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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일] 치약, 비누, 화장지까지… 우리집 욕실에 숨어있는 건강 적신호 4가지

2015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52p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

기대 수명 백세 시대. 이런 시대에 골골한 몸으로 백 년을 사는 건 형벌과도 같다. 그래서 현대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건강’이다. 음식, 운동, 규칙적인 생활 등에 관한 건강 관리법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일상용품도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편리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만큼 건강에 유해한 환경에 노출돼 있기도 한 것이다. 편리함은 물론 건강도 지켜주는 일상용품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1. 욕실에서 탈출시켜야 할 칫솔

하루 세 번 사용하는 칫솔. 나의 칫솔은 집안의 어디에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사실 생각할 것도 없다. 칫솔의 위치는 욕실! 당연히 욕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세수와 양치질을 하는 곳이 욕실이니 칫솔 역시 욕실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의 욕실은 화장실과 함께 있다는 점이다. 옛날 같으면 안채와는 멀리 떨어져 있던 게 화장실이다. 그런데 시대가 좋아져 화장실이 깨끗한 모습으로 욕실과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깨끗한 화장실이 욕실에 있으니 생활도 편리해졌다. 그러나 건강은 더 위험한 처지에 놓였다. 미국 하버드대 Harvard Center for Risk Analysis(위해평가연구소) 연구원으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과 보건학의 접목에 힘쓰고, 환경보건학 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한국환경건강연구소’의 소장이자 <이렇게 해!>의 저자인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은 “욕실에 있는 칫솔은 심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잇몸 질환은 심장병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잇몸병이 있으면 입속에 세균 감염이 일어나기 쉽고, 세균이 혈액에 침투해 심장과 뇌에 이르는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면 혈전이 생긴다. 그러면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은 칫솔을 통해 세균이 우리 입속에 들어와야 일어난다. 그러나 누가 칫솔에 치약이 아닌 세균을 묻혀 입속에 넣겠는가? 하지만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복병이 있다. 바로 변기다.

대개 양치질 후에 칫솔을 욕실의 뚜껑 없는 보관함에 꽂아둔다. 욕실이자 화장실이기에 누군가는 용변을 본다. 그리고 물을 내린다. 이때 변기 뚜껑조차 닫지 않고 물을 내린다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변기 물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종 세균과 대변에서 나온 대장균이 욕실 전체로 퍼진다. 이 균들은 양치질 후 젖은 칫솔에도 사뿐히 내려앉는다. 이 칫솔로 양치질하다가 잇몸에 상처가 나면 각종 세균이 잇몸을 통해 몸속으로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침투한 세균은 혈류를 따라 떠돌다가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고, 혈전을 만들고, 급기야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심장병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칫솔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전상일 소장은 “가장 손쉬운 방법은 양치질 후 칫솔을 목욕탕에 두지 않고 공기가 잘 통하고 햇빛이 비치는 공간에 보관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는, 자외선 칫솔 살균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전상일 소장은 “심장병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칫솔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심장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당장 칫솔을 욕실에서 탈출시키자.

2. 세균보다 더 무서운 트리클로산 항균 비누

사스(SARS), 신종플루에 이어 올해 메르스까지. 다양한 신종 전염병이 유행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위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항균 제품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올해도 메르스 유행으로 집에서 쓰는 세안 비누를 일반 비누에서 항균 비누로 바꾼 집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상일 소장은 “항균 제품을 사용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비누처럼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항균 제품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균 비누 중에는 ‘트리클로산(triclo sa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수의학과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트리클로산이 근육을 약화시키고 심장의 혈액순환 기능을 저하시키며, 다리 근육의 강도를 떨어뜨린다고 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쥐는 심장에 이상을 일으켜 죽었고, 어항의 물고기는 움직임이 둔화되었다고 한다.

전상일 소장은 “인간과 동물에게 있어 근육의 활동을 손상시키는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는 항균 비누를 일반 비누처럼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항균 비누를 장기간 사용하면 트리클로산에 내성을 지닌 균이 생길 수 있고, 질병 치료용 항생제에도 교차 내성(어떤 약물에 노출돼 내성이 생긴 후 그 약물과 화학 구조나 약리 작용이 비슷한 다른 약물에 대해서도 내성을 나타내는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상일 소장은 “항균 비누를 매일 사용하는 행동은 아프지 않은데도 예방 차원에서 매일 항생제를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며 “최악에는 항균 비누가 내성이 강한 초강력 세균인 ‘슈퍼버그’ 출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트리클로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물질이라는 점이다. 하천으로 흘러들어 간 트리클로산이 햇빛과 반응하면 약한 다이옥신으로 변할 수 있고, 정수 과정에서 ‘염소’와 결합하면 독성이 더욱 강해진다.

