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연세건우병원 조승배 원장】
얼마 전 등산을 하다가 무릎을 삐끗한 50대 황용덕 씨는 무릎 뒤쪽이 아프고 힘이 풀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MRI 검사 결과 무릎 뒤쪽 연골이 손상됐다며 관절내시경 치료를 권유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은 들어봤지만 관절내시경은 생소했다. 의사는 요즘에는 다 관절내시경으로 치료한다며 황 씨를 안심을 시켰다. 하지만 건강검진할 때 쓰이는 내시경이 어떻게 손상된 연골을 치료할 수 있는지 알쏭달쏭하기만 한 황 씨. 그는 지금 관절내시경이 못 견디게 궁금하다.
관절내시경 수술 점차 늘어
어떤 부위 수술이든 절개는 최소화하고, 회복은 빠르며, 부작용은 줄어들 수 있게 진화를 거듭해 왔다. 관절내시경 수술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에 진단용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된 관절내시경은 진단뿐 아니라 각종 관절질환 치료에 쓰이고 있다. 병원에서도 관절내시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으면 대부분 그것을 선택할 만큼 보편적인 치료법이 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08년에는 3만 7453명이었던 관절내시경(무릎관절, 어깨관절, 팔꿈치관절, 고관절 관절내시경) 수술 환자 수가 2012년에는 6만 575명으로 크게 늘었다.
관절내시경은 얇은 관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넣어 관절 속을 들여다보는 내시경이다. 5mm 정도만 구멍을 뚫듯 절개하며 모니터를 통해 관절질환 속을 직접 들여다본다. 관절내시경 수술을 할 때는 보통 두 군데를 절개한다. 한 곳은 관절을 보여주는 내시경을 넣고, 나머지 한 곳에는 치료 기구를 넣는 것이다.
연세사랑병원 강남점 관절센터 조승배 부원장은 “관절내시경 수술은 무릎관절, 어깨관절, 발목관절, 고관절 등에 주로 쓰인다.”며 “요즘에는 기술의 발달로 팔꿈치, 손목 같이 작은 관절로 들어갈 수 있는 관절내시경도 나왔다.”고 설명한다.
관절내시경 어떤 치료 할까?
관절내시경 수술이 가장 흔한 부위는 무릎이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하면 손상된 부위를 다듬거나 꿰맬 수 있다. 따라서 손상된 무릎 연골·연골판·인대, 끊어진 십자인대, 관절염 등의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연골판은 한번 찢어지면 자연적으로 잘 낫지 않는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걷거나 움직이면 연골판이 더 찢어지고 상하게 된다. 연골판이 손상되면 연골도 상하게 되고 이는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나이가 젊어도 퇴행성관절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관절내시경으로 정확히 연골판과 연골 손상을 진단해 빨리 치료하면 관절염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승배 부원장은 “이밖에도 관절내시경을 이용하면 무릎관절 종양 치료, 연골판 이식, 관절 안을 돌아다니는 유리체 제거 등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깨 관절내시경으로는 오십견 치료를 할 수 있다. 오십견은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의 염증 때문에 관절운동이 크게 제한돼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자연적으로 치료되기도 하지만 관절내시경을 통해 딱딱하게 굳은 부분을 미세하게 절개해주면 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관절내시경으로 파열된 어깨 힘줄을 봉합하고, 습관적으로 어깨가 빠지는 증상도 치료할 수 있다.
조승배 부원장은 “관절내시경은 발목의 연골 재생술, 손목터널증후군 치료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설명한다.
MRI도 못 찾는 원인 내시경으로 찾아내
관절내시경의 가장 큰 장점은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직접 관찰할 수 있어, MRI나 CT로도 찾지 못한 관절 통증의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 연골 손상이 적으면 MRI 촬영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돋보기처럼 고배율 확대가 가능해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조승배 부원장은 “간단한 수술이라면 수술 시간이 20분 이내이며, 구멍을 뚫듯 좁은 부위를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절개하는 부위가 적어서 출혈이나 감염 후유증,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기존의 절개 수술에 비해 입원기간과 몸이 회복되는 기간도 짧다.
조승배 부원장은 “회복 기간이 기존 수술보다 짧긴 하지만 그렇다고 금방 무리해도 되거나 재활을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고 조언한다. 큰 통증이 없어도 무리한 운동이나 동작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수술 후 회복될 때까지는 주변 근육을 쓰지 않아서 약해져 있으므로 전문가가 일러준 방법대로 재활을 성실히 해야 한다.
또한 연골, 연골판 등은 손상이 심할수록 재생이나 회복이 어려우므로 꼭 관절내시경이 아니더라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빨리 받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내시경은 경험 많은 의사에게~
조승배 부원장은 “관절내시경 수술은 시술처럼 간단하게 보이지만 숙련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며 “가능하면 관절내시경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내시경이 보내는 영상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며 치료하는 법을 익히는 적응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관절 진단 내시경 고려해보세요~!》
– CT, MRI 등의 정밀검사로도 관절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
– 관절(주로 무릎)에 물이 차는 경우
– 양반다리로 앉았을 때 무릎 안쪽이 아프거나 어긋난 느낌이 있을 때
– 무릎 뒤 오금이 당기거나 잘 펴지지 않을 때
– 걸으면 무릎에 피로감이나 통증이 느껴질 때
– 평소 무릎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
– 무릎에 무게가 많이 실리는 일을 하는 사람
조승배 원장은 연세건우병원에서 스포츠 손상, 관절내시경, 연골재생술, 인공관절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관절경 전임의를 역임했으며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외래 부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