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현숙 교수】
치매를 진단하는 데 꼭 필요한 사항은 기억력 저하가 일상생활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고연령층이 매우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치매로 일상생활을 못 할 때까지 그냥 기다리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건망증과는 다른 치매
젊어서 기억을 잘했던 사람이라도 나이를 먹으면서 기억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를 걱정하다가도 주변 사람들이 “나도 그래.” 또는 “늙으면 다 그래.”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나이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게 된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생기는 단순 기억력 저하와 치매 초기 증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이후 경과는 매우 다르다. 단순 기억력 저하는 일반적인 ‘건망증’으로 세세한 부분을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 또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귀띔해주면 잘 생각해 내고, 자기의 기억력 감퇴를 알고, 메모 등으로 보충하려고 노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치매’는 일어난 일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귀띔을 해줘도 전혀 생각해내지 못하며, 본인의 기억력 저하를 모르거나 부인하는 모습을 보인다.
치매는 조기 진단 중요
‘치매’라고 하면 방에 틀어박혀서 벽에 대소변을 칠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은 모두 치매를 언급하거나 치매 진단을 받는 데 두려움이 있다. 많은 가족이 “환자에게는 치매 검사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요.”로 시작해서 치매 진단을 받을까 봐 안절부절못하거나 진료를 거부하고, 기억력 저하를 부인하다가 진단을 받고 나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절망하고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되면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늦춰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느 정도 진행된 치매 환자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인지치료나 간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직접적인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10% 정도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치매’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상을 느낄 때 적절한 진료를 받고 정확한 진단과 기억력 저하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젊어서부터 시작하는 치매 예방
요즘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을 같이 실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심장병 치료와 금연, 절주(節酒)가 치매 예방에도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로 확인된 내용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머리를 많이 쓰며,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생활 태도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과 치매 환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쉽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들이다.
치매는 많이 진행된 후 치료하면 효과가 미미하고 조절이 힘들지만 초기 단계부터 차근차근 약물치료, 인지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한다면 잘 조절될 수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관심을 가지고 기억력을 관리하고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행복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김현숙 교수는 치매, 뇌졸중, 이상운동질환(헌팅턴병, 파킨슨병, 근긴장 이상증, 실조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전공의, 임상 연구강사를 역임하고 UC Davis Stem cell Program, Huntington disease Clinic을 연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