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많은 사람들이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 단맛이 넘쳐나는 시대에 단맛에 의한 질병이나 질환도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설탕이 만병의 근원이었다면 그보다 더한 후유증을 남길 물질이 액상과당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주위에 만연해 있다. 술이나 담배보다 더 무서운 물질 액상과당, 넌 도대체 뭐니?
팔방쓰임 액상과당…왜?
식품가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질 중 으뜸을 꼽으라면 액상과당이다. 수많은 첨가물 중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에 개발된 액상과당은 가격 대비 단맛 효과, 그리고 유통에 있어서 최적의 물질로 대접받으며 승승장구 해 왔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식품첨가물과 마찬가지로 액상과당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계속되었고 건강에 관한 부정적인 사실이 속속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맛을 내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엔 지금도 버젓이 액상과당(과자, 젤리, 물엿, 레토르트식품, 즉석식품, 반찬가게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가정식 밥상에서까지 요리당의 이름으로 액상과당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액상과당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단맛, 악마의 유혹
설탕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조미료로써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즙액을 여러 단계의 화학적 공정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식물의 단백질과 섬유질, 기타 미네랄이 모두 제거되며 이를 다량으로 오래도록 반복해서 섭취하면 육체와 정신의 복합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탄수화물중독증, 슈거블루스 등으로 통칭되고 있는 설탕 관련 증상은 비만을 비롯해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가장 많다. 그리고 그것이 오래 되면 심장병 등 파생질환을 유발시킨다.
우리가 달달한 단맛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는 우리 몸이 단맛에 반응하는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당은 소화과정을 거쳐 포도당 형태로 체내에 흡수된다. 그런데 설탕은 생화학적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장을 통해 혈액 속으로 바로 흡수돼 혈당을 올린다. 그러면 뇌는 이런 상황을 알아차리고 부신과 췌장을 통해 당을 처리할 화학물질과 호르몬을 쏟아내게 한다. 그 결과 혈당이 급격히 떨어져 버린다. 그러면 췌장에서는 호르몬 분비를 멈추고 부신의 일부 기능도 멈춘다. 더불어 부신은 이번엔 혈당을 올리기 위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
혈당의 변화는 우리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 단맛이 투입되면 뇌에서는 쾌락중추를 자극해서 일명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분비해 행복감을 맛보게 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혈당이 낮아지면 몸은 늘어지고 맥이 풀리는가 하면 쉽게 피곤해진다. 뇌는 멍해지고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환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당이 필요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데 이런 점에서 설탕을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차이가 있다면 설탕은 천천히 반응하고 마약은 빨리 반응한다는 점뿐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 몸의 시스템이 망가지게 된다. 뇌-췌장-부신의 자율조절시스템이 망가짐으로써 내분비계는 큰 혼란에 빠진다. 여기에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나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우리 몸의 생명시스템 자체가 위험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건강한 대사과정에서의 스트레스는 능히 감당할 수 있지만 몸이 망가진 상태에서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감당을 할 수가 없다. 결국 구멍 뚫린 내 몸은 그 어떤 질병에 대해서도 저항할 능력을 상실한 채 만병이 깃들게 된다.
그것은 과잉 공급된 설탕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질환인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을 넘어서서 2차로 파생될 수 있는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하여 여러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
설탕이라고 하는 당이 우리 몸에 적용되는 메커니즘이 이러할진대 그와 사촌쯤 되는 액상과당은 오죽할까?
뇌 마비시켜 폭식 유도하는 주범 ‘액상과당’
“차라리 술과 담배를 해라.” 넘치는 당이 우리 몸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의 액상 혼합물로, 설탕에 비해 값은 싸고 단맛은 강해 과자류, 음료수, 분유, 젤리, 물엿, 조미료 등 단맛이 나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파우치에 든 레토르트 식품, 반찬가게에서 파는 콩자반, 멸치볶음 등에도 액상과당이 사용된다. 심지어 집에서 음식을 할 때 설탕 대신 쓰는 요리당도 액상과당이다. 우리는 액상과당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다.
