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밝은희망 부부클리닉 김경인 부부상담사】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꿋꿋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니까.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지겹기 짝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날 비난하는 소리’니까. 잔소리 때문에 고통 받는 부부가 많다. 대부분의 잔소리는 상대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지만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간다. 너 좋아지라고 하는 말인데 너는 안 좋은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너 좋으라고 말을 많이 할수록 너와 나는 멀어진다. 그렇다고 누가 봐도 이건 아닌 것을 매번 참고 넘기기엔 나는 너를 많이 아껴서 그럴 수도 없다. 쌓일수록 부부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잔소리. 오늘부터 더 행복해지는 잔소리 사용법을 알아본다.
잔소리의 악순환
하려고 했던 일이지만 누가 시키면 갑자기 하기 싫어진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나를 위해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참 이상하다. 왜일까?
어떤 내용이든 잔소리 속에는 꼭 이런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다. ‘나는 알고 너는 몰라, 내가 옳고 너는 옳지 않아, 내 방식이 더 효율적이니까 너처럼 하면 안 돼.’ 이걸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비난하고, 무시하고, 자신만 옳다고 하면 무조건 수용하기란 불가능하고 저항하고 싶은 감정이 생긴다. 그리고 보란 듯이 이 감정을 실행에 옮긴다. 무시하기, 대답 안 하기, 자리 피하기, 듣는 척만 하기, 대답만 하기 등으로 잔소리에 대항한다.
밝은희망 부부클리닉 김경인 부부상담사는 “이러한 잔소리와 부정적인 대응은 감정을 상하게 하고 싸움을 만든다.”며 “이러한 일이 계속되면 갈등이 심화되어 감정적으로 고립되고 부부간의 정서적 관계가 끊어지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잔소리를 자꾸 들으면 자기 가치가 떨어지고 자신을 못 믿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두려워해 자꾸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그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모습이 답답해 다시 잔소리를 하게 되고 배우자는 또 한 번 위축되면서 점점 잔소리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잔소리 ⇒ 감정 상함 ⇒ 싸움 시작 ⇒ 갈등 심화 ⇒ 서로 고통 입음 ⇒ 부부가 감정적으로 고립 ⇒ 부부간 정서적 관계가 끊어짐 ⇒ 부부간 성적 친밀도 떨어짐(심리적 트라우마 생길 수 있음) ⇒ 잔소리 듣는 사람의 자기가치감, 자기신뢰감, 자기효능감 저하 ⇒ 소극적, 수동적, 비자발적 행동 ⇒ 답답함, 믿지 못함 ⇒ 잔소리
나를 화나게 하는 잔소리
잔소리 중에서도 특히 남편과 아내가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가 있다. 김경인 부부상담사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꼽은 아내와 남편이 정말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는 다음과 같다.
<남편을 화나게 하는 아내의 잔소리>
1. “또 술이야? 내가 끊으라고 했지?”
2. “우리 집은 당신이 제일 문제야!”
3. “내가 저런 사람을 믿고 살다니….”
4. “이거, 이거 해! 빨리 지금 하라고!”
5. “가정에 충실해! 왜 나만 고생해야 해?”
6. “당신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뭐.”
7. “(설거지 후)이거 깨끗이 안 됐잖아! (청소 후)아직 여기 먼지 남았잖아!”
8. “당신은 늘 이래.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9. “옆집 남편 하는 거 절반만 따라 해봐!”
<아내를 화나게 하는 남편의 잔소리>
1. “당신이 이 집에서 하는 게 뭔데?”
2. “종일 집안일 안 하고 뭐 했길래 집이 이모양이야?”
3. “나도 당신처럼 돈 벌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4. “애들 성적이 왜 이래?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5. “당신이 문제니까 내가 겉도는 거 아냐?”
6. “왜 음식이 이렇게 맛이 없어? 언제쯤 음식을 맛있게 할 거야?”
7. “그게 왜 필요해? 꼭 필요한 거만 사!”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말·말·말! 잔소리 예방법
아무리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잔소리라고 해도 상처로 돌아오는 일이 많다. 그런데도 잔소리를 참기 어렵다. 듣는 사람은 쓸데없다 여기고 싫어하는 걸 알지만 함께 사는 배우자 일을 모른 척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준비했다. 부부 사이 잔소리 예방법과 올바른 사용법이다.
1. 잔소리하고 싶으면 심호흡부터 한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잔소리는 부부 사이에 아무 도움이 안 될 뿐더러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둘 다 지치게 한다. 잔소리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며 한 번만 더 ‘이 말이 꼭 필요할까?’라고 생각하자.
2. 잔소리를 가장한 못난 마음을 반성한다.
김경인 부부상담사는 “배우자에게 잔소리하려는 진짜 이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며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되길 바라는 마음이나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면 그만하라.”고 조언한다. 마찬가지로 잔소리를 가장해 은근슬쩍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피한다.
3. 행동으로 잔소리를 한다.
배우자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한다. 배우자도 그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저절로 보고 따라 하게 된다.
4. 관찰한 사실을 토대로 말한다.
배우자의 행동을 보고 나서 주관적인 감정이 잔소리로 튀어나오는 일이 많다. 이제는 담백하게 관찰한 사실만 말한다. 행동에 대한 판단은 배우자가 하게 두는 것이다. 배우자의 행동에 자신의 판단이나 평가가 들어가지 않으면 신기하게도 잔소리가 아닌 것 같다.
5. 배우자의 작은 노력을 칭찬하자.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바뀌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바뀌면 그 노력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습관을 들인다.
6. 비난 대신 함께 한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뭐든지 잘하는 사람은 없다. 서툴고 못해도 비난하지 말고 친절하게 알려주며 함께 하자.
7.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는 규칙을 만든다.
김경인 부부상담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는 각자의 성격과 사고 패턴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그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가정 규칙을 상의해서 만들도록 하면 좋다.”고 말한다.
8. 잔소리가 싫었던 기억을 소환한다.
잔소리를 듣는 배우자의 심정을 이해하려면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된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었을 때, 상사에게 잔소리를 들었을 때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기억한다면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줄어들 것이다.
흔히 ‘내 거’라고 말은 하지만 배우자는 자신과 같은 독립된 인격체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자신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걱정된다는 이유로 배우자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침해하면 배우자도 자신도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자신처럼 배우자도 고유한 방식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경인 부부상담사는 밝은희망 부부클리닉에서 부부상담, 외도, 범죄피해 등을 전문으로 상담하며 범죄피해평가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