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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의 행복테라피] 갑질 논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16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초록호

【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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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황을 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 이후에도 몽고간장 김만식 전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미스터 피자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 등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상황이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갑질을 하는 이들이 사건을 은폐하기가 용이했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SNS 시대가 되면서 한 번 소문이 나면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종편을 비롯해서 보도채널이 늘어나면서 회사 차원에서 언론을 관리하기도 불가능하다.

물론 을들의 대처도 많이 변했다. 과거 힘들던 시절에는 직장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었다. 그때는 갑이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었기에 대들 수가 없었다.

더러워도 어쩔 수 없이 참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는 을이라고 마냥 참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것도 모르고 지나친 갑질을 하다가 호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갑질의 횡포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갑질에 대한 을들의 똑똑한 행동강령은 어떠해야 할까?

참거나~ 끝장내거나~

갑질 때문에 누군가 고민을 토로하면 흔히 무조건 참으라거나 혹은 무조건 끝장을 보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우선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어차피 화를 내도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무조건 참고 보라고들 한다. 참는 것이 유리한 이유를 나름 합리적으로 제시하고는 한다. 물지도 못할 거면 짖지도 말라는 말처럼, 파토를 낼 생각이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참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그 입장이 되면 어떠할까? 답답해서 견디지 못할 것이다. 무책임한 충고다.

참지 말고 대들라는 조언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꼽고 더럽지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상사에게 대들고 사표를 쓰고 나오면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갑질하는 고객과 싸웠는데 오히려 내가 개념 없는 주인으로 소문이 나서 손님이 뚝 끊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갑질하는 거래처에 더 이상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했다가 주문이 중단되면 어떻게 직원들 월급을 줄 것인가?

인간은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놓이면 무조건 복종하거나 무조건 한판 붙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상황과 성격에 맞춰서 대처해야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는 다음을 명심하자.

1. 일단 한 번은 참아보자.

2. 내 주장 한 번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지?않는다.

3. 마냥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4.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자.

1 일단 한 번은 참아보자

갑질이라고 하지만 그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욕을 하거나 때리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비난의 경우 누가 하느냐,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평소에 나를 아끼던 이가 어쩌다 한 번 심한 말로 나를 비난하는 경우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평소에 친절하던 단골이 어쩌다 한 번 심통을 부리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법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누군가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지 못한다. 즉 갑질도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상대적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갑질로 느껴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럴 만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갑질의 대상이 자주 되는 이가 있다. 그럴 때는 내가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아닌가 한 번 스스로를 살펴보자. 그리고 반복적이 아닌 경우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일단 한 번 참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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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주장 한 번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인간은 상대가 만만할수록 더욱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갑질을 하는 이 중에는 처음부터 욕설을 하거나 신체적 폭력을 사용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서서히 갑질의 강도가 증가하는 양상이 더 흔하다. 처음에 누군가 나를 무시하는 듯 할 때 그냥 넘어가면 그 다음에는 심한 말을 듣게 된다. 심한 말을 들었을 때 그냥 넘어가면 그 다음에는 욕설을 듣게 된다. 욕설을 들었을 때 그냥 넘어가면 그 다음에는 신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즉 처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유난히 남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남 탓하는 능력이 없는 것이다. 누가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 무조건 상대방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신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엄청난 보복을 당할 것 같아 두렵다.

물론 엄청난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그냥 겁이 나서 그러는 것이다. 나를 주장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싫기에 자신이 참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갑질을 한다면 아주 작은 반항이라도 해보자. 앞에서 못하겠다면 뒤에서 욕을 해보자.

3 마냥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거래처의 갑질, 상사의 갑질, 고객의 갑질 등등 참다 보면 한계에 부딪힌다. 그런데 한계에 부딪히면 우리의 머리는 둔해진다. 생각이 둔해지면 챙길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그만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수모를 참아도 그것이 꼭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다. 수모를 참는다고 해서 대가가 따르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수모를 참고 인내한 것에 대한 보상이 있다면 남들이 뭐라고 하건 참는 것도 방법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당하면 당할수록 더 당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을 정해야 한다. 이 선을 넘어가면 그때는 더 이상 참으면 안 된다. 그리고 어차피 그만둘 바에는, 어차피 관계를 끝낼 바에는, 어차피 더 이상 거래하지 않을 바에는, 어차피 그 손님을 다시는 받지 않을 바에는 이제야말로 비로소 제대로 자기주장을 해야 한다. 만약에 면전에서 따지는 것이 골치 아프다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된다. 백마디 말보다 한 장의 내용증명 서류가 상대방을 더욱 두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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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자

갑질을 벗어나고 또 다른 갑질의 희생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자존심이 강해서 상사가, 고객이 안하무인으로 대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때려치웠다. 그런데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마음이 약한 이 역시 마찬가지다. 도저히 당해내지 못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봤는데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는 한다. 내가 현재 가진 능력으로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과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사람이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상황이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열악한 곳에서 일해야 하는 이들은 그만큼 처지가 고단한 이들이다. 남을 배려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시하는 이들이 적은 곳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추건, 경력을 쌓건, 자격증을 따건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갑질을 당하면 나에게 못되게 구는 이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갑질을 하는 고객보다는 친절한 고객이 더 많다. 갑질을 하는 거래처도 있지만 나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거래처도 있다. 갑질을 하는 교수도 있지만 학생을 인격적으로 배려하는 교수도 있다.

갑질을 당하면 지금 내가 있는 곳, 내가 처한 상황, 내가 대하는 이들이 최악이고 앞으로도 최악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그런 생각이 계속되다 보면 갑질의 종착역은 우울증이다. 이럴 때는 일단 우울증에서 회복되기 위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에서 회복이 되고 조금만 더 견디다 보면 최악의 순간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만둘 때는 그만두더라도 일단 우울증이 회복되고 그만둬야 한다. 우울증일 때 그만두면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도 요구하지 못한다. 나중에는 바보처럼 그만둔 것이 억울해서 더더욱 억울해지고는 한다.

이러한 우울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갑질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갑질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유념하자.

1. 일단 한 번은 참아보자.

2. 내 주장 한 번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3. 마냥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4.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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