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화제의 프로그램 MBC <인간시대>, SBS <사랑의 징검다리>를 연출하며 국민들에게 눈물과 온기를 전해 준 사람. 버섯ㆍ김치ㆍ숲과 숯 등 자연 건강에 초점을 맞춰 쉽고 소박한 건강법을 나눠 온 사람. 바로 그 주인공 윤동혁 PD를 만났다. 그의 사람 냄새 나는 건강비결을 들어본다.
작정하고 서울 강남을 떠나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윤동혁 PD는 강원도 횡성에 터전을 잡았다. 원래 제주도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서울에 살았지만 도무지 서울에 정이 가지 않았다. 소음 가득하고 스모그 자욱한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늘 흙냄새, 풀냄새 나는 시골이 그리웠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자라나는 아이들 교육은 물론 생계를 위해 직장도 계속 다녀야 했다. 답답한 현실에서 그가 생각한 절충안은 서울과 가장 가까운 시골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항상 일을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인 그는 자산 가치가 날로 상승하고 있던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과감히 팔고 횡성에 통나무집을 지었다. 지금은 그 아파트가 시가 10억 원을 훌쩍 넘었다고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 매일매일 시골 숲에서 얻은 천연보약 값을 치면 그것보다 더 나간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평생 살 생각을 하고 좋은 원목을 써서 정성 들여 지은 횡성 집은 서울의 콘크리트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스럽다. 집은 논과 밭, 낮은 산, 작은 개울을 주변에 끼고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10가지도 넘는 새소리는 어느 고급스런 연주회보다 감미로운 음악이 된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아침햇살과 저녁노을, 밤 별빛을 바라볼 때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세상의 갈등과 고통, 슬픔과 까마득히 멀어진다.
맨발로 숲길을 걷는 행복
윤동혁 PD는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다. 남들은 이 나이면 당뇨ㆍ고혈압이나 위ㆍ간ㆍ폐 등 각종 장기가 나빠져 제 몸과 씨름하며 약을 챙겨 먹는 일이 흔하다. 그는 지금껏 성인병이나 위험한 큰 병 한 번 걸린 적이 없다. 불규칙한 생활과 스트레스로 평균 수명이 다른 직종에 비해 짧기로 악명 높은 언론사에 오랫동안 몸담았음에도 여전히 쌩쌩하다.
“촬영 시작하면 정신없이 바빠요.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고, 고생한 팀원들과 회포를 풀기 위해 술도 많이 마시죠. 규칙적이고 절제하는 생활이 좋은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저처럼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도 많아요. 그런 경우엔 처한 환경에 맞춰서 건강을 챙겨야지, 남과 똑같이 하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됩니다.”
야근, 2ㆍ3교대, 외근, 출장 등이 잦은 현대인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출퇴근과 휴식이 일정하지 않은 자신의 상황에 한숨만 쉬고 있다면 스트레스가 착착 쌓이게 된다. 윤동혁 PD는 규칙적이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자신처럼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비결은 숲을 가까이 하는 일이다.
나무는 벌목인이 도끼를 들고 자기를 자르러 올지라도, 쓰러질 때까지 그늘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죽은 양 한 마리를 땅에 묻으면 그냥 썩어 버리지만 도토리 한 알을 땅에 묻으면 세월이 지나 커다란 참나무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윤동혁 PD는 “음이온이니 피톤치드니 하는 화학적 성분도 중요하지만 굳이 어려운 과학적 원리를 근거로 대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나무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되고, 그런 감정에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의 취미는 쉽고 돈도 들지 않는 맨발 산책이다. 헐렁한 옷에 맨발로 천천히 오솔길을 걷다보면 흙의 촉촉함에 마음이 편해진다. 요즘 같은 날씨엔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에 발이 시릴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전적으로 혈액순환의 문제라는 것이다. 맨발로 걸으면 모세혈관 기능이 강화되고, 발이 시리지 않는다.
맨발로 걸으며 나뭇잎 사이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온몸을 시원하게 쓸어내려 개운해진다. 그는 “하늘과 땅 사이에는 우리가 배운 지식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몸은 전기처럼 보이지 않는 에너지들이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는 성능 좋은 안테나다.
접속 불량 상태가 되면 지지직거리면서 화면이 사라지는 텔레비전을 떠올려 보라. 우리 몸이 스트레스와 혼잡함으로 균형이 헝클어지면 에너지 흐름이 엉킨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는 “기운이 빠지거나 아플 때 나무에게 구원요청을 해보라.”고 추천한다. 향긋한 냄새로 몸을 감싸주며 기분 좋게 풀어줄 것이란다.
흔하고 소박한 것들의 아름다움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주던 방송국에 사표를 내고, 시골로 내려와 <푸른별영상>이라는 프로덕션을 만들어 독립한 뒤 수입은 크게 줄었다. 그 대신에 원하던 자유와 전원생활을 얻었다. 시골 생활을 꿈꾸면서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움과 쓸모를 영상에 담아온 그에게 지금의 삶은 자신의 이상과 현실을 맞춘 절묘한 그림이다.
그는 나이는 들었지만 예전보다 더 신나게 일한다. 올해 2월부터 자연 다큐멘터리 ‘제주버섯-고향을 말하다’를 제작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제주도를 찾았다. 한겨울 눈밭에서 촬영을 시작해서 한여름 폭염과 비, 모기에게 시달리며 일했다. 방송은 12월 19일 ‘SBS스페셜’을 통해 볼 수 있다. 그 틈틈이 고려인삼의 효능에 관한 프로그램도 제작해서 방송했다. 그의 영상제작물에 진귀한 물건이나 값비싼 치료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우리 주변의 소재를 담는다. 그런데도 그의 제작물은 번번이 화제가 되고 트렌드가 된다. 한국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던 ‘버섯, 그 천의 얼굴’이 그랬고, ‘숲의 신비 피톤치드’나 ‘희망식탁’도 마찬가지다.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귀한 생명과 연결시킨다. 이렇듯 정보와 감동이 있는 제작물을 만드는 힘은 자연친화적인 일상에 있었다.
빠르고 복잡한 현대인들에게 잊고 지냈던 자연의 의미와 가치를 환기시켜주는 윤동혁식 자연 다큐멘터리. 앞으로도 건강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자연과 친해지는 길을 터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