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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프리즘] 끝나지 않은 전쟁 항균제 유감

2016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영글호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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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니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해 오던 방향제, 항균제, 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항균제, 살균제의 범람 속에서…

최근 마트에 들른 A 씨는 몇 가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항균, 살균, 방향 등의 말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으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생각이 많아졌다. 이제 이런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결국 마트에서는 아무 것도 사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후 우리 모두는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 생활 전반에 포진돼 있는 항균제, 살균제, 항생제의 범람에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균제나 살균제는 비슷하게 사용되고 있다. 항균제가 조금 더 넓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세균을 억제하거나 죽게 하는 물질로 공히 사용되고 있다.

이런 물질은 생활 속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습기, 제습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정수기 등의 생활기기와 주방세제나 세탁세제 등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주위엔 온통 세균들로 가득 차 있다고 전제하고 유해세균을 억제하거나 죽이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이 그러한 제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다시 우리에게 재앙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왜 그럴까?’ 한 번쯤 의문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세균=박멸?

17세기 레벤후크가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을 발견하였으나 그것을 실생활에 응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세균학자 루이 파스퇴르로 19세기부터다. 파스퇴르가 부패와 질병의 원인으로 세균을 지목함으로써 오늘날 우리들 대부분의 머릿속은 ‘세균=더럽고 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실 현대과학도 세균=박멸의 대상쯤으로 생각해 과학은 세균을 박멸하기 위한 다양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 주위를 온통 항균·살균 관련 제품들로 넘쳐나게 한 것이다. 아이러니인 것은 세균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박테리아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세균=박테리아인데도 말이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심하게 세균을 나쁜 미생물, 죽여야 하는 미생물, 박멸해야 할 미생물로 세뇌시켜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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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에 대한 인식 재고해야

세균=병균=박멸의 대상이라는 생각은 고쳐져야 한다. 물론 세균은 아주 작은 유기체, 즉 미생물이며 ‘어떤 것’은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것’이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 모든 세균이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엔 질병 유발인자로서의 세균이 아니라 건강에 기여하는 세균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자는 장내 세균이 정신건강에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고 발표하였고, 더불어 장을 ‘제2의 뇌’로 면역체계나 소화, 흡수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꼽았다.

장내에는 수많은 세균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고 있다. 소화기관은 몸 바깥세계와 몸 안 세계의 경계지점이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는 것은 당연하며, 다만 몸에 이로운 세균의 비율을 약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최선이다. 즉 유익균이 우월한 상태에서의 조화와 균형, 즉 적절한 밸런스 유지가 관건이다.

유익균의 비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디톡스 효과가 최고로 상승하여 유해균들이 생성하는 독성물질과 체내 유입 유해화학물질(발암물질 포함), 그리고 기타 독소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세균 밸런스가 이처럼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균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 부정적인 요소보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단 우리 몸속의 세균 밸런스뿐만 아니라 환경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생태계의 균형이 중요한 이유는 한 편에서는 세균 밸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인류의 이기심이 오염시킨 지구환경을 되살릴 수 있는 것도 세균, 즉 박테리아뿐이다. 생명의 시작도 끝도 세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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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제·살균제, 왜 나쁜가?

항생제 이야기를 먼저 하고 넘어가야겠다. 병원에서 쉽게 처방받는 항생제는 몸속 질병 유발인자로 지목되는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약물이다. 따라서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가리지 않는다. 항생제는 유익균과 유해균의 선별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지만 이를 남용하게 되면 체내 세균 밸런스는 무너지고 장기적으로 항생제로도 제거할 수 없는 유해슈퍼박테리아만 양생하게 되는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항생제 남용이 가져올 인류의 참혹한 미래를 예언한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항균제·살균제 역시 대부분 유해화학물질로 우리 몸이 독소로 인식한다. “세균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이유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사건 이후 공기청정기, 에어컨, 냉온정수기 등 화학물질이 사용된 생활용품이나 생활기기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시작됐고, 일부 제품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병든 과학이 천박한 자본주의에 편승한 결과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경이적이며 신비롭게 만들어져 있다. 이중 삼중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어 일반적인 질병 유발인자는 모두 걸러낸다. 그것은 자연 상태에서만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한다. 호흡기계를 통해서는 소화기계를 통해서든 인체에 유입된 세균은 자체에서 조절된다. 썩은 음식을 먹었을 때는 설사 등을 통해 장에서 해결한다. 건강한 몸이라면 스스로 처리하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신비롭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자연치유력을 믿지 못하고 모든 세균을 죽여 처리하면 좋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적당한 세균, 여기서 말하는 세균은 유해세균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더욱더 강하게 한다. 유해세균이 없으면 면역계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면역계는 점점 약해지게 돼 이후에 아주 작은 세균도 처리하지 못해 질병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항균제와 살균제를 사용하여 생활 주변에 세균이 얼씬도 못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가족들을 아토피성 피부염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질환에 노출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유해화학물질인 살균제나 항균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면 우리 모두는 항상 건강 낭떠러지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언제 추락하게 될지 모를….

항균제·살균제 들어간 제품 전면 중단이 최선

아무리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해도 세균을 100% 박멸할 수는 없다. 더 강한 세균을 만들어 놓고 유해화학물질로 질병을 얻으면 기름에 불을 지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빨거나 닦아내고 삶아서 사용하고, 유해화학물질 대신 천연 허브향을 사용하고, 습도가 높으면 숯이나 난방으로 조절하고, 습도가 낮으면 식물 화분을 활용하는 등 살균제·항균제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건강한 생활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화학물질로 만든 세제는 땅과 하천을 오염시켜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그것은 다시 우리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적당히 깨끗하게 살라고 권하고 싶다. 99% 살균·항균제품을 쓴다고 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부메랑이 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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