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하나현 원장】
“친구는 전세금 빼서 리플로 1억 원을 벌었고, 아는 사람은 비트코인으로 700만 원을 벌었다는데….”
회사원 A 씨는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으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일해 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은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고 자부했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허무함에 괴롭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풍조다. 광풍처럼 불어 닥친 비트코인 열풍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명암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른바 ‘비트코인 우울증’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는 어떠해야 할까?
‘비트코인 블루’…왜?
가상화폐로 큰 돈, 그것도 예상 밖의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면서 ‘코인 우울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명 ‘비트코인 블루’라고도 불리는 이 우울증 현상은 ‘상대적 박탈감’이 두드러진다. 투자하지 않은 사람은 ‘나는 투자 안 하고 뭐했나?’하고 후회하면서 돈을 번 사람과 그렇지 않은 자신을 비교하며 박탈감,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두드러지는 현상은 ‘근로의욕 저하’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가면서 열심히 일해도 월급은 통장을 스치기만 한다. 그래도 언젠가 다가올 멋진 날을 꿈꾸며 일했지만 단 3주 만에 몇 백만 원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묵묵히 일한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상화폐로 돈을 벌었다고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닌가 보다. 한 대학생이 말하기를 단 100만 원으로 2000만 원을 벌고도 ‘겨우 2000만 원밖에 못 벌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때 더 투자할 걸’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가상화폐 열풍은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나 못 번 사람이나 다 괴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마음 밑바닥에는 가상화폐 투자가 ‘흙수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온라인을 다루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그래서 ‘비트코인’에 열광했다. 희망을 걸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겠구나.’ ‘나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하고 폭락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와르르 무너지는 사태를 겪었다. 연봉을 모두 날렸다고 하는 이도 있고, 등록금을 잃었다는 대학생들도 쏟아져 나왔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분노 폭발로 세면대를 부순 인증샷이 떠도는가 하면 파이팅 구호에 가까웠던 ‘가즈아’가 ‘한강 가즈아(한강에 투신하자)’로 바뀌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큰 그림에서 봤을 때 개인의 모습과 사회의 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 노력보다 요행을 바라는 심리, 한탕주의, 도박에 가까운 투자심리 등 목적 없는 수단만을 향한 무서운 욕망이 그것이다.
개인의 정직한 노력만으로는 ‘성공’이란 것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의 표현이기도 했고, 우리 사회 전체가 방향을 잃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시대의 분노에 대한 타협점 모색해야
가상화폐 투자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정부 규제에 대해서 쏟아지는 젊은이들의 비난도 참 의미심장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제목으로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습니까?”라고 올라왔고 22만 명이 참여했다.
한 대학생은 “이제껏 기성세대들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고서는 우리가 벌려니까 배가 아픈 것 아니냐?”며 분노를 토로했다. 시대에 대한 분노다. 신분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없다고 느껴지는 현실은 차가웠고, 가상화폐라는 보이지 않는 동전에 투영된 젊은 세대들의 신분 상승의 욕망은 뜨거웠다.
단지 한 세대의 광기에 가까운 열풍이기만 한 것이 아닌, 그 이면의 심리를 볼 수 있을 때 사회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광기는 어쩌면 ‘결과’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지 못한 비애, 일의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한 혼란, 정직한 노동만큼 결과로 얻어지지 않는 좌절, 금수저 세상을 부추기지만 금수저를 꿈꾸지 말라는 세상의 이중성 등이 원인이 되어 젊은 세대와 그 세대가 살아가는 세상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다. 그들 탓만 할 수도, 세상 탓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출구 없는 불길은 결국 출구를 찾으려 하거나 맹렬하게 타다가 꺼지고 말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열풍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결과만 다스린다면 또 언젠가는 똑같은 현상이 반드시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광풍 속에서 우리는…
개인이 해야 할 부분은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언젠가 어느 지인이 필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런 말을 했다. “나는 100억 원이 생겨도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에게 일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때 그분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추후에 정말 그렇게 하느냐 아니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일단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남달라 보였다.
물론 지금 그런 의미를 찾기에는 삶이 너무 각박할 수도 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해볼 질문이다. ‘나는 100억원이 생겨도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그리고 사회가 해야 할 부분은 이 사회에 짙게 깔려 있는 불평등, 불공평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알고 있다. 너무나 막연하고 두루뭉술한 이야기라는 걸.
허나 어쩌겠는가? 하늘에 별이 너무 많으면 구름처럼 보이듯이, 문제가 너무 많으면 그냥 하늘의 구름 지적하듯 하는 수밖에(하늘에 별이 너무 많으니까 별 하나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구름처럼 보였다).
세상은 어찌되었든 정반합을 거치면서 계속 진화해오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현재의 이러한 사회적인 현상을 마주하게 되면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또 성숙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