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김인호 애독자】
우리나라 말에 “사레 들린다”는 말이 있다. 우리말 사전을 들춰보니 사레는 음식물을 잘못 삼켜 숨구멍으로 들어가서 재채기처럼 뿜어나오는 것을 일컫는다고 되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레에 걸린 경험이 있겠지만 나는 음식을 먹을 때 종종 걸리곤 한다. 의학도에게 물어보았더니 음식을 삼킬 때 기도 입구를 막아주는 발부의 능력은 젊었을 때나 늙었을 때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인체 각 부위의 근육은 늙어짐에 따라 이완되어 아무리 중추신경이 독촉해도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레의 한 예를 들어보겠다. 어느 날 한 친구의 자식이 구해다 준 꿀을 반가운 마음으로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입안에 넣고 물렁물렁한 액체라 씹을 것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런데 성급하게 먹은 탓인지 목구멍이 메고 말았다. 숨을 쉴 수 없으니 눈을 부릅뜨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아이들은 등을 두드리고 야단법석이 났다.
다행히 잠시 후 기도를 막았던 꿀이 녹아서 기도를 열어주어 창백해진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람은 3분 간 숨을 쉬지 못하면 심장이 멎으니 아마도 1~2분 간의 법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굶주렸다가 찰떡같은 것을 욕심껏 먹다가 기도를 아주 막아버려 숨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각설하고…늙은 나이에 다리 대퇴부 골절로 모 대학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이런 한바탕 난리를 벌였으니….
응급실을 거쳐서 이틀 후 간신히 병실 침상에 옮겨지고 간병인을 채용한 다음날 점심 시간 때였다. 이때 간병인이 내가 원하는 분량의 밥을 국에 말아서 준 다음 자기도 나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내 신경에 거슬렸든지…갑자기 내가 사레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번의 사레보다 그 정도가 심했다. 내가 생각해도 병원에서 그렇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입에서 씹던 음식을 모두 뱉어내고 눈물, 콧물까지 흘러서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꼴불견 쇼를 연출했으니 말이다. 간호사가 뛰어와서 등을 두드리는 등 촌극을 벌인 후에야 간신히 가라앉았다.
이후부터는 밥은 주지 않고 미음이나 죽을 공급받게 되었다. 애매하게 간병인은 간호사들이 교체를 시켜버렸다.
다리 골절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데 음식조차 불충분하게 먹게 되자 결정됐던 수술날짜도 연기되고 말았다. 이런 식사를 계속하던 중 간병인은 일요일이라 쉬고 딸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때 내가 음식 먹는 것을 잘 들여다보던 딸이 사레는 밥보다 물렁한 액체를 먹을 때 더 잘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밥을 먹자고 권했다.
나도 동의하고 밥을 천천히 먹어 보았더니 큰 저항은 없었다. 이후 밥을 먹게 되니 병원 측에서는 밥 먹는 자세, 즉 음식을 넘길 때 목을 뒤로 젖히지 말고 될수록 턱을 안쪽으로 당겨서 음식을 넘기라는 등 밥 먹는 요령까지 배우게 되었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후 밥을 먹을 때마다 깐깐한 간병인의 감시를 받고 또 잔소리를 들으면서 먹어서 그런지 두 번 다시 사레에 걸리지 않았고, 다리 수술 날짜도 다시 결정됐다.
너무도 간단한 사레 해결책을 접하고…
다리 수술은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끝이 났다. 2주 후에는 깁스와 꿰맨 실도 제거됐다. 이후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일주일 정도 경과된 후부터는 물리치료를 시내의 작은 병원에서도 가능하다고 해서 대학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해 개인병원으로 옮겼다.
신체는 자연 치유력에 의해서 날짜만 지나면 점차 회복된다고 한다. 대학병원과 달리 물리치료 기구가 부족한 병원에서 뜨거운 찜질을 하루 두 번 하고 치료사가 5분 정도 다리운동을 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리 운동 단계에서 네 발 달린 지팡이로 나 혼자서도 화장실을 자유롭게 왕래하게 되자 더 이상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입원해서 한 달 반만에 퇴원을 하게 됐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개인병원에서는 간병인도 내보내고 필요할 때마다 가족들이 와서 뒤치다꺼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특기할 것은 사레 문제이다. 공연히 사레 한 번 들리고 난 후 겁을 잔뜩 먹고 있었는데 전혀 두려워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던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마실 물을 준비했다가 목이 메이는 것 같으면 바로 물을 마시면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런 간단한 것을 몰라서 대학병원에서 식도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긴 것으로 오인해서 비디오 카메라로 음식 먹는 광경까지 촬영하면서 TV로 관찰하는 실험까지 했다니….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미음이나 죽만 먹으면 영양을 보충할 수 없으니 특수 장치라도 해서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병원 의사가 내게 실험을 했다. 그러나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니 다음날에는 어떤 연구소에서 왔다면서 콧구멍으로 가는 튜브를 식도를 통해서 위에 도달하게 하고 영양분을 주사기로 공급했다. 예민한 내 식도나 위장에서 그런 물체를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다음날에는 또 다른 연구소에서 왔고, 그 다음날에도 무슨 무슨 연구소하며 매일 같이 찾아와서 귀찮게 했다. 그 괴로움 또한 수술 못지 않을 정도였다.
일전에 어떤 건강서적에서 보았는데 나이가 많아지면 사레에 잘 걸리는데 그 예방책으로는 ▶음식을 먹을 때 딴 사람과 말하지 말 것 ▶음식을 삼킬 때 정면을 볼 것 ▶음식을 삼킬 때 얼굴을 옆으로 돌리지 말 것 등으로 되어 있었다.
비록 대단한 발견은 아니지만 내 자신도 가끔씩 곤혹을 치르는 일이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몇 자 적어보았다.
※이 글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김인호 님께서 주신 사연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김인호 님께는 우리콩 운동본부에서 나온 국산콩 청국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