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미세먼지가 연일 위용을 떨치고 있다. 미세먼지를 조기사망과 중대 질병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건강학적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조직의 변성을 유발하고 구조를 변화시키는 활동성 염증 유발 입자이다. 그 위험성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위협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폐부터 혈관까지 속수무책
미세먼지가 폐 속으로 침입하면 연쇄적인 염증 악순환을 일으킨다. 우선 종양괴사인자 알파, 인터루킨-1 베타 등의 염증 인자를 증가시키고, 전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체내의 염증반응을 촉발시킨다.
세포막, DNA, 그 외의 세포 구조가 미세먼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화학적·생리적 변성을 일으키고, 곧 그 세포는 기능을 잃거나 변질되고 만다. 변형된 세포는 돌연변이 변화를 일으켜 암세포로 진행된다.
미세먼지는 인체의 에너지대사 통로인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비염, 기관지염을 악화시키거나 천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피부질환을 악화시킨다. 방콕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세먼지는 알레르기결막염의 발생을 증가시키고,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결과적으로 시력을 저하시켰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발생이 3% 증가하였으며, 뇌졸중 등의 발생률도 5% 정도 증가할 정도로 뇌심혈관계 손상을 가중시킨다.
미세먼지는 염증반응을 통한 활성산소 유발로 우리 몸의 세포와 혈관, 면역계를 공격하는 총체적인 위협요인이며, 조기사망의 중요인자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인체가 미세먼지와 맞닥뜨리는 세 가지 관문에서 우리는 미세먼지를 차단할 최적의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1. 호흡 차단막
들어오는 통로에 방어막을 설치한다. 호흡통로 방어막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물리적 방어막에 주력한다. 이때의 주요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세먼지를 피해야 한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생 시 자연환기는 자제한다. 음식 만들 때처럼 미세먼지가 많이 생기게 되는 경우에는 주의보 발생 시에도 환기를 한다. 미세먼지가 줄어들면 규칙적으로 자연환기 한다. 하루 3번 이상, 가급적 오전 10~오후 5시 사이에 환기하고 도로나 차고가 없는 방향의 창문을 최대한 열어 맞바람을 받으며 환기한다.
자연환기 여건이 안 될 경우는 공기청정기 등의 제품을 활용한다. 미세먼지는 습도에 약하므로 실내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실외활동 시 마스크, 보호안경, 모자 등을 착용하며 외출 후에는 세면을 자주하고, 흐르는 물에 코를 자주 씻도록 한다.
미세먼지 황사 마스크를 사용한다. 현재 가장 확실한 차단법이다.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의약외품, KF80 혹은 KF94 표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사용자의 얼굴 크기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이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소형 크기의 제품을 착용하면 된다. 차단력이 우수한 제품이라도 밀착력이 떨어지면 얼굴과 마스크 틈 사이로 미세먼지가 그대로 유입되기 마련이다. 마스크로 턱부터 코까지 완벽히 가리도록 하고, 양손으로 코 부분이 밀착되도록 코 지지대를 눌러주며, 공기가 새지 않는지 체크하면서 안면에 밀착되도록 조정한다. 마스크는 일회용이다. 한 번 쓰고 재활용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둘째, 미세먼지가 덜 발생하는 조리법으로 전환한다. 조리 중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레인지후드를 켜고 창문을 연다. 구이나 튀김요리를 할 때는 덮개를 씌운다. 조리 시에는 조리대에서 떨어져서 발생하는 연기를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조리하고 난 뒤 조리기구와 재료는 최대한 빨리 정리한다. 조리 후에는 창문을 30cm 이상 열고 15분 이상 자연환기 한다.
셋째, 담배연기는 이차피해를 가속화시킨다. 담배는 피우지도 말 것이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 주위의 간접흡연 그리고 담배 핀 사람의 호흡이나 옷에서 떨어지는 3차흡연에도 주의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가정이나 직장 등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가글을 해서 구강 내의 담배연기를 제거하거나 옷에 묻은 담배연기를 터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호흡법도 중요하다. 대체로 입호흡을 하는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코로 숨 쉬면 불순물이나 세균이 콧물이나 코털로 걸러져 감기나 갖가지 전염병에 감염될 확률이 낮아져서 여러 오염원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사실 사는 환경에 따라 음식을 통한 독성물질의 흡수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 흡입량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코의 점막과 코털, 콧물은 미세먼지를 일차적으로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한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거나 코로 다시 내쉬도록 힘들더라도 연습을 해본다.
