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강지원 상임대표】
“모든 구내식당에서 통곡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산업현장은 남성 근로자들의 46%가 비만이고,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간기능 이상 등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이상소견이 1개라도 있는 사람이 50%에 육박한다. 더 안타까운 건, 25세 미만 남성 근로자들의 35.6%가 비만이고, 18.8%가 고지혈증이며, 5.3%가 고혈압이다. 걱정이 태산 같다. 무엇을 고칠 것인가? 산업현장을 뛰는 전문의로서, 미국 생활습관의학회 정회원이고, 콜린 켐벨의 저서 <당신이 병 드는 이유>를 번역한 주인공!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이의철 센터장을 만나봤다.
【강지원】_ 지금 우리나라 국민은 통곡물이 아닌, 흰쌀밥이나 흰 밀가루 빵 없이는 못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까?
【이의철】_ 그렇습니다. 사업장 급식에서 과거보다 흰 빵이 더 많이 제공되고 있고, 흰쌀밥은 고정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강지원】_ 지금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이의철】_ 현재 대전에 있는 유성선병원의 직업환경의학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의 절반가량은 사업장 단위로 근로자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데 씁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건강진단(건강검진)을 통해 이상소견이 있는 분들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건강상담을 하고, 질병치료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하는 분들이 다시 일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견을 주는 ‘업무적합성 평가’와, 어떤 질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주는 ‘업무관련성 평가’를 합니다.
【강지원】_ 직업환경의학이란 어떤 의학인가요?
【이의철】_ 직업환경의학은 근로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학 분야입니다. 근로자들을 건강하게 만들려면 작업 중 노출되는 유기용제, 중금속, 가스, 분진, 소음 등 각종 유해인자를 줄여야 하고, 유해인자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에 대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질병을 겪은 근로자가 다시 안전하고 건강하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업환경의학은 이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전문의학 분야입니다. 특성상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직업환경의학이 제 역할을 하도록 법적 보장을 하고 있습니다.
【강지원】_ 산업현장에서 보시기에 현재 우리나라 산업인력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의철】_ 제가 근무하는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에서는 매년 4만 명 정도가 근로자 건강진단을 받습니다. 매년 이들에 대한 통계분석을 하는데, 남성 근로자들의 46%가 비만, 38.4%가 고지혈증, 9.3%가 고혈압, 3.5%가 당뇨병, 18.1% 정도가 간 기능 이상 소견을 보입니다. 비만을 제외하고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간 기능 이상 등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이상소견이 1개라도 있는 사람이 50%가량 됩니다. 더 안타까운 건 25세 미만 남성 근로자들의 건강상태입니다. 젊고 쌩쌩해야 할 연령대에 이미 35.6%가 비만이고, 18.8%가 고지혈증이고, 5.3%가 고혈압 상태입니다. 앞으로 이 연령대가 40대에 진입할 시기가 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및 뇌심혈관질환, 암 등으로 인한 병가,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인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지원】_ 그렇게 건강 상태가 나쁘다면 건강 상태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의철】_ 건강에는 흡연, 음주,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신체활동 부족, 스트레스, 수면부족, 유전적 소인, 오염물질(환경호르몬 등) 노출 등이 모두 어느 정도씩 기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하기 위한 전략보다는 이 원인들에 의한 결과, 즉, 혈압 상승,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상승, 혈당 상승, 간기능 수치 상승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을 약물로 관리하려는 경향이 아직까지는 매우 강하고, 의학의 주된 흐름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각을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강지원】_ 어떻게 바꾸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의철】_ 이제는 증상 치료가 아니라 원인 치료를 하는 쪽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에서는 ‘생활습관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약물과 시술로 증상만 조절했을 때 의료비는 급등하지만, 실질적인 건강 상태는 그만큼 개선되지 않는다는 각성이 정책결정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10~20년 사이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무엇보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원】_ 식생활 중 흰쌀밥을 현미 등 통곡물 쌀로, 또 흰 밀가루 식품을 통밀식품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지 않습니까?
【이의철】_ 현미 등 통곡물 쌀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껍질이 터지도록 잘 씹어서 삼키기만 하면 식이섬유 덕분에 대변의 부피가 커지고 부드러워져 변비가 생길 일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혈당도 천천히 올라가 식후 분비되는 인슐린 양도 적습니다.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면 위산 분비도 적어져 속쓰림, 식도역류와 같은 증상도 줄고, 식곤증도 감소해 피로감도 전반적으로 개선됩니다. 현미의 식이섬유는 몸속 환경호르몬과 독성물질을 흡착해 배설하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몸속 독성물질 제거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또 통밀로 만든 빵, 과자, 라면, 국수가 더 많아져야 하고, 국가적으로 장려해야 합니다. 식용유, 설탕, 유제품,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의 첨가를 최대한 자제하게 하고,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를 권장해야 합니다. 이런 통곡물은 결과적으로 체중감소, 혈압,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 혈당 조절을 용이하게 해 줍니다.
【강지원】_ 여러 산업현장에서 이런 인식의 개선을 추진해 보셨나요?
【이의철】_ 네, 제가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 중 5곳은 100% 현미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3곳은 기본적인 백미밥 외에 별도로 현미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현미밥에 대한 저항감이 컸지만 꾸준한 교육과 개인상담, 사업장 캠페인을 통해 이제는 현미밥을 먹는 사람들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지원】_ 혹시 사업장에서 식단을 개선하면서 건강 상태가 개선된 사례가 있나요?
【이의철】_ 아직까지 회사 단위의 건강지표 변화자료는 없지만, 몇몇 분들은 회사에서 100% 현미밥이 제공되고, 건강교육을 통해 알게 된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면서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고 건강 상태가 개선됐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합니다. 약을 먹어도 조절되지 않던 식도역류 증상이 사라졌다는 분도 있습니다.
【강지원】_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식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이의철】_ 산업현장의 모든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통곡물 식사 등 건강한 식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각별히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퇴근 후에도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할 가능성도 더 커집니다. 또 지속적인 교육과 개별적인 건강상담, 전사적인 건강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