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교수)】
입 냄새, 왜?
입에서 냄새가 나서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냄새가 나는 분도 있지만 본인은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여기나 실제로는 그렇게 심하지 않은 분도 많다. 특히 입 냄새는 자신만의 문제라기보다 늘 대하는 상대방을 의식해서 느끼는 것이므로 더욱 고민일 수 있다.
입 냄새, 구취란 호흡기를 통해서 구강 내로부터 나오는 불쾌한 냄새다. 입 냄새는 무슨 성분이고 왜 나는 것일까?
입 냄새의 주성분은 주로 휘발성 황화합물이나 암모니아 냄새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의 미세 찌꺼기 속에 남아있던 유황 성분이나 질소 성분이 치아 면에 붙어 있거나 잇몸 속에 눌러 붙어 있어서 그곳에 세균들, 즉 산소 없이도 살아가는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그것을 먹고 살면서 부패시켜 대사물질을 내뿜는다.
유황 성분의 대사물질로는 단내 같은 메칠머캅탄, 구린내 나는 황화수소, 그리고 고약한 썩는 냄새 나는 디메칠설파이드 같은 황화물이나, 질소 성분을 분해하여 퀴퀴하고 쏘는 냄새의 암모니아 같은 불쾌한 냄새를 내뿜게 된다.
입 냄새는 크게 생리적 냄새와 병적 냄새 그리고 심리적 냄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생리적 구취 냄새로는 자극성 음식인 마늘, 고추 등 양념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고 난 후 그 음식과 관련된 냄새가 나는 것이다. 또 구강 내 침이 말랐을 때 구강 내의 불쾌한 냄새 성분들이 입 밖으로 휘발되어 나와서 입 냄새가 나기도 한다. 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안이 말라 있거나, 배고플 때, 그리고 심한 운동 후 마치 양파 썩는 냄새 같은 입 냄새가 나게 된다. 흔히 입에서 ‘단내가 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메칠머캅탄 성분이 많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구강 내에 질병, 즉 충치나 치주병이 있을 때 ▶병적 구취 냄새가 심하게 난다. 이는 주로 황화수소 성분이 많이 나기도 한다. 특히 구강이 불결하여 치아에 치태가 많이 끼어 있을 때 음식물 미세 찌꺼기가 부패하여 나오는 구린 냄새는 황화수소 성분이 많다.
그리고 위나, 폐, 간 등에 내과적 질환이 있거나 호흡할 때마다 몸속에서부터 구취가 입안으로 역류해 올라올 때에는 디메칠설파이드 성분이 증가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구취 전문 클리닉에 가면 이 성분들을 분석하는 기기들이 있어 환자가 주로 어느 요인 때문에 입 냄새가 나는지를 분석해서 치료하기도 한다.
구취 조절법은 항상 입안을 촉촉하게~
구취 요인에 따른 치료법이란 결국 생리적인 입 냄새는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피하고, 자주 물로 입안을 적셔주어 휘발성 황화물이 휘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병적으로 충치나 잇몸병 같은 구강병이 있어서 구취가 난다면 구강병을 치료하거나 구강 위생을 깨끗이 하도록 철저한 이닦기와 필요에 따라 산화 또는 환원제의 양치용액을 사용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만성 내과적 질환으로 인한 구취라면 구강위생 관리는 물론 내과적 치료로써 해당 장기의 건강회복과 질병 치료를 해야만 구취를 조절할 수 있다.
그 동기는 어떻게 되든 구취는 결국 휘발성 황 또는 암모니아 성분이 입에서 나와 타인의 코에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타인이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입 냄새의 조절 방법 중 아예 강한 향 성분으로 입 냄새를 덮어버리는 방법이 있다. 마치 얼굴에 가면을 써서 얼굴을 덮어버리듯, 뿜어 나오는 냄새를 덮어버린다 해서 ‘마스킹 효과’라고도 한다. 진한 향의 사탕, 껌, 스프레이를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구취를 숨겨버리는 방법이다.
가장 일반적인 구취 조절법은 구강 내를 항상 축축하게 하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 길거리에 개가 변을 봐 놓은 것이 있다 치자. 고약한 냄새가 주위에 굉장히 퍼진다. 그러나 때마침 비가 오면 그 냄새가 안 난다. 휘발성 황화물이 휘발이 안 되기 때문이다. 더러운 냄새는 물에 젖어 있으면 냄새가 안 나며, 구강은 본래 항상 축축이 젖어 있어야 건강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냄새가 있어도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 입안이 자주 마르거나 어떤 원인으로 타액 양이 적어지면 그때는 입 냄새가 나게 된다. 그러므로 입 냄새가 안 나게 하려면 늘 입안을 축축하게 적실 목적으로 조그만 물병을 지니고 다녀야 하며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안을 적시는 수준으로 수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물이 주위에 없다 해도 혀로써 구강 내 침샘을 자극하면 침이 나와서 구강 내를 적셔 준다. 혀로 오른쪽 뺨, 위 입천장, 왼쪽 뺨 그리고 아래를 차례로 톡톡 쳐보자. 그리고 혀로 한 바퀴 돌려보자. 그것도 체조하듯 구령을 붙여가며 하나, 둘, 셋, 넷하며 혀를 한 바퀴 돌리고 반대로도 한 바퀴 돌려보자. 어느새 구강 내에 침이 발라져 있어 다소 축축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을 혀체조라 한다.
침은 일반적으로 다소 많이 나오는 것은 건강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적으면 문제가 된다. 감기약을 먹어도 침이 마르고 치약으로 이 닦고 나도 다소 침이 말라서 오히려 입 냄새가 난다고 느끼기도 한다. 옛날 삼국지에 조조가 더운 여름날 군사를 이끌고 먼 길을 가는 중에, 군사들이 갈증에 목말라하니까 “저 산 너머에 매실 밭이 있으니 넘어가서 신 매실을 따먹자.”며 자꾸 매실을 연상하게 함으로써 군사들의 입안에 침이 고이도록 하여 갈증을 다소 해소하고 산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침을 나오게 하는 데는 정신, 심리적인 자극방법도 있지만 혀체조처럼 침샘을 직·간접으로 자극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혀체조 후에는 입 냄새가 많이 감소된다. 그러니 노인들은 심심할 때 자주 혀를 구강 내에서 굴려 침이 많이 나오게끔 하는 게 좋다. 또한 입 냄새가 나는 환자는 치약도 계면활성제가 들어있지 않은 밍밍한 치약을 쓰는 것이 다소 치아는 덜 닦여도 입 냄새 방지에는 좋다.
그런데 실제로는 입 냄새가 나지 않거나 조금 나지만 본인이 심하다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입 냄새로 치과를 찾는 환자의 반 이상이 사실 이러한 경우다. “당신은 입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또는 “당신의 입 냄새 정도는 일반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라고 말해줘도 본인은 수긍하지 못한다. 남을 먼저 배려하거나 의식하는 사람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위 말하는 입 냄새 염려증 환자이다. 일종의 강박증 환자일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수회에 걸친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하고 심지어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입 앞에 코를 들이밀며 확신을 시켜주기도 하지만 잘 수긍하지 않으려 한다.
심리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며 본인이 확신할 때까지 이를 치과에서 확신시켜 주는 전문적인 상담 진료를 행하기도 한다. 그러니 혼자서 입 냄새 날지 모른다고 고민하지 말고 입 냄새 전문 치과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이다.
입 냄새 자체는 질병이라기보다 어떤 질병의 하나의 증상이거나 구강 관리 미흡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나타난 현상이기에 그 원인을 잘 찾아서 해결하면 얼마든지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증세를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생활에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