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강지원 상임대표】
“쌀 문화권에 산다는 것은 영양학적으로 매우 큰 행운입니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삼아온 민족이다. 그런데 그 쌀을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 현미와 백미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설전이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밥상을 온통 흰 쌀밥이 점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수원대학교 건강과학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를 만난 것도 그래서였다. 식품영양학자의 견해를 들어봤다.?
【강지원】_ 식품영양학자로서 TV에 자주 출연해 먹거리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해 주시는데, 현재 한국인의 밥상에서 흰 쌀밥을 현미밥 등 통곡물밥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영양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경숙】_ 우리나라 국민의 질병 발생 양상 및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암·고혈압·심장병 등 심뇌혈관계 질환, 당뇨병 등 만성퇴행성 질환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간, 골다공증, 통풍 등 대사 관련 질환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의 대부분은 좋은 식생활을 통해 예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좋은 먹거리, 좋은 식습관이 중요한데, 특히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5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므로 밥을 통곡물 밥으로 잘 챙겨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식생활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지원】_ 밥 중에서도 왜 흰 쌀밥이 아닌 통곡물 쌀밥이어야 하나요?
【임경숙】_ 통곡물은 혈당지수도 낮고 무기질, 비타민 및 식이섬유 등 각종 필수 영양성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리활성물질도 풍부하기 때문에 추천됩니다. 특히 통곡물 중 현미가 가장 중심이 되는 곡식입니다.
【강지원】_ 우리 민족은 조상 대대로 쌀을 주식으로 해 오지 않았습니까?
【임경숙】_ 우리나라가 쌀 문화권에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큰 행운입니다. 쌀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우수한 작물이며, 동시에 쌀 자체의 영양가도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쌀은 낱알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서 쌀의 영양성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장점입니다.
【강지원】_ 곡식 중에서도 쌀은 가루로 분쇄하지 않고 낱알 그대로 먹는 곡식이지요?
【임경숙】_ 세계 어느 지역이든 곡식을 주식으로 하고 있으며, 주식을 기준으로 쌀 문화권, 밀 문화권, 옥수수 문화권, 감자 문화권 등으로 나뉩니다. 이 곡식 중 쌀은 입식, 즉 알갱이 그대로 섭취하는데 반해, 밀이나 옥수수, 감자 등은 분식, 즉 가루로 만들어 섭취합니다. 가루로 만들어 섭취한다는 것은 곡식 자체에 소화가 되지 않는 성분이 들어 있거나 일부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 보니 오랜 기간에 걸쳐 분식 식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강지원】_ 요즘 서구에서도 쌀 요리가 유행한다면서요?
【임경숙】_ 쌀의 섬유소는 중금속과 결합해 나쁜 성분의 체내 흡수를 막아주기 때문에 쌀을 주식으로 하면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각종 질병 예방과 퇴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각종 보고서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요즘 빵과 육류가 주식인 미국과 유럽에서 쌀 요리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밥은 버터나 설탕을 넣지 않아도 조리가 가능하고, 밀가루에 비해 섬유소 함량도 많아 건강식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2004년 유엔은 ‘세계 쌀의 해’를 선포하기도 했지요.
【강지원】_ 현미와 백미의 영양성분을 비교하면 어떠한가요?
【임경숙】_ 농촌진흥청 자료를 통해 비교해 보면 <표1>과 같습니다.
【강지원】_ 현미와 백미의 영양성분 차이는 현미에서 쌀눈과 쌀겨가 벗겨져 나갔기 때문일 텐데, 벗겨져 나간 쌀겨와 쌀눈에는 주로 어떤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나요?
【임경숙】_ 쌀겨에는 주로 지방, 식이섬유소,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의 비타민과 칼륨·철·마그네슘 등 무기질, 옥타코사놀·감마오리자놀 등의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쌀눈에는 비타민 E와 가바 등의 생리활성물질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강지원】_ 옥타코사놀 등 생리활성물질은 어떤 기능을 하나요?
【임경숙】_ 옥타코사놀은 체력 증진 및 지구력 증진에 효과가 있고, 에너지를 방출하는 활성인자이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corticosterone)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로 교란된 수면을 정상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감마오리자놀은 곡류 속에 들어있는 성장 촉진 물질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가바는 뇌세포의 대사기능을 억제하여 신경 안정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전달 억제 물질입니다.
【강지원】_ 현미나 현미찹쌀 외에 홍미, 흑미, 녹미 등 오색미도 통곡물 쌀로 활용되는데, 각기 영양성분상 유의미한 특색이 있나요?
【임경숙】_ 가바쌀로 불리는 홍미는 붉은 누룩곰팡이를 발효시켜 얻는 흥국쌀로고지혈증, 뇌졸중, 혈당 강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흑미의 안토시아닌 성분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예방에 유익하며, 녹미는 우리 고유의 토종 찹쌀인 청량미로 낟알의 색이 푸르기 때문에 녹미라고 하는데, 클로로필 성분이 장내 중금속을 정화하고 혈액을 정화시켜 줍니다.
【강지원】_ 현미에 함유된 피틴산이나 렉틴이 우리 몸에 해롭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요?
【임경숙】_ 피틴산은 곡물의 외피에 주로 존재하는 인산의 저장 물질 형태를 말합니다. 씨앗이 발아되기 전에 썩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칼슘, 철분 등 미량 무기질 흡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렉틴은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단백질복합체를 말합니다. 특히 콩류, 옥수수, 현미를 포함한 통곡물에 다량의 렉틴이 들어있는데, 이는 포식자(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생성하는 성분으로 염증을 유발하며 결정적으로 체중 증가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피틴산이나 렉틴이 있다 하더라도 피틴산의 중금속 배출기능 등 현미의 여러 영양성분과 생리활성물질들의 여러 장점을 고려해 보면 현미 섭취가 더욱 이득이 됩니다.
【강지원】_ 왕겨를 도정한 현미를 오래 두면 산화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임경숙】_ 백미의 지방 함량은 0.1%인데 반해, 현미에는 지방이 2.0%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지방의 34%는 다가불포화지방산, 43%는 단일불포화지방산으로 산화에 약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도정한 후 빠른 시일 내에 섭취하도록 권고하며, 공기가 닿지 않도록 밀폐된 통에 담아 서늘하고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경숙 교수는 단호했다. 흰 쌀밥을 버리고 옛날처럼 현미밥, 통보리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밥상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서둘러 바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