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안과 권지원 교수】
공포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하얀 눈동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하얀 눈동자는 홍역으로 인한 각막염이나 각막외상 때문에 각막이 혼탁해져 생긴 것이며, 이것이 심해지면 하얀 렌즈를 낀 것처럼 눈동자가 하얗게 된다. 이들은 시력 상실 이외에도 이른바 ‘하얀 눈동자’라는 굴레 때문에 대인 관계 기피 등 사회생활에서 많은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하얗게 된 눈동자를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해주는 ‘눈동자 문신’ 시술법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어떤 시술인지 알아본다.
검은 동자 ‘각막’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눈동자 즉 각막은 눈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투명한 무혈관 조직으로 흔히 검은 동자라고 한다. 실제로 맑은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각막 안쪽에 있는 갈색의 홍채가 비쳐 검게 보이며 각막은 안구를 보호하는 방어막의 역할과 광선을 굴절시켜 망막으로 도달시키는 창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검게 보여야 할 눈동자(각막)가 각종 질병 또는 사고로 하얗게 변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적어도 1천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렇게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홍역 등의 질병으로 인해 각막염이 유발되어 검은 색의 각막이 하얗게 변할 수 있다. 또 각막에 염증이 생기면 균이 각막을 침투해 파괴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투명한 각막이 하얗게 변하기도 한다. 이때는 염증이 치유되어도 하얗게 변한 부분은 완전히 투명해지지 않고 하얀 자국을 남길 수 있다.
특히 여러 차례의 눈 수술도 각막을 하얗게 변하게 할 수 있으며 백내장이나 녹내장, 망막 등 눈 안쪽의 수술을 여러 번 받다보면 각막의 투명도를 유지시키는 세포의 수가 감소해 투명성을 잃고 뿌옇게 변한다.
이외에도 유리에 금을 긋거나 깨진 유리를 붙이면 자국이 남듯이, 눈 외상의 후유증으로 인해 각막이 상처를 입었다가 낫는 경우에도 상처자국이 하얗게 남을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여, 상대방을 마주 보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눈동자 문신’으로 당당하게!
손상된 각막으로 시력의 상실이라는 큰 고통을 갖게 된 사람들은 이외에도, 이른바 ‘하얀 눈동자’로 인해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등 사회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최근 이렇게 하얗게 된 눈동자를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해주는 ‘눈동자 문신’ 시술법이 국내에서 첫선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병원 안과 권지원 교수는 지난해부터 1년 동안 눈 외상, 각막염 후유증, 눈 수술 부작용 등으로 인해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된 환자 6명을 대상으로 ‘눈동자 문신’ 시술을 해서 거의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권지원 교수는 “지난해부터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된 환자들에게 생체에 적합한 염색약을 눈동자에 입히는 ‘눈동자 문신’을 하여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안과의사들도 눈동자에 문신이 가능한지를 몰라 적지 않은 환자들이 체념하고 생활함으로써 정신적인 고통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특히 “눈동자 문신은 간단한 국소 마취 후 하얗게 변한 부위의 각막실질(5개 층으로 이루어진 각막의 가운데 층)에 생체에 적합한 조직염색약을 주입해 검게 염색을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시술 후 염색약에 의한 부작용은 없었다.” 고 덧붙인다.
또한 경우에 따라 하얗게 된 부위에 염색약이 스며들지 않으면 이때는 염색양막시술을 한다. 이 시술법은 검게 염색된 막을 하얗게 변한 눈동자 위에 이식하는 것으로, 이식된 막 위로 눈동자 상피세포가 자라서 덮게 되어 미용적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있다.
권지원 교수는 “시력을 상실한 환자들에게 미용 목적으로 문신을 시행함으로써, 시력을 되찾을 순 없지만 적지 않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각막이식을 하면 시력도 되찾고 검은 눈동자도 되찾을 수 있지만 기증자 수가 절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우선 눈동자 문신을 먼저 받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하얗게 된 눈동자를 검게 하기 위해서는 각막이식을 하는 게 치료목적이나 미용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이상적이다.
하지만 각막이식은 공여자가 사망하면서 각막을 기증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식 대기자 수에 비해 기증자 수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고, 또한 거부반응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미용적 효과를 기대하고, 눈동자 문신 후에도 각막이식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에 각막이식 시 거부반응이 예상되는 환자에서는 문신을 먼저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