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그리고 꿈이 이루어지길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꿈을 위해 부단히 달려나간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이무석 명예교수도 가슴 한구석에 소중한 꿈을 안고 살았다.
정신과 의사가 되고, 아빠가 되고, 교수가 됐어도 그 꿈은 언제나 가슴 한 켠에서 그의 열정을 끓어오르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국내에서 네 번째로 ‘국제정신분석가’ 자격을 취득한 정신과 의사, 이무석 교수. 그의 머리가 한창 희끗희끗하게 셀 때쯤인 2007년의 일이다. 그러나 그 꿈이 이뤄지자 더 큰 꿈이 생겼다. 자신이 땀 흘려 배운 정신분석학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료하고 싶은 꿈이다.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학교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정신과 의사, 무의식을 탐구하다
국제정신분석가. 생소한 분야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에는 딱 5명만이 존재하므로. 이무석 교수가 그 중 한 명이다.
그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정신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평소 정신분석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심층 심리, 무의식 분야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그는 정신과 의사가 된 후에도 정신분석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실제로 정신분석 공부는 환자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정신분석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는 “정신분석은 사람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무의식 때문에 오랫동안 상처를 담고 살고, 열등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무의식은 성격, 행동을 좌지우지한다. 따라서 상처 입은 무의식을 발견해 그것을 빨리 극복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흔히 힘든 일을 겪거나 나쁜 일을 했을 때는 마음이 아파서, 슬퍼서, 또는 창피해서 우리 자아는 그 기억을 억누르려고 애쓴다.”고 밝히고 “그때 그 감정에 관한 무의식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 무의식 때문에 자신을 항상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는 열등감이 싹트기 쉽다. 그 무의식의 지배 아래 우울증, 정신분열 등 정신질환에 시달릴 수도 있다.
정신분석가는 상담을 통해 환자를 무의식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우울하고, 열등감에 빠지고, 마음에 병이 든 무의식을 찾아내 통제가 가능한 의식의 세계로 데리고 나온다.
무의식, 행복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
무의식이 만든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설명이 쉽지 않다. 이 교수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성을 예로 들었다.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형 때문에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한 아이가 있다. 무슨 일을 하건 아버지의 꾸중만 들을까 봐 불안하기만 했다. 그 아이는 커서 한 회사에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고, 일 처리 능력도 뛰어났다. 그러나 자신은 능력이 없을까 봐 늘 불안했다. 사장이 아버지처럼 느껴져 인정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후배가 칭찬을 받으면 뒤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했다.
이 교수는 “이런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스스로 무의식 속의 어릴 적 아이로 돌아가 열등감의 뿌리를 이해하고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다면 자신을 괴롭혔던 무의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의 상담과 분석으로 새 인생을 찾은 사람은 적지 않다.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무의식 때문에 고통 받았던 사람들은 이 교수를 ‘제2의 인생을 살게 한 은인’, ‘짐을 내려놓게 만든 은인’이라고 표현한다. 그를 찾은 사람들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는 자신의 도움으로 새 인생을 살게 된 사람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힘이 솟는다. 그리고 치료해줘서 고맙다는 말에 “자신이 더 고맙고, 더 기쁘다.”라고 대답하곤 한다. 정신분석가가 될 자격도 이런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얻었다. 정신분석가가 될 수 있는 자격 중 하나가 바로 올바른 인성이다. 그래서 심층 인성 면담을 통과해 정신분석가 후보생 자격을 얻었고,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해 개인 정신분석도 받았다. 정신분석가가 돼서 가장 좋은 점도 “350시간의 정신분석을 통해 나의 정신도 건강해졌고, 이제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더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꼽는 그다.
마음을 관리하면 건강도 뒤따라와
국제정신분석가는 국제정신분석학회에서 인정하는 자격이며 학회가 인정한 정신분석연구소의 수련 과정과 서류 심사, 인터뷰, 이사회 통과, 총회 승인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또한 한 나라에 국제정신분석가가 5명 이상이어야 자체적으로 양성 교육을 할 수 있다. 이 교수가 후보생일 때만 해도 국내에서는 교육을 받지 못했으므로 런던과 샌디에이고를 오가며 교육을 수료해야 했다.
힘겨운 타향살이를 버틸 수 있었던 건강비결은 테니스로 단련된 체력이다. 15년 동안 테니스를 한 그는 “테니스 실력은 자신이 없지만 테니스가 건강을 지켜준 건 확실하다.”며 웃는다. 최근에는 이사하면서 테니스 코트와 멀어지자 종목을 자전거로 바꿨다. 광주천 옆에 조성된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 예쁜 꽃, 하얀 새 등 차로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여 행복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결코 건강할 수 없으므로 항상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에서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한 일은 빨리 해결해야 스트레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는다. 특히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은 스트레스의 강도가 크므로 가능하면 빨리 화해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을 연구하고 분석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말에 그는 “무의식을 탐구하는 것은 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답한다. 무의식을 정복해야 무의식을 치료하는 길이 생기므로 정신분석학 발전은 꼭 필요하다는 것. 이런 그가 있기에 우리나라 정신분석학의 미래는 밝을 것이 분명하다.
이무석 교수가 추천하는 ‘내 마음 다스리는 법’
● ‘성공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치는 현대인에게… 목표 지향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동시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없어서 조바심이 날 때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보자.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자. 그리고 천천히 해보자.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안단테 칸타빌레(악보에서 천천히 노래하듯이 연주하라는 말)’ 같은 자신만의 특별한 주문을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어렸을 때 상처를 받을 정도로 패배한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보고,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채운다면 그것이 건강한 인생이다. 어떤 일에 성공하거나 잘 끝내면 자신에게 상을 줘라. 맛있는 것을 먹어도 괜찮고,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사는 것도 좋다.
● 외모 열등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외모 열등감은 누군가의 평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당신의 외모를 남과 비교하거나 비난해도 그 말에 휘둘리지 말자. 그런 평가를 하는 자도 완벽한 자는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을 발견하자.
● 학벌 열등감 때문에 자신 없는 현대인에게… 학벌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학벌 자체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나는 창피한 인간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학벌 열등감이 심하면 학교에 다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학벌 한 가지로 자신을 평가하기보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