2. 혈관 차단막
초미세먼지는 혈관을 파고들어 이차피해를 일으킨다. 혈관 방어막은 미세먼지가 만드는 염증반응을 중화시키고 독소를 빨리 배출하는 쪽으로 집중한다. 이때의 주요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세먼지를 해독시키는 음식들을 규칙적으로 섭취한다. 미세먼지에 맞설 수 있는 음식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잘 유지하여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각종 염증을 감소시키는 음식이다. 비타민 C, E와 베타카로틴, 셀레늄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다. 폴리페놀, 카테킨, 비타민이 함유된 제철 과일과 채소를 항상 즐겨야 한다. 하루 섬유질 섭취량을 30g 이상으로 유지하라. 특히 브로콜리나 귤, 미역, 미나리처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음식이 도움이 된다.
둘째,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요하다.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몸에서 물은 세포 유지, 혈액순환, 노폐물 배출, 체열 발산, 체액의 산성도 유지 등의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미세먼지가 몸속의 노폐물로서 적절히 배출되기 위해서는 몸속의 에너지가 충분해야 하고 배출 기능이 원활해야 한다.
몸에 물이 부족하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몸속에 쌓인 미세먼지가 배출되지 않고 세포에 축적되어 각 기관이 제 기능을 못 한다. 소변색이 맑게 유지될 때까지 하루 2리터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라.
3. 소화기관 차단막
음식물 섭취나 호흡을 통해 소화기관으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면 장내의 염증물질이 증가하고 장 점막에 손상을 입혀 장 점막의 투과성이 변하면서 일부 혈액으로 미세먼지가 유입되기도 한다.
장 점막으로 미세먼지의 염증물질들이 투과되면 장염 등의 장 점막 자극현상과 혈관을 타고 돌면서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전신 염증반응이 나타난다.
더불어 미세먼지는 장내 세균숲의 균형이 망가지게 한다. 장내 세균숲이란 말 그대로 장 속에서 세균들이 식물이나 동물들처럼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세균숲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인체 방위군으로서 면역체계와 모든 장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 세균숲에는 대사물질을 생성하고 병원균의 생장을 억제하는 등 인간에게 이로운 효과를 내는 착한 세균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병원성을 나타내는 나쁜 세균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공존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과도하게 유입되면 장내 유익균의 힘이 약해지고 유해균의 힘이 강해지는 장내 세균숲 생태계의 파괴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로부터 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장누수증후군을 악화시켜 장 점막의 염증성을 강화시키는 식습관을 개선한다.
과식하지 않는다. 과식하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소화효소의 고갈 속도가 빨라진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식품첨가물이나 농약범벅 음식으로 효소의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각종 유해물질은 효소저항성을 증가시킨다. 소화가 되지 않은 첨가물들은 장 점막을 파괴한다.
지나치게 혈당이 높은 음식은 삼간다. 혈당이 높은 음식은 잘 소화되지 않고 남은 혈당 찌꺼기가 장으로 가서 장 점막의 누수반응을 촉진한다.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얼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를 구입한 경우,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가 식품에 달라붙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먼저 2분간 물에 담가 흐르는 물에 세척하고, 마지막 헹굼물에 식초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미세먼지 제거는 물론 세균 억제 효과도 있다.
긴 조리 과정은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킨다. 신선한 1차 식품, 조리과정이 길지 않은 살아있는 음식을 즐겨야 한다. 가공식품과 조리과정이 긴 음식 섭취를 줄이고 가급적이면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즐겨라.
둘째, 장내 세균총을 강화시키는 음식을 섭취한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이다. 마늘, 생강, 파, 양파, 부추, 브로콜리, 우엉 등에는 식이섬유와 해독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현미에는 비타민 B군과 비타민 E군, 미네랄, 식이섬유 그리고 각종 효소가 풍부하다. 현미는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비타민, 미네랄이 효소대사를 매개하고 풍부한 식이섬유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항산화효소이다. 노화는 활성산소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항산화효소는 먹어서 제공되는 항산화제와 더불어 우리 몸의 활성산소 방어시스템을 구축한다.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항산화효소 외에 음식에서 제공되는 최고의 항산화효소는 비타민 A·C·E와 셀레늄, 아연 등의 미네랄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소와 과일은 항산화효소의 역할도 하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도 되는 최고의 음식인 셈이다.
어느 날 불쑥 조기사망의 신종 원인으로 떠오른 미세먼지…여기 소개한 방어막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보자.
박민수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전문의 전임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우리아이 몸맘뇌 성장센터 소장, 대한비만체형학회 이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각교정 다이어트>, <내몸경영>, <건강경영>, <잘못된 입맛이 내몸을 망친다>, <31일 락다이어트습관>, <10년 젊게 10년 더 사는 지금 10분의 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