집 여자와 외도를 했다. 용서를 비는 남편을 S 부인은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용서했다.

그러나 머리로는 용서가 되었지만 마음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남편의 퇴근이 늦어지기라도 하면 갖가지 상상이 떠올라 괴로웠다. 남편과 그 여자의 상상이었다. 날이 갈수록 화는 더 치밀고 마음은 걷잡을 수 없었다. 남편이 증오스러웠다. 그래서 상담을 받던 어느 날 S 부인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오늘까지 잠시도 제 뇌리를 떠나지 않고 저를 괴롭히는 생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건요… ‘고년은 눈이 클 거다’예요.”

‘고년’은 남편이 바람피웠던 술집 여자였다. S 부인은 눈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던 것이다.

이 눈 열등감은 어릴 때 생겼다. 그녀에겐 세 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동생은 언니보다 말도 빨리 배웠고, 학교 다닐 때는 공부도 잘했다. 명절 때는 가족들이 동생을 중심으로 둘러앉아서 “노래 한 곡 불러봐라.”라며 박수를 쳤다.

여동생은 아빠 눈을 닮아 눈이 쌍꺼풀지고 예뻤다. 그에 비해 S 부인은 어머니 눈을 닮았다. 눈이 와이셔츠 단춧구멍만 하다고 여겼다. 보기에 그렇게 작은 눈이 아니었는데 S 부인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린 S는 나름대로 결론을 얻었다. ‘동생은 눈이 예뻐서 사랑받는 거야.’ 그리고 마음속에 하나의 공식을 갖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은 눈 큰 애한테 다 빼앗길 거야. 나는 눈이 작으니까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었지만 이 열등감의 공식이 S 부인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외모 열등감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고년이 눈이 클 거야.’ 하고 괴로워했던 S 부인은 자신을 지배해왔던 마음속의 ‘열등감의 아이’를 만났다. ‘눈 큰 아이에게 사랑을 빼앗길 것’이라는 자기 마음속의 공식도 이해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집요하고 위력적인가’도 이해했다. 이런 소중한 깨달음 뒤에 자존감이 회복되었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 특성이지만 외모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은 유별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남의 거울에 비친 나를 나로 착각하지 말자. 세상에는 다양한 거울들이 있다. 깨진 거울도 있고, 찌그러진 거울도 있다. 더러워진 거울도 있다. 이런 거울들은 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가 없다. 거울은 자기 식대로 나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 모습을 지나치게 찌그러지고 더러워진 모습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이 모습을 그대로 내 모습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자존감을 유지할 수 없다.

어릴 때 당신에게는 아버지 거울, 어머니 거울, 선생님 거울, 친구 거울 등 다양한 거울들이 있었을 것이다. 어릴 때는 비판능력이 없어서 그 거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지 못했다. 거울이 깨진 것을 보지 못하고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이 깨진 것이고 믿었다. 그래서 비난의 거울, 무관심의 거울, 비교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위축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관심을 끌 아이가 못돼. 나는 엄마의 마음에 드는 아이가 아냐.’ 그리고 ‘형에 비해서 나는 무능해.’라는 열등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어릴 때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남의 거울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컸다. 지적인 성인이 되었다. 이간을 전체 상황 속에서 이해할 만큼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이제는 수동적으로 남의 눈치만 보지 말자. 깨진 거울에 비친 깨진 당신의 모습만 보지 말고 당신을 비추어 주고 있는 거울이 온전한지 아닌지를 평가해보기 바란다. 나를 평가는 전권을 남에게 위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

‘아무리 노력해도 난 안 돼! 능력 열등감

‘나는 무능해’ ‘나는 승진도 못하고 항상 이 모양이야’

학생들은 성적이 올라갈 때 자존감을 느낀다. 직장인들은 연봉이 높아질 때 자신감이 생긴다. 능력에 의한 자존감은 객관적이고 가시적인 성공을 이룰 때 얻는 자존감이다. 이런 자존감은 남들이 보기에 성공했다고 생각될 때만 치유된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이룰 때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기 가치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자기 가치감은 연봉이 떨어지거나 하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자존감의 근거를 능력에 두는 사람들의 문제는 능력이 감퇴되었거나 경쟁자에게 추월당했을 때 자신을 무가치하게 보는 데 있다. 다음 사례를 참고해보자.

어느 날 아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M은 시기심과 분노로 부글부글 끓었다. 임원회의에서 자신이 낸 의견이 거부당하고 부하직원 S의 의견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M은 그날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샘이 났다. 왜 그런 생각을 못했는지 한심스러웠다.

‘역시 난 아무리 노력해도 이거밖에 안 돼!’

자신은 수준 미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S가 처음은 아니었다. 설득력이 있는 사람을 봐도 열등감을 느꼈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을 만나도 자신은 머리가 나빠서 유머 감각이 없다고 열등감을 느꼈다.

M과 같은 경험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잘 나가는 동료 때문에 분통이 터지는 직장인들이다. 잘 나가는 동료에 비해 자신이 너무 못나고 무능력하게 보여서 괴롭다. 이런 이들은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유년기에 패배의 경험은 없었는지? 그리고 알아야 한다.

사실 전능한 사람은 없다. 경쟁에서 늘 이길 수도 없다. 살다보면 지는 게임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건강한 직장인은 나름대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우며 산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존감을 유지하며 산다. 그것이 건강한 인생이다.

이무석 박사는 전남의대를 졸업했고 정신분석학 연구의 대가이다. 국제정신분석학회가 인정한 국내에 5명뿐인 국제정신분석가이기도 하다. 현재 전남대 의대 정신과 교수로 인간 내면을 이해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비전과 리더십 刊 02-2078-3442) 중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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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권 3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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