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현초 영양생리학 박사】
1980년대 중반 유학시절, 어느 날 한 백인 대학원 친구가 필자의 몸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서양인들이 마늘 냄새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은 터라 한국 음식을 각별히 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자의 체취에서 그 역한 냄새가 났던 것이다. 한동안 기피하던 마늘이 요즈음에는 서양인들에게도 건강에 매우 유익한 슈퍼푸드로 인식되고 있다.
마늘의 역할에 관한 국제학술대회가 2014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다. ‘심장질환, 대사증후군과 면역학에서 마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그 내용이 <영양학회지(Journal of Nutrition)> 2016년 호에 실렸다. 그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과 최근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여 마늘이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마늘은 심장을 보호한다!
마늘에는 독특한 유황화합물이 많이 들어있다. 마늘의 맛과 냄새, 그리고 심장 건강을 포함한 여러 가지 효능은 유황물질로부터 비롯된다. 앞서 언급한 학술대회 논문에서 요약한 심장 건강에 대한 마늘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 수축기 혈압을 7~16mmHg 낮추었다.
● 확장기 혈압을 5~9mmHg 낮추었다.
● 전체 콜레스테롤 함량이 7.4~29.8mg/dl 감소하였다.
● 관상동맥(심장) 칼슘의 진행 속도를 줄였다(관상동맥의 칼슘 침전은 동맥경화 플라크의 지표이다).
● 동맥 경직 측정 방법의 하나인 맥파(pulse wave) 속도를 증진시켰다.
● C-반응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을 낮추었다(이 수치가 높다면 염증이 발생한다는 표시이다).
심장 건강에 대한 마늘의 작용 메커니즘을 보완 설명하면 실로 놀라게 될 것이다.
숙성마늘(AGE)이란?
마늘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있다. 마늘가루, 마늘기름, 으깬 마늘, 숙성마늘 등 여러 형태다.
이중에서 숙성마늘(영어로 aged garlic extract, 줄여서 AGE로 부른다)은 유기농 생마늘을 정화수나 희석한 알코올에 담가 실온에서 오랫동안 숙성한 것이다. 숙성 과정에서 마늘의 역한 냄새가 제거되고, 일부 영양소들은 활동적인 형태로 변한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연구가 진행된 마늘의 활성 성분은 알릴시스테인(S-allylcysteine)이라는 수용성 유황아미노산이다. 유황화합물은 숙성마늘의 독특한 성분으로 매우 강력한 항산화제이다. 숙성마늘의 치료 효과는 주로 이 물질로부터 비롯된다.
숙성마늘 만드는 방법
1. 유기농 생마늘을 얇게 잘라 용기에 담는다.
2. 알코올을 용기에 붓고 뚜껑을 단단히 막는다(주의: 알코올은 반드시 에탄올을 사용하여야 한다. 공업용 혹은 청소용으로 쓰는 메탄올을 절대 사용하지 말 것. 쉽게 인삼주나 과실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담금주를 사용하면 된다).
3. 실온에 최소한 20개월 보관한다.
4. 숙성된 마늘을 걸러낸다.
※ 마늘을 구워서 먹으면 어떨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에 마늘을 구워서 먹으면 마늘의 효과가 어떨까? 또 요리할 때처럼 마늘을 익히면 그 효능이 그대로 유지될까?
마늘을 굽거나 익히면 그 역한 냄새를 제거할 수 있어 유익하지만, 불행하게도 익힌 마늘은 독특한 유효성분인 알리신(allicin)을 만드는 능력이 사라져서 생마늘이나 숙성마늘과 같은 효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굽거나 익힌 마늘은 여러 가지로 건강에 이로우므로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숙성마늘의 놀라운 효능들
숙성마늘은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특히 심장과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숙성마늘은 심장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여러 인자들을 낮춘다.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준, 심한 혈관 경직, 전반적인 염증 증가 등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숙성마늘은 혈압을 낮춘다
고혈압은 가장 흔한 심장혈관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성인의 30% 이상이 이 증상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숙성마늘은 산화질소(nitric oxide: NO)의 수준을 개선하여 혈압을 낮춘다. 산화질소는 신호전달물질의 하나로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 메커니즘은 혈관을 이완시켜서 혈액이 전신의 혈관을 따라 순조롭게 순환되도록 도와주고, 혈압을 낮추어준다.
