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
손쉽게 음식에 감칠맛과 풍부한 맛을 더해주는 MSG. 이것 하나만 있으면 고향의 맛, 엄마의 손맛을 낼 수 있어 마법의 가루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처럼 쉽고 간편하게 음식 맛을 올려주는 MSG를 습관처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음식에 MSG를 넣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MSG에 길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MSG에 길든 입맛을 회복하고 MSG 사용을 줄일 방법은 뭘까?
MSG, 입에는 감칠맛, 우리 몸에는?
흔히 인공조미료라고 하는 MSG(Monoso dium Glutamate, 글루탐산나트륨)는 단백질 아미노산의 일종이자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을 결합해 만든 것이다. MSG는 다시마를 오랫동안 끓였을 때 얻을 수 있는 감칠맛을 내지만, 다시마가 아닌 사탕수수로 만든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과 당밀에 미생물을 넣고 분해시켜 글루탐산을 만든 후 이것이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을 첨가하는 것이다.
소량으로도 풍부한 감칠맛을 내는 획기적인 조미료인 MSG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인식은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에서 시작됐다. 1968년, 중국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후에 팔,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을 겪은 사람이 그 원인을 MSG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다시마 등 자연 속에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메이트(글루탐산)를 소량으로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량 추출해서 인공적으로 만든 것을 섭취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글루타메이트는 뇌를 자극해서 신경전달에 영향을 주는 물질이며, 흥분성 수용체에 결합하는 형태라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라고도 한다. MSG가 인체에 들어와 이런 결합을 하면 이것 자체가 자극이 되어 칼슘이 세포 안으로 유입돼 세포 안의 칼슘 농도가 짙어진다. 그러면 세포 안의 염증반응이 높아지거나 활성산소가 증가해서 기존의 세포가 손상된다. 그리고 증가한 활성산소를 줄이는 과정에서 항산화제인 비타민 B나 C 등 몸 안에 있는 필수 성분들이 고갈된다.
임종한 교수는 “MSG를 많이 섭취하면 해로운 물질인 활성산소는 많이 생성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몸속의 항산화제는 많이 소모된다. 그리고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몸속에서 여러 독성작용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혹시 내가 MSG 중독?
한국인은 MSG를 평균적으로 하루에 2g 정도 먹는다. 그런데 여기에 두 배 정도 되는 4g 정도로 먹게 되면 ‘음식에 MSG를 넣어야만 제맛이 난다’고 여기게 된다. 임종한 교수는 “미각 자체가 MSG에 길든 상태, 그래서 MSG를 넣지 않으면 MSG가 당기는 상태를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MSG 중독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타난다. ▶급성은 중국음식점 증후군이 대표적인데, MSG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 MSG를 과다 섭취했을 경우 두통이나 갈증이 나거나 숨이 차거나 가슴이 뛸 수 있다. ▶만성은 오랫동안 MSG에 노출되고 하루 평균 섭취량의 2배인 4g 정도를 먹고, 비만이거나 간에 염증이 있거나 생식기능이 저하되거나 학습장애 등 건강상의 문제가 있음에도 MSG를 넣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경우다. 임종한 교수는 “건강도 우려되고 섭취량도 많은 경우는 MSG 중독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MSG 중독에서 탈출법~
1 천연조미료로 감칠맛을 내자
임종한 교수는 “자연식품 속의 글루타메이트를 먹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멸치나 다시마 등 글루타메이트가 많은 재료를 사용해 만든 천연조미료로 감칠맛을 내도록 하자.
2 MSG는 하루 1g 이하로 섭취하자
한국인의 MSG 평균 섭취량은 2g이다. 이를 50kg 성인이 먹는다고 했을 때 kg당 0.04g이다. 동물실험에서는 kg당 2g을 섭취했을 때 독성이 나타났다. 임종한 교수는 “동물실험에서의 kg당 2g과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kg당 0.04g과의 차이는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안전범위 내에서 MSG를 먹으려면 100분의 1 정도인 kg당 0.02g, 즉 하루 1g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여러 음식 속에 MSG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런 음식들을 먹을 경우 독성 성분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의 MSG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능한 한 자연식품을 이용해 맛을 내고, 조리 시 첨가하는 조미료 형태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3 제철음식을 먹고, 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도록 노력하자
MSG가 지닌 감칠맛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경우에는 미각이 둔해질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 섭취도 어려워진다. 임종한 교수는 “이러한 점을 인식해서 제철음식을 먹거나 미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음식 고유의 맛을 느껴보는 노력을 하는 것만으로도 MSG 과다섭취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4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자
임종한 교수는 “MSG 섭취가 몸에 유해하지 않을 방법은 플라보노이드, 오메가3, 마그네슘, 항산화제가 많은 음식 섭취로 균형된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MSG 섭취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건강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항산화제가 많은 채소와 과일, 마그네슘이 풍부한 시금치, 배추, 바나나, 청어 등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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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에 대한 오해와 편견
● MSG, 국물 음식에만 있다?
아니다. MSG를 국물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과자, 소스, 드레싱 등 가공식품의 감칠맛을 내는 데에도 MSG가 사용된다. 특히 과자 속의 MSG를 아이들이 많이 먹을 경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임종한 교수는 “이런 이유로 식품을 구매할 때는 그 식품에 MSG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 외식으로 국물 음식을 먹은 후에 갈증이 나는 건 MSG 때문?
그럴 수 있다. MSG 속의 소듐(나트륨)은 중독성이 강한 짠맛을 낸다. 따라서 MSG가 많은 음식을 먹은 후에는 심한 갈증을 느낄 수 있다. 이때는 물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임종한 교수는 “MSG는 몸에 쌓이지는 않는다. 물을 많이 먹으면 바로 배출된다. 하지만 반복해서 과다 섭취하면 몸속의 항산화제 등을 고갈시키는 등의 문제가 생기므로 MSG 과다 섭취는 몸에 골병이 들도록 계속 잔 펀치를 날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 MSG는 무해하다? 유해하다?
섭취량이 좌우한다. 임종한 교수는 “독성학에서 어떤 물질이 독성을 갖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복용량”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물 자체는 독성이 없다. 하지만 물도 지나치게 많이 먹게 되면 수독이라고 해서 우리 몸에서 독성작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어떤 물질이 독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양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MSG도 마찬가지다. 섭취량이 적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추출해서 인공조미료 형태로 섭취할 때는 자연식품 속에 존재할 때의 10배 또는 100배 이상을 먹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 MSG 섭취, 노인과 아이들은 더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 노인은 식사가 부실하기 쉬운데 이럴 때 MSG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몸이 훨씬 더 축나 노화가 촉진되고, 뇌 쪽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면 치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임종한 교수는 “노인과 성장기의 아이들과 같은 취약계층에게는 MSG가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 MSG 과다 섭취, 비만과 당뇨를 부른다?
그럴 수 있다. MSG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당 대사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 임종한 교수는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에서 MSG와 단맛을 내는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같이 섭취했을 경우 당 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꽤 있다.”고 말한다. MSG가 들어간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감미료가 든 음료를 마시면 각각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둘을 함께 먹었을 때는 비만과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
임종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당뇨 대란이라고 할 정도이다. 현재 7%인 당뇨 환자가 2030년에는 전체인구의 14%가 될 거로 예상하고 있다. MSG가 다른 화합물과 결합해서 당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당뇨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라도 MSG 성분 표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