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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정의 행복테라피] 행복한 다이어트의 비밀 ‘위로푸드’ 처방전

2015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건강다이제스트 | 유은정 원장 (유은정의 좋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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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본과 1학년 시절, 나에게 행복을 주는 순간이 있었다. 도서관 가는 길목의 빵집에서 빵굽는 구수한 냄새가 물씬 풍겨나왔다. 진열대 위에 방금 놓여진 갓 구운 빵을 사서 한 입 떼어 먹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빠듯하기만 했던 의대생의 일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줬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힘으로 학교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소울푸드(Soul food)’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심신의 허기를 달래주는 어떤 음식! 음식이 주는 따뜻한 위로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본다.

음식의 두 얼굴

음식은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혀의 미각, 또는 코의 후각을 통해 기억의 저장소인 해마(hippocampus)에 감동을 전달하면서 우리 기억에 자리한다. 음식은 뇌에서 도파민, 베타엔도르핀과 같은 쾌락호르몬을 분비시켜 이런 기억을 강화한다.

쥐에서 도파민 신경을 파괴시키면 입맛은 다시지만, 음식이 옆에 있어도 먹으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음식이 주는 쾌락은 위장의 포만감뿐 아니라 뇌의 정화를 일으키고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기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배고픔을 느끼는 신체 부위는 위장이 아니라 뇌, 즉 시상하부이다. 시상하부는 본능의 뇌에 해당돼 기분, 성욕, 식욕을 담당한다. 그래서 식욕과 성욕이 채워졌을 때 포만감과 만족감이 느껴지게 된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해질 때에는 식욕과 성욕의 현저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크게 오르거나, 거꾸로 심하게 다운되기도 한다.

요즘 들어 맛집이나 먹을거리를 소개하는 ‘먹방’이나 직접 요리를 하는 ‘쿡방’이 대유행이다. 이 같은 유행에는 먹는 행위 자체가 본능에 해당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의 의미는 더 이상 배고픔을 해소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즐거움, 분위기, 자유, 자기 위로, 사랑, 함께 함, 친근감, 친구로 확대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탐닉, 쾌락이 도를 넘으면 해가 된다. 특정 음식에 중독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초콜릿이나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많이 들어있는 인스턴트 음식에 중독되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음식 중독이 있는 사람일 경우 마약중독자나 게임중독자의 뇌에서 활성화되는 ‘측핵(Nucleus Accumbens)’이라는 부위가 공통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음식이 주는 위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하는 질문을 받지만, 식사일기를 쓰는 환자분들에게 먹는 양을 정해주진 않는다. 각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먹는 양과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다이어트 식단을 고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침은 가볍게, 점심은 정상식사로, 저녁은 먹고 싶은 것 위주로 먹되, 먹고 싶은 것 조금씩 챙겨 먹기, 피곤할수록 나이 들수록 소식하기, 조금 더 빨리 숟가락 놓기, 천천히 여유 있게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다이어트라고 해서 먹는 행복감을 모두 빼앗아버리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한때 ‘일일일식(一日一食)’ 열풍이 불면서 ‘하루 한 끼만 먹는 게 과연 좋은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다이어트 전문가들 중 일일일식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혈당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배고픔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일폭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절식할 필요가 있거나, 디톡스(detox, 해독요법) 하는 목적으로 단기간 시행해볼 수는 있겠지만, 먹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은 본능과 직결되어 있어서 배고픔을 달래줄 음식 생각이 떠나지 않는 법이다.

예를 들어 ‘라면은 다이어트 하는 동안 절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참고 참다가 결국엔 생라면을 우걱우걱 먹다가 잠들었다는 환자도 있다. 비만클리닉 의사지만, 라면일지라도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을 1주일에 몇 번은 먹을 수 있도록 ‘위로푸드(comfort food)’를 처방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위로푸드는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는 소울푸드이다. 비 오는 날 어머니가 프라이팬에 부쳐주시던 바삭바삭한 감자전, 주말에 데이트할 때 먹었던 느끼하면서 고소한 파스타, 야밤에 후루룩 불면서 먹었던 쫄깃한 라면 면발, 학창시절 길거리에서 손을 후후 불며 먹었던 뜨거운 오뎅국물 말이다.

이런 음식은 내게 음식 이상의 것들로 존재해 미각과 아련한 추억의 깊은 맛을 선사한다. 그 음식들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대뇌의 해마에 당시의 행복감이 전달돼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추억여행’을 하게 된다.

잠시 후 퇴근하면 요즘 서먹해진 직원들과 삼겹살 불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고기를 구워먹어야겠다. 벌써부터 그 향과 쫄깃한 맛, 짭조름한 소금기가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함께 먹어야 마음이 열리고 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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