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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현의 행복테라피] ‘탈코르셋 운동’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018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행운호 10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신과 전문의 하나현 원장】 (브레인트레이닝 상담센터 압구정본점 상담센터장)

안경을 쓴 여자 아나운서가 등장했다고 해서 이슈가 되었다. 그녀는 그동안 눈이 너무 불편해도 렌즈를 껴왔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지금껏 안경을 쓴 여자 아나운서가 없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이것 외에도 승무원의 외모 규정을 완화한 항공사들의 소식이 기사로 떴다. 일부 항공사가 단발머리와 안경을 허용하는 등 승무원의 편의를 보장해 환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이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슬프기도 했고, 한편으론 희망을 느끼기도 했다.

의미 있는 반기

최근 일명 ‘꾸밈노동’으로부터의 탈피가 이어지고 있다. ‘꾸밈노동’이란 ‘일하는 여성들에게 강요되는 꾸미기’를 의미하는데 넓게는 화장, 패션 등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예컨대 여성 근로자에게 안경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화장이나 예쁜 옷 입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자유와 불편을 초래하던 이 강요된 꾸미기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뿐 아니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운동으로 일어나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이다. 여성에게 부여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미용실 바닥에 흩어진 잘려진 긴 머리카락이나 화장 안 한 맨얼굴을 찍어 인증하는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 병 깨뜨리기, 립스틱 부러뜨리기, 겨드랑이 털 깎지 않기 등 인증 방법도 다양하다.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속옷인 브래지어를 비판하기도 한다.

코르셋은 몸매를 S라인으로 보이게 해주는 보정속옷이다. 이전에는 코르셋을 입고 있다가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 스칼렛이 침대기둥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써가며 코르셋을 착용하는 장면은 필자가 어린시절 봤던 장면인데도 아주 인상 깊게 남아있다. 남성의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코르셋을 입었지만, 이젠 이를 벗어던지고 여성의 자유를 찾겠다는 것이 바로 탈코르셋 운동이다.

여성의 인권과 권리를 스스로 보호하고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로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또 한편으론 탈코르셋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성범죄를 감내하지도, 강요된 미적 기준에 굴복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장에서 규정하는 외모규정 외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스스로의 만족이지 누가 화장 하라고 했냐는 것이다. 치마 입으라고 강요한 적도, 긴 생머리를 가지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남녀 간의 성대결로 번지는 듯한 양상이다.

그리고 운동의 본래 뜻과는 다르게 화장과 브래지어 착용, 치마입기를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특히 같은 여성들이 왜 동참하지 않느냐며 이들 여성을 ‘생각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오히려 ‘여여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획일성 대신 선택의 문제로~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은 환영받을 만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면 여성을, 또는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했던 우리의 왜곡된 인식을 일깨워주는 계기이며 기회다. 그냥 은연중에 받아들여 왔던 몸매와 얼굴과 피부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인식이며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들의 기준이 생물학적으로 종족 보존을 위해 이성에게 어필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스스로의 만족인지, 또는 사회 속에서 주체성을 잃은 채 강요된 규칙을 은연중에 따르는 것인지는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세 가지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또 구분하기도 쉬운 것은 아니다. 과거 중국에서 전족을 하던 여성들도 그것이 스스로의 만족이라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발과 척추의 심한 변형으로 건강에 악영향이 엄청났지만 그들은 그래야 했고 그러고 싶었다. 더 이상 현대의 전족을 차지 않겠다는 움직임은 분명 우리 인식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증거다.

대신 운동의 본래 취지대로 진정 각자의 주체성을 갖고 자유를 누리는 기회가 되어야 하지 이것이 또 다른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해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 “촛불”이 강요가 아니었듯이, 이 운동 역시 성장을 위한 선택으로 남겨놓아야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현 원장은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감정코칭학과 전임교수이자, 브레인트레이닝 심리상담센터 압구정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뇌를 활용한 감정코칭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힐링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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