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물질도 시대에 따라 그 요구량이 변한다. 쌀과 고기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소위 3대 영양소라고 하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라는 에너지 영양소의 요구량이 많았으나 이 세 가지 물질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는 이들 물질을 대사하고 체내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의 역할이 커졌다. 넘쳐도 모자라도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적절한 조절이 건강의 핵심 관건이라 하겠다.
PART 1. 3대 영양소로 불리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3대 영양소로 불리며 그 중요성이 강조되어 온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에너지영양소로 분류된다. 생물학적으로 탄수화물은 열량으로, 단백질은 몸의 구성성분으로, 지방은 열량과 몸의 구성성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물질은 상호보완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물질로 변환되기도 하는 등 우리의 생명활동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이에 우리 몸은 뛰어난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단기간의 영양부족, 혹은 영양불균형의 문제는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속적인 영양부족, 혹은 영양불균형이 초래되는 경우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으니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PART 2. 너무 많이 먹어서 재앙이 된 사연
3대 에너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부족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일찍이 인류의 역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풍요의 시대가 부른 그늘 때문이다. 지천에 먹을 것이 넘쳐나면서 또 다른 재앙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밥 먹고 간식으로 빵 먹고 출출하다고 국수 한 그릇 뚝딱하면서 과잉 섭취된 탄수화물은 혈당이 널을 뛰게 하면서 우리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고기를 먹을 때도 2인분, 3인분을 한꺼번에 먹으면서 과잉 섭취된 단백질은 신장에 부담을 주고, 과잉 섭취된 지방은 우리 몸속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직을 병들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서 현대인 10명 중 7명은 비만으로 분류되고 있고, 당뇨 환자도 100만 시대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왜 문제가 될까? 고탄수 화물 식사, 고지방 식사, 고단백질 식사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본다.
PART 3. 고지방 식사의 위험한 덫
“고지방 식사가 관절염을 유발한다.”
“고지방 식사가 당뇨병은 물론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
“고지방 식사가 암 전이를 증가시킨다.”
고지방 식사와 관련된 질병·질환 발생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한 번의 고지방 식사도 간에 해롭다”는 보도까지 됐다.
실제로 고지방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인들은 많은 질병, 질환에 노출돼 온 것도 사실이다.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계질환까지 많은 질병들이 고지방식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말,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 다큐멘터리가 방송되면서 기존학술 이론이 송두리째 엎어질 위기가 찾아왔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법은 우리 몸의 주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 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체지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이어트의 적이 되었던 삼겹살, 버터, 치즈 등 고지방 식사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는 다이어트의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이때 대한내분비학회를 포함한 의학·건강 관련 국내 5대 학회에서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 열풍에 대해 실제로 지속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1년간 지속한 연구도 없으므로 실제로 체중 감량 효과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논란에서 우리가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지방의 누명’이다. 그동안 지방은 종류에 관계없이 건강을 위해서는 섭취를 줄여야 할 물질 중의 하나로 인식돼 왔다. 일부 올리브유나 오메가-3지방산을 제외하면 좋은 지방이 없다고 할 정도로 지방에 대한 인식은 건강에 있어서 마이너스 물질로 취급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 의학·건강 관련 국내 5대 학회의 발표문에서도 식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포화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해서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방의 질에 대해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포화지방=건강의 적, 불포화지방=건강유지 및 증진물질로 분류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말이다.
2014년 출간된 니나 타이숄스의 <지방의 역설>은 포화지방이 우리 몸에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단, 포화지방 중에서도 분자나 원자의 변형, 혹은 인위적인 화학물질 첨가, 마가린 등은 제외식품이다. 진짜 버터, 치즈, 고기, 코코넛유와 유사한 천연식품 등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포화지방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버터나 치즈는 우유가 주원료이고 고기는 사육동물로부터 얻어지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물(소·돼지·닭·젖소 등)의 사육환경은 극도로 나빠져 비위생적인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포함한 다량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고지방 식사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할 것으로 보이지만 탄수화물 중독증보다는 그 폐해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고도불포화지방으로 분류되는 카놀라유나 콩기름의 경우는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니 섭취를 하지 않거나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이들 물질은 유전자변형(GMO) 농산물이 주원료이므로 장바구니에서 빼는 게 좋겠다.
따라서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포화지방은 나쁜 것, 불포화지방은 좋은 것으로 분류하는 것은 삼가야 하겠다.
☞고지방 식사에서 벗어나려면…
1. 육식 위주의 밥상을 육식과 채식의 조화로운 밥상으로 전환한다.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된 밥상은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우리의 경우 탄수화물 과잉섭취에 따라 여분의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저장돼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키므로 여기에다 고지방 식사가 가해지면 에너지 영양소 과잉에 따른 대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육식과 곡·채식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2. 양질의 지방을 섭취한다. 지방이라 해서 모두 똑 같이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를 잘못 해석해서 ‘고기를 많이 먹어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다이어트의 핵심은 고지방이 아니라 저탄수화물이다. 따라서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는 원칙이 우리 밥상에서도 적용된다. 문제는 양질의 포화지방과 양질의 불포화지방을 잘 선택해서 섭취하는 것이다.