항균 비누와 일반 비누가 세정 및 질병 예방 효과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미국 미시간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항균 비누가 감염성 질환을 막는 데 일반 비누보다 효과적이지 않고, 대장균 제거에도 우수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제는 비누 등 세정 용품을 살 때 제품 뒷면의 라벨을 살펴 트리클로산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3. 적극 사용해야 할 변기 뚜껑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릴 때를 생각해보자. 변기 뚜껑을 닫는가? 닫지 않는가? 영국 리즈대학교 연구진은 변기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렸을 때 변기로부터 약 30cm 높이까지 대변의 병원균이 튀어 올랐고, 양이 확 줄기는 했지만 90분이 지나서도 병원균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변기 뚜껑을 닫았을 때는 공기 중에서 병원균이 검출되진 않았고 변기 뚜껑 주변에서만 검출되었다고 한다.

전상일 소장은 “대변을 본 후 물을 내리기 전에 변기 뚜껑을 덮으면 화장실 내 위생뿐만 아니라 질병 전파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지금껏 변기 뚜껑을 닫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변기 뚜껑을 닫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변기 뚜껑을 닫는 습관과 함께 들여야 할 습관이 또 있다. 변기 뚜껑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책이나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라면 종종 변기 뚜껑에 기대 책이나 신문을 읽기도 한다. 하지만 변기 뚜껑 안쪽에는 늘 병원균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변기 뚜껑 안쪽에 기대지 않도록 주의하고, 변기 뚜껑의 안쪽도 자주 닦자. 변기 뚜껑은 장식이 아니다. 변기 뚜껑의 기능을 적극 사용하자.

4. ‘하얀’ 게 ‘깨끗한 것’이 아니다. 두루마리 휴지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화장지의 색깔을 떠올려보자. 무슨 색인가? 대개가 하얀색 화장지다. ‘무표백, 무형광, 무잉크, 무향’의 갈색 화장지를 선택하려다가도 갈색보다는 하얀색이 더 깨끗해 보여 하얀색 화장지를 선택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하얀색이 다른 색보다 더 깨끗한 걸까?

전상일 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흰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할 뿐만 아니라 흰 것을 깨끗한 것으로 동일시하는 인식도 매우 강하다.”며 “정말 깨끗한 게 아니라 단지 희게 보이는 것인데도 이를 깨끗하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흰색에 대한 선호도는 제품 제조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하얗게 만든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도록. 여기서 잠깐! 사람들이 하얀색을 선호하고 그에 맞춰 기업에서 하얀 제품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될까?

전상일 소장은 “하얗게 만들기 위해 형광 물질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형광 물질이 단순히 환하게 빛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속옷, 손수건, 마스크, 휴지, 종이, 세제, 기저귀, 생리대 등 많은 제품에 형광 물질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형광 염료와 접촉하면 피부에 묻어날 수 있고, 이 때문에 접촉성 알레르기나 피부염이 유발될 수 있다. 한 동물실험에서는 형광 물질을 먹었을 때 적혈구가 파괴되는 빈혈 증세도 나타났다. 환경부 역시 알레르기와 천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형광 증백제와 향료를 어린이 문구와 완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면 금지하고 있다.

형광 염료가 들어간 두루마리 휴지를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것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전상일 소장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두루마리 휴지를 자외선램프로 형광 염료 사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무형광’ ‘100% 천연 펄프’라고 상품에 표기된 제품에는 형광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재생 펄프 사용’ 또는 ‘천연 펄프 함유’라고 표시된 경우에는 형광 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전상일 소장은 “형광 염료가 항문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우리가 형광 물질에 둘러싸여 사는 것은 우리가 자초한 바가 크다.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며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촉구한다.

전상일 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하버드대 Harvard Center for Risk Analysis(위해평가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과 보건학의 접목에 힘썼다. 귀국 후 환경보건학 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국환경건강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서울대 등 여러 대학과 다수 방송·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칼럼 기고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둘다북스>를 설립하여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한국환경건강연구소>의 콘텐츠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일보> ‘전상일의 건강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황선숙입니다>에 고정 출연해 환경보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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