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차윤환 교수】?
할리우드 스타들이 건강식으로 즐겨 먹는다는 한식. 그러나 이렇게 자랑스러운 한식에서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있다. 바로 소금이다. 전 세계가 감탄해 마지않는 발효음식인 김치, 된장조차도 짠 음식이라는 꼬리표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또한, 짭짭한 맛이 없으면 음식이 맛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권장량(2000mg)의 2.4배에 달하고, 이러한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혈압을 올리는 등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치, 장류, 젓갈류, 국물 음식 등에서 짭조름한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소금. 소금의 짠맛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금, 그 짠맛에 끌리는 이유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 감칠맛 등 우리가 느끼는 맛에는 특성이 있다. 바로 물에 녹아야 비로소 맛이 난다는 점이다. 소금, 설탕, 식초는 물에 아주 잘 녹는다. 그래서 우리는 짠맛, 단맛, 신맛을 금방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짠맛은 다른 맛과 다른 점이 있다. 모든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소금, 즉 짠맛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차윤환 교수는 “채소, 고기, 심지어 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짠맛을 내는 성분(나트륨)이 들어있다. 그래서 짠맛은 가장 익숙한 맛인 동시에 선택해서 먹는 맛이 아니라 노출될 수밖에 없는 맛”이라고 말한다.
단맛이나 신맛 등은 우리가 선택해서 먹는 맛이다. 그러나 짠맛은 다르다. 모든 음식에 나트륨이 들어있기에 음식을 먹는 한 먹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음식을 통해 몸속에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 몸에 익숙하고 친근하다. 익숙하고 친근한 만큼 역치도 올라가서 맛의 강도도 높아지게 된다. 차윤환 교수는 “짠맛의 이런 특성 때문에 좀 더 강한 자극을 받고 싶어 하게 되고, 그래서 짠맛이 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고 설명한다.
자연식품 속의 짠맛은 차치하고 그 외의 식품 섭취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짠맛을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거나 식당에서 국밥 등을 먹을 때 외에는 우리가 직접 음식에 소금을 넣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도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이유는 뭘까?
차윤환 교수는 “소비자가 짠맛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생산자 입장에서 짠맛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맛을 부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맛이다. 그래서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 속에는 이미 생산자들이 부여한 짠맛이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자연식품 속에 들어있는 나트륨은 물론 우리가 마트 등에서 쉽게 구매하는 음식재료 속에도 이미 많은 소금이 들어있다.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짠맛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덜 짜게 먹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덜 짜게 먹기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한 것이다.
먹는 대로 흡수되는 소금!!
사실 소금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몸에는 미량의 전기가 흐르고 있고 우리가 팔·다리 등 우리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뇌에서 각 지체로 보내는 전기적 신호에 의해서다.
그런데 이런 전기적 신호는 우리 몸속에 나트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또한, 우리 몸속 세포 안과 밖의 삼투압의 균형을 이루는 데에도 나트륨이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나트륨은 혈액과 체액을 통해 영양분을 운반하고, 신경과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계모의 학대로 한 달간 소금밥을 먹었던 초등생이 사망했던 사건처럼 소금을 과도하게 먹으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 혈압을 높이고, 뇌졸중, 심장병, 만성 신부전, 정서불안, 스트레스 등을 일으킨다.
소금 섭취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데는 소화·흡수 과정에서의 소금의 특징도 한몫한다. 보통 몸속으로 음식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그런데 소금은 이런 과정없이 물과 함께 그냥 흡수된다.
차윤환 교수는 “우리 몸이 소금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 물이 흡수될 때 소금도 같이 흡수된다.”며 “우리 몸은 소금에 대한 통제력이 없고, 소금을 흡수하기 위해서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금을 많이 먹으면 먹는 대로 흡수된다.”고 설명한다. 소금 섭취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는 데는 나이도 관련이 깊다. 차윤환 교수는 “설탕은 아이들이 더 많이 먹고, 소금은 노인들이 더 많이 먹는다. 나이가 들면 미각세포의 예민도가 바뀌는데, 이때 짠맛에 둔감해져 짜게 먹게 된다. 즉 부모가 소금 섭취량을 줄이지 않으면 자녀는 그만큼 소금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고 말한다.
나도 혹시 소금 중독?
나는 얼마나 짜게 먹고 있을까? 소금 중독 역시 진단명이 아니기에 의학적 진단기준은 없다. 다음의 자가 진단으로 평소에 소금을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보도록 하자.
<소금 중독 자가 진단>
● 국, 라면 등 국물 음식의 국물을 다 먹는다.
● 늘 음식에 소금이나 양념을 더 넣어 먹는다.
● 젓갈이나 장류를 좋아한다.
●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을 자주 먹는다.
●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다.*? 위 문항 중 3개 이상에 해당된다면 소금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소금 중독에서 탈출법~
■ 1 국물을 남기자
한국인의 특징적인 식문화 중 하나가 국물 음식이다. 차윤환 교수는 “소금을 많이 먹게 되는 경우는 대개 국물을 먹을 때”라며 “국물 음식을 먹으면 소금을 많이 먹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국물에서 건더기만 먹어도 소금 섭취량이 많아지는데, 국물까지 다 먹는다면? 소금섭취량은 더 많아진다. 따라서 국물은 가능한 한 남기도록 하자. 국물 1컵(200mL) 을 덜 먹으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소금 5g, 나트륨 2000mg)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 2 끓일 때 국물에 간하지 말고 먹을 때 간하자
많은 양의 국물 음식을 끓일 때는 소금도 훨씬 많이 넣게 된다. 그러니 국물 음식은 요리 할 때 간을 맞추기보다는 먹을 때 간을 하는 것이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 3 조리 시 소금을 넣지 말고 조리 후 간장을 찍어 먹자
조리 시 소금 간을 해야 할 경우 소금을 넣지 말고 음식을 다 만든 후 간장에 찍어 먹는 방법도 활용해보자. 또한, 음식 조리 시 소금 대신 후추, 생강, 겨자 등 향신료를 사용하면 소금의 양을 줄일 수 있다. 고등어 등 소금에 절인 생선은 쌀뜨물에 30분 이상 담가 놓으면 염분을 제거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 4 소금은 적게 넣고, 담고, 먹자
집에서는 소금을 적게 넣고, 급식에서는 적게 담고, 외식 때는 적게 먹도록 하자.
■ 5 식품 구매 시 영양성분 표시에서 나트륨 양을 확인하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하루 적정 소금 권장량은 5g(나트륨 2000mg)이다. 식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영양성분 표시를 확인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
■ 6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감자, 고구마, 버섯, 부추, 바나나, 토마토, 키위 등 칼륨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의 섭취는 세포 내의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 7 물을 많이 마신다
체내의 소금 대부분은 땀과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물과 함께 자유롭게 체내에 들어온 소금은 물과 함께 배출되는 것이다. 짜게 먹는 편이라면 물을 자주 먹자.
■ 8 짠맛 아닌 나트륨도 경계하자
소금은 짜다. 하지만 소금의 성분인 나트륨이 모두 짠맛은 아니다. 소금의 양을 줄이는 데는 소금을 적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MSG, 카제인나트륨 그리고 식품첨가물 등에 들어있는 짠맛이 나지 않는 나트륨들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