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
소금을 많이 먹으면…
소금을 많이 먹으면 위 점막이 헐어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미 있는 상처도 심해져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발암물질이 침투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또한, 출혈이 일어나면서 세포가 죽거나 재생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생겨날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음식이라 말하기에 다소 불편한 감이 있지만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금, 헬리코박터균 그리고 위암…
소금과 위암의 관계는 다른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짜게 먹으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줄여서 흔히 ‘헬리코박터’라 말한다)균이 활성화되어 각종 위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에서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하는 균인데, 최근에는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제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균을 위암의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군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확실한 증거가 가장 많은 그룹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찌개, 반찬 등을 여럿이 함께 먹고, 이들 음식에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 탓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 둘 중 하나, 성인은 셋 중 둘이 헬리코박터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유아와 어린이까지도 소금 과다 섭취 중!
세계보건기구는 하루에 소금 5g 이상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를 나트륨 양으로 환산하면 2000mg이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루에 먹는 소금의 양은 평균 12g이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2배 이상을 먹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세에서 15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4g보다 더 적은 양의 소금을 먹도록 권고하고 있고, 유아는 2g(나트륨 800mg)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아와 어린이의 소금 섭취 현실은 아찔하기만 하다. 1~2세가 3.75g, 3~6세는 6g, 7~12세는 8g 이상의 소금을 하루에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습관이 지속된다면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위암 등에 걸릴 위험이 크게 커질 것이다.
짠맛 안 나는 나트륨도 주의해야
위암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3대 암 중 하나다. 생활습관을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암에 많이 걸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소금과 헬리코박터균은 위에는 최악의 결합이다. 어렸을 때부터 두 요인의 결합을 막을 필요가 있다. 어떻게? 싱겁게 먹고, 아이들은 어른들과 같은 그릇의 음식을 떠먹지 않는 게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낵류를 멀리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 한 시민단체가 스낵류를 조사한 결과 20개 중 13개에서 100g당 500mg 이상의 나트륨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적부터 구운 고기나 닭튀김을 먹을 때 소금을 찍어 먹지 않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한편 짠맛이 덜하더라도 나트륨 함량이 높은 식품이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는 식품 회사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전략일 수 있는데, 짜지 않다고 해서 나트륨이 적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식품을 고를 때 나트륨 함량을 꼭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