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올바른치과 김문섭 원장】
말썽 많은 사랑니에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름이 붙었을까요? 좀체 사랑하기 어려운 녀석인데 말이죠. 우리의 치아 중에서 사랑니처럼 소문이 많은 치아도 없을 것입니다. “사랑니를 발치하면 치열이 틀어진다.”, “턱 모양이 변한다.”, “잇몸 안에 묻혀 있으면 뽑지 않아도 된다.” 등등 어마어마한 스캔들 원조 치아가 바로 사랑니입니다. 사랑니가 일으키는 다양한 스캔들, 소개합니다.
사랑니는 ‘말썽꾸러기’
“선생님, 입이 갑자기 잘 안 벌어지고 너무 아파요. 갑자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해서 일을 시작했다는 20대의 여성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입을 벌리기도 힘든 상태를 몇 주 동안 버티다가 치과에 왔습니다. 입안을 보니 사랑니 주변에 염증이 생겨 심하게 부어 있었고 고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입속 세균들은 음식물이 남아있는 장소를 매우 좋아합니다. 특히 사랑니와 잇몸 사이는 칫솔질로는 청소가 어렵기 때문에 세균들에게는 그야말로 영양분을 얻는 안식처가 됩니다.
여기서 세균들이 무럭무럭 증식하고, 사람의 컨디션이나 체력이 떨어지게 되면 독소를 신나게 내뿜어서 염증을 일으킵니다. 컨디션과 체력이 회복되면 독소를 청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한동안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랑니 주위가 아프고 그렇지 않고를 반복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염증이 이렇게 반복이 되면 사랑니 주위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이 점점 녹게 되고 더 심한 염증으로 번지게 됩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문 씨! 누워있는 사랑니를 10년 동안 그대로 방치한 채 지내왔습니다.
“왜 이제 오셨나요? 그동안 많이 아팠을 텐데….”
“군복무 중이라서 제대 후까지 참고 지냈는데, 막상 제대하니 통증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잊고 지내게 된 것 같아요.”
칫솔질을 열심히 해왔지만 누운 사랑니 사이에는 닿지 않아 옆에 있던 어금니의 절반 이상이 이미 썩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우선 사랑니를 뽑은 후에 충치 부위를 대량으로 삭제하고 보철치료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통증을 느낀다면 자연치아까지 발치를 해야 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사랑니가 아파서 병원에 내원했는데 주변 치아까지 충치가 생겨버린 경우를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미리 뽑았더라면 염증이 발생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망가진 치아를 발치해야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요.
사랑니 주변에 물혹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물혹은 사랑니 위를 덮고 있는 작은 주머니가 계속 자극을 받아 물이 고여 생기게 됩니다. 문제는 대부분 통증이 없이 진행되다 보니, 물혹의 크기는 커져만 가고 이로 인해 주변의 치조골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통증이 발생하거나 볼이 부어 병원을 찾으면 크기가 너무 커져서 제거 수술과 함께 뼈이식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사랑니를 미리 발치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사랑니는 앞쪽 치아를 밀어내서 치열 부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매복된 사랑니로 인해서 주변 치아가 자연스럽게 나는 것을 방해하거나, 다른 치아를 밀어내어 치열이 틀어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랑니는 어릴 때 뽑아주세요!
사랑니는 가능하면 어린 나이에 뽑아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고3 초반에 미리 뽑아 두거나 대학입시가 마무리된 직후 뽑아주는 것이 가장 적기일 듯합니다. 발육이 어느 정도 끝나 사랑니가 대부분 자라 있고, 치유도 빠른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치아가 나무이고 치조골이 땅이라고 한다면 어린 나무는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상태라서 땅에서 뽑아내기가 수월합니다. 세월이 흘러 나무와 땅이 서로 단단하게 얽히고 굳으면 뽑아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사랑니도 마찬가지입니다. 30대 이후에는 환자나 의사에게 훨씬 더 힘든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뽑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사랑니가 있지만 발치를 원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일 년에 한두 번, 가까운 치과로 가셔서 파노라마 사진 촬영을 해주세요. 혹시 사랑니 주위에 문제가 있다면 미리 발견할 수 있고, 옆에 있는 소중한 어금니도 체크해볼 수 있으니까요.
김문섭 원장은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이자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구강외과 교수를 역임했다. 백세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연치아를 지켜주는 문턱이 낮은 동네치과를 만들고자 서울 강서구에 올바른치과를 개원하고 진료 중이다. 주요 저서 <백세치아>는 100세까지 건강치아를 지키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