☞고혈압이란? 혈압은 혈액이 순환할 때 동맥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다. 심장이 피를 온몸에 보내기 위하여 꽉 죄어 수축할 때의 압력을 수축기 혈압, 심장이 피를 보충하기 위하여 확장할 때의 압력을 확장기 혈압이라고 부른다. 건강한 성인의 정상혈압은 평균 120/80(수축기/확장기)mmHg이하 이다.
이러한 고혈압은 통상 3단계의 고혈압으로 나눌 수 있다.
◎ 경미한 고혈압: 140/90mmHg 이상
◎ 보통의 고혈압: 160/100mmHg 이상
◎ 위험한 고혈압: 180/110mmHg 이상
둘째, 숙성마늘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의사로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거나 혹은 그것이 심장혈관 질환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들었을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왁스나 기름과 같은 성질이 있는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너무 올라가면 건강에 해롭다.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들러붙어 플라크가 축적될 기회가 높아지고 그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면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숙성마늘을 최소한 2주 이상 복용한 사람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준이 10%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이는 리피토(Lipitor)와 크레스토(Crestor) 같은 스타틴(statin) 약품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통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숙성마늘 3,600mg을 6주 동안 복용한 사람들은 LDL(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준과 염증 반응이 낮아졌다고 한다.
콜레스테롤은 인체의 건강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물질이며, 지용성 비타민과 필수지방산의 흡수를 돕는 담즙 형성과 호르몬의 생합성에 관여한다.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는 다음과 같다:
◎ 전체 콜레스테롤: 200mg/dl 이하
◎ LDL(나쁜)-콜레스테롤: 130mg/dl 이하
◎ HDL(좋은)-콜레스테롤: 35mg/dl 이상
셋째, 숙성마늘은 내피 기능과 혈관의 탄력을 증진한다
내피 기능과 혈관의 탄력은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중요한 인자이다. 직업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숙성마늘과 코큐10(coenzyme Q10)을 복용한 사람들은 혈관의 경직성이 낮아졌고, 내피 기능이 증진되었다고 한다. 이는 숙성마늘이 동맥경화(심지어 만성 직업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도)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숙성마늘은 기본적으로 혈관을 더 탄력적으로 유지하여 혈관의 파괴를 예방하고 혈액의 순환을 개선한다.
넷째, 숙성마늘은 항염효과가 있다
만성 염증은 동맥경화성 플라크의 형성과 진행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 숙성마늘의 강력하고 독특한 항산화 성분은 인체의 전반적인 염증 수준을 낮추며 혈관을 보호한다. 숙성마늘을 12주 동안 투여한 동물실험은 C-반응 단백질(염증 발생 지표)의 수치가 39% 감소하였다고 한다.
숙성마늘의 또 다른 효과
심혈관 질환 외에도 숙성마늘은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 면역기능을 증진한다.
● 감기와 독감에 매우 효과적이다.
● 치매를 예방한다.
● 장수에 도움을 준다.
● 운동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킨다.
● 중금속을 해독한다.
● 골격의 건강을 증진한다.
결론적으로…
마늘의 건강 효과는 수천 년 동안 인정되었다. 마늘이 심장을 보호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지만 그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이다.
마늘은 동맥경화, 고혈압, 콜레스테롤 상승 등의 예방과 개선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로 심장 보호 효능이 있다.
숙성마늘에는 알릴시스테인과 같은 유황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물질이 산화스트레스에 대항하여 우리 몸을 보호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추천된다.
※ 다음호에는 생마늘, 숙성마늘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마늘 제품 장단점을 다룰 예정입니다. 또한 시중에서 판매되는 몇 가지 중요한 마늘 제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현초 박사는 캐나다 Manitoba 주립대학에서 영양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벤쿠버 소재 BC주립대학과 캐나다 CF연구재단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벤쿠버에서 서양인들을 상대로 대체의학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관심분야는 정신, 육체요법, 생혈액분석, 영양요법, 호르몬균형요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