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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건강] 남편의 외도… 그 막막함에 대하여

2007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정열호 9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한국가족지원상담센터 남기형 소장】

요즘 불륜드라마가 열풍이다. 많은 주부들이 “내 남편은 설마”라며 텔레비전을 시청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남편의 외도로 혼자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불륜드라마가 더욱 인기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모 케이블 방송에 한 개그우먼이 나와서 “내 남자의 여자에 나오는 배종옥 씨의 연기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만하다. 특히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주부들이라면 더욱 그러했을 것. 남편이 외도했다고 해서 무조건 이혼만이 해결책일까? 마음 같아서는 깨끗하게 싹~ 잊어버리고 없던 일로 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아 괴롭다.

한 번의 실수로 인정하고 한쪽이 감당하기엔 상처가 너무 큰 배우자의 외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청천벽력 같았죠. 텔레비전에서 보던 일이 내 일이 되니까 정말 믿고 싶지 않았죠. 부정해 버리고 싶었고 또 도망가 버리고 싶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정말이지 맞바람 핀다는 말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더라고요.”

담담히 얘기하는 것 같아도 이내 놓여 있던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키는 사례자 A씨. 올해로 결혼 18년차 주부이다. 이미 5년이 훨씬 넘은 옛일이지만 바로 어제 일처럼 눈가에 살포시 눈물꽃이 피어난다.

유난히 드라마 보는 것을 즐겼던 그녀. 수많은 드라마 속의 외도장면을 지켜보면서도 “내 남편만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을 했지만 현실은 그녀를 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처음에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늦은 귀가에도 회사일 때문에 그러려니 했죠. 믿었기 때문에, 정말 남편을 너무 믿은 잘못밖에 없는데 저한테 그렇게 큰 일이 닥치다니요.”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전화기가 꺼져 있는 때가 많아지고 여자의 직감으로 ‘이 사람에게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있다.’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것.

“그 후 닦달을 해댔죠. 순순히 실토를 하더라고요.” 동호회에서 만난 아가씨와 가슴 설레는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는 남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처음 이야기를 듣는데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이 하얘지면서 눈물만 나오더라고요.” 자신보다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 아이들 걱정부터 앞섰다는 A씨.

“어떤 여자인지 정말 궁금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생각이 날 때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악다구니를 늘어놓고 싶었어요. 그래도 애들 보면서, 아빠 없는 아이들을 만들고 싶지 않은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참은 거죠.”

남편보다 아이들 보고 살 생각을 하고 나니 남편한테는 느껴지는 분노도 덜하더라는 것. 가급적 남편에게는 싫은 소리도 않고 내색하지도 않은 채 시댁에 더 잘했단다. A씨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남편도 일찍 귀가하게 되고 안정을 찾게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제가 선택해서 결혼한 사람이니까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애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 아이들이 없었으면 이렇게 살아갈 수 없었겠죠.”라며 끝내 말끝을 잊지 못한다.

8년 전에 넘긴 폭풍이지만 아직도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폭풍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애들 모르게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혼자만 담아두겠단다. 그러기엔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싶다는 그녀. “제가요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다 타서 이제는 더 이상 탈 것도 없을 거예요.”라며 어색하게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쓸쓸해 보인다.

위와 같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배우자의 외도는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상대방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 마음의 상처까지 아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외도의 피해자는 남자보다 여성이 많다. 여성이 60~70%를 차지하고 남성은 30~40%의 비율을 보인다. 때문에 남편의 불륜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조건 참는다고 해결될까? ‘정서적인 케어가 중요’

위의 사례를 접한 당신은 A씨의 선택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겉보기에는 가족의 화목을 다시 찾은 것처럼 평탄해 보여도 A씨의 마음에는 아직 폭풍이 걷히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삭히기만 한 A씨의 해결방법은 반쪽자리 해결책일 뿐이다.

한국가족지원상담센터 남기형 소장은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참아서 유지되는 가정생활은 늘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며 “외도의 피해자는 정서적인 보살핌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속에 쌓아두기만 했던 감정을 상담 등의 통로를 통해 다른 곳에서라도 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앓는 것보다 전문 상담센터를 찾아서 개인 혹은 부부간의 얽히고 설킨 실마리를 푸는 데 도움을 받게 되면 보다 활기차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

혹, 이혼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할지라도 이혼 전·후의 상담이 필요하다. 특히 이혼 후 상담은 각 개인의 개별성 및 존재가치를 인정하게끔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혼 후 아이들 문제로 인해 완전한 남남처럼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하는 부부가 최소한 원수처럼은 지내지 않을 수 있다.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관계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성장이란 인지행동수정치료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인지행동수정치료는 말 그대로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생각을 고치고 생각이 잘못 됐다면 행동을 수정해 나가는 치료법이다. 이는 서로에게 상처받은 감정을 치료하고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 대화하는 방법과 스트레스 관리요령,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 등을 배워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전문의와의 상담이 꺼려진다면 아래에 제시된 사항을 외도 피해자 자신에게 적용시켜 보는 것도 외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외도자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외도가 충동에 의한 것인지 상대방과 감정이 깊이 개입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자신(외도 피해자)의 감정을 정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부간의 쌓인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 부부관계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평소 부부지간에 어떻게 애정표현(신체적, 정서적인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포함)을 하였는가를 점검하고 그 관계를 교정해 나가야 한다.

▶외도 피해자가 외도 당사자에 대한 적개심보다 외도 상대자에게 적개심이 있을 때 문제의 사실을 바라봐야 한다.

남기형 소장은 “피해자가 외도 상대자에게 적개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상대에게 거리감을 주고 피해자는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설명한다. 상황의 악순환을 끊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외도 왜 일어날까?

누가 그랬나,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그러니 수많은 연인들이 헤어짐의 아픔과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고 또 부부 사이에서 외도라는 문제가 불거지니 말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 말은 외도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다.

외도는 두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다. 첫째 법적인 정의로서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성 관계를 갖는 것이고 둘째, 상담에서의 정의는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성적, 정서·심리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자의 불륜에는 단적인 이유가 없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게 남 소장의 설명.

남 소장에 따르면 배우자의 외도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서 성장했거나 자신의 무가치함을 경험하면서 성장하였을 경우, 정서적으로 방치되어 성장했을 경우 등 심리적인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또 가령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 등 삶의 불균형에서 찾아오는 결정적인 사건들도 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밖에 승진 등의 지위 변화, 알코올 등과 같은 약물 남용, 실패를 경험했을 때와 같은 상황적 원인도 간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적으로 퇴폐 향락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음담패설 등이 만연되어 있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유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탓으로 돌리기 전에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남 소장은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아무렇지 않게 내과를 찾는 것처럼 부부문제, 가족문제로 전문 상담소 등의 기관을 찾은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약을 처방 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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