밥상의 절반 이상이 가공식품으로 채워지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주의가 요구된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더 쉽게 중독 증상을 초래하며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폭식을 하게 하고 비만을 유발시킨다. 대사증후군을 초래하며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을 가져온다. 게다가 파생적으로 심혈관계 질환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에 따르면 “액상과당 함유 음료를 하루 2잔 마시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당뇨에 걸릴 확률이 60% 이상 높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액상과당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액상과당 함유음료는 물론 과자나 사탕, 물엿 등 액상과당 섭취량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인스턴트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과자나 빵, 시중판매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은 섭취량을 줄이거나 횟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밥과 반찬을 직접 해서 먹는 집밥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양소 섭취 균형”이라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지만 가공식품엔 어떤 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것은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깨알같이 적혀 있는 표시사항은 우리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알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상과당’이라는 표시는 가공식품 그 어떤 것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액상과당은 우리가 먹어서는 안 될 대표물질
가공식품에 표시된 수많은 물질들을 우리는 잘 모른다. 다만 그것들이 부패를 방지하게 하는 방부제, 식품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연화제, 색깔을 잘 내 주는 착색제나 발색제, 맛을 증진시켜주는 MSG, 향을 내 주는 방향제, 단맛을 내게 하는 액상과당 등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런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 어떤 형태로 몸에 동화되고 흡수되는 지, 또 그 결과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것은 대체로 모른다.
가능하면 가공식품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답이지만 우리의 생활 형태로 봐서는 쉽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상과당, 설탕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 내 몸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액상과당 과다 섭취는 중성지방을 증가시켜 고지혈증 등의 위험도를 높인다.
▲건강한 성인 남성이 체중 1㎏ 당 3g의 과당을 7일 간 섭취한 결과 간과 혈액에서 중성지질이 증가했다.
▲액상과당을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심지어 액상과당을 과다 섭취하면 발기부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3배나 높아진다고 한다.
덧붙일 것은 액상과당의 원료인 옥수수는 거의 대부분 GMO(유전자조작농산물)다.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GMO 농산물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액상과당 제로&설탕섭취를 무조건 줄여라!
먹어서는 안 될 물질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것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물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액상과당과 설탕은 문제의 탄수화물이다. 이 두 가지 물질을 우리 밥상에서 추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 각국에서는 설탕을 포함한 당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당류 섭취를 줄이는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하니 정책적 기대도 가져볼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상과당을 포함한 당류 섭취는 본인만이 조절할 수 있다. 아무리 정책적인 추진 의지가 있다고 해도 본인의 의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 대책은 다음과 같이 세워보자.
1. 신선식품 중심으로 밥상을 차리고 가공식품이라 하더라도 액상과당을 포함하여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골라 섭취한다.
2. 밀가루 등 많은 영양을 제거한 정제 곡류의 섭취를 줄이고 특히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인 빵과 과자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거나 섭취하지 않는다.
3. 가공식품 중 당 함유량이 많은 식품 순서 1위는 음료수(34.3%), 2위는 빵·과자·떡(15%), 3위는 설탕(14.5%)이다. 설탕보다 많은 당 함유량을 자랑하는 시판음료, 빵, 과자, 떡은 특히 조심한다.
4. 과일에 함유된 당은 합성당과 작용기전이 다르므로 적당히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5. 음식을 섭취할 때 전체식(whole food)을 하라는 이유는 특정 물질 하나만 체내로 유입되면 대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물질 상호간의 작용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한 음식물 안에 다양한 물질이 자연스럽게 공존해야 한다.
시원한 맛, 톡 쏘는 맛을 느끼기 위해 콜라나 사이다 등 액상과당이 함유된 음료를 즐긴다면 여러분 몸은 시름시름 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