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
땅콩 잘못 먹으면 아플라? ‘아플라톡신’ 때문!
아플라톡신(aflatoxin), 이름만 들어도 뭔가 몸에 해로운 물질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맞다. 아플라톡신은 간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아플라톡신은 우리 생활과 매우 가까이에 존재하고, 완전히 예방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콩과류와 곡류 등을 습하고 따뜻한 곳에 저장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 발생한 곰팡이가 생산하는 독소가 바로 아플라톡신이다. 1960년 스코틀랜드에서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사료를 먹은 칠면조 1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아플라톡신은 지금까지 발견된 천연물질 중에서 발암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제암연구소는 아플라톡신을 1군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1군이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아플라톡신의 독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실험실에서 아플라톡신 연구를 하던 과학자들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고, 농촌 지역 간암 환자의 상당수가 아플라톡신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 케냐에서 317명의 주민들이 급성 황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 와, 그중 125명이 사망했다. 나중에 그들의 식량이었던 옥수수에서 허용기준의 200배나 초과한 아플라톡신이 검출되었다.
식품 속 아플라톡신 제거는 거의 불가능
식품에 존재하는 아플라톡신을 제거하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 곰팡이 독소는 200℃ 이상의 고온에 가열해도 죽지 않기 때문이다. 아플라톡신에 노출되면 식욕 감퇴, 불쾌감, 발열 증상이 생기고 이후 구토, 복통, 간암, 치명적인 간부전 증세를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급성 중독은 만성 중독보다 드물게 발생하지만, 아플라톡신이 맹독인 만큼 치사율이 높다. 또한, 매우 적은 양의 아플라톡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간암 발병 위험이 커지고 면역 기능이 저하되며 영양실조에 빠질 수 있다.
오래된 견과류나 수입산 건조 과일 등은 피해야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 곰팡이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 널리 분포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그동안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여름이 아열대 기후 특성을 띠게 됨에 따라 우리도 위험한 지역에 속하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쌀과 된장을 통해 아플라톡신에 노출된다. 땅콩, 땅콩버터 등에서도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바 있다. 특히 수입 땅콩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아플라톡신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기에 아플라톡신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감각으로는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따라서 오래된 견과류나 건조 과일 등은 먹지 않는 게 안전하다. 특히 수입산 건조 과일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조 과일 자체는 몸에 좋을 수 있지만, 제조 기한과 보관 과정에 따라 아플라톡신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땅콩도 냄새를 맡아 봤을 때 묵은내가 난다면 먹지 말아야 한다.
전상일 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하버드대 Harvard Center for Risk Analysis(위해평가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과 보건학의 접목에 힘썼다. 귀국 후 환경보건학 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국환경건강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서울대 등 여러 대학과 다수 방송·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칼럼 기고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둘다북스>를 설립하여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한국환경건강연구소>의 콘텐츠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일보> ‘전상일의 건강해’ 칼럼을 연재하며 환경보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