3. 조심해야 할 포화지방, 중성지방, 불포화지방을 체크하라. 포화지방 중 버터(제대로 만든 것이나 발효과정을 거친 것)나 치즈, 코코넛오일을 주로 섭취하는 게 좋고 중성지방 함유음식인 마가린, 쇼트닝, 감자튀김 등과 같은 음식은 아예 차단한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인 카놀라유나 콩기름 등은 체내 염증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고, 주로 GMO(유전자조작식품)이며, 오메가-6계열이라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오메가-3계열의 들깨나 참깨, 아마씨유 등을 활용하여 건강을 챙기도록 하자.
PART 4. 고단백 식사의 위험한 덫
단백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체세포 성분으로는 귀한 물질일지 모르지만 에너지원으로는 하찮은 물질”이라는 것이다.
우리 몸은 단백질을 저장하지 않는다. 간에 약간의 아미노산을 저장하고 있을 뿐이다. 체내에 들어온 단백질은 생존에 필요한 효소·호르몬·체액 등의 성분으로 소모된다.
몸에 저장되지 않는 단백질의 특성 때문에 몸속에 많이 들어오면 처리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고 이것은 쓰레기가 되어 신장이 혹사당하게 된다. 결국 남아도는 단백질은 포도당신생합성 과정을 통해 당으로 전환되고, 혈당이 올라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단백질은 혈당이 부족할 때 에너지원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 확률은 아주 낮겠지만 탄수화물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 단백질은 포도당신생합성 과정을 통해 당분으로 전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필수영양소라는 것은 체내 합성이 불가능하여 외부에서 음식으로 공급해 줘야 할 영양소를 말한다. 여분의 단백질과 효율성 면에서 낮긴 하지만 여분의 지방이 탄수화물(당분)로 전환되어 사용되므로 학술적으로 필수영양소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 시도하고 있는 닭 살코기 다이어트는 밥이나 빵 등 탄수화물을 철저히 제한하는 상태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탄수화물이 충분한 상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단백 식사에서 벗어나려면…
1. 육식을 줄인다. 사실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포화지방을 섭취하는 것 말고도 단백질 섭취도 병행한다. 그래서 육식은 포화지방으로 인한 문제보다도 필요하지 않은 단백질 과잉 섭취에 대한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한다.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고 대사물질이 부족하면 간과 신장은 남아도는 단백질을 처리하느라 혹사당하게 된다.
2. 육고기 대신 생선과 조개 등을 단백질원으로 한다. 소나 돼지, 닭 등 동물사육환경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농약사료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육고기를 지방과 단백질 공급원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바다의 환경도 나빠져 가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아직까지는 고기보다는 생선과 조개 등이 낫다고 할 수 있다.
PART 5. 고탄수화물 식사의 위험한 덫
고지방 식사나 고단백 식사보다 가장 우려할 만한 밥상은 고탄수화물 식사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넘치는 탄수화물을 주체할 수 없어 수많은 질병·질환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우리 몸의 정상세포는 글루코오스와 지방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세균과 암세포는 지방산을 건드리지 못하고 오직 당분만을 먹이로 삼는다. 그것도 아주 효율이 낮아서 다량의 당분이 필요하다. 혈당을 낮추면 세균과 암세포가 힘을 못 쓰게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온통 혈당을 높이는 식품들로 가득 차 있다. 흰쌀밥부터 시작해서 면·케이크· 빵·과자 등의 밀가루 식품, 사탕 등의 설탕식품, 가공식품과 당도를 높인 과일에 이르기까지 온통 탄수화물 식품들뿐이다.
주위 환경이 이러한데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고탄수화물 식사를 오랫동안 유지하게 되면 당뇨·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 대사증후군성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대사증후군의 주요 증상이 널뛰기 하는 혈당이라서 그렇다. 과거와 같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식문화가 일반화 된다면 탄수화물 중독증으로 인한 질병·질환은 급격히 줄일 수 있겠으나 오늘날처럼 핵가족화, 사먹는 문화, 혼밥족 증가 등의 사회적인 요인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산업화된 탄수화물 중독증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스스로 깨달아 밥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탄수화물 중독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얻을 수 있겠다.
탄수화물 중독증을 예방하거나 치유하기 위한 핵심요소 몇 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혈당이 적절히 유지돼야 질병을 예방하는 면역세포가 힘을 얻어 열심히 일을 하게 되므로 혈당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고탄수화물 식사에서 벗어나려면…
1. 섬유질을 가능한 많이 섭취한다. 이는 탄수화물(당분)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취해야 할 습관이다. 섬유질은 세포가 당을 천천히 받아들이게 하는 데 유효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량의 활성영양소가 필요한 암 환자의 경우는 섬유질 섭취가 오히려 치병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참고한다.
2. 탄수화물 대신 양질의 지방 섭취를 늘린다. 주로 코코넛 오일, 올리브유, 산양유, 제대로 만든 버터나 치즈, 자연방목 소고기 등은 탄수화물을 대체할 훌륭한 식품이다. 다만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육류의 대부분이 사육환경에서 문제가 많음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3. 운동을 한다.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 사람도 열심히 운동을 하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에너지 대사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4.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혈당관리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없는 삶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과잉공급된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문제를 일으킨다.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탄수화물이다. 지방에게 덧씌워졌던 누명을 이제는 탄수화물이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음식은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언제나 옳은 방향일 것이며, 건강의 왕도는 언제나 과유불급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