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전용완 기자】
【도움말 |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최철명 원장】
싱글남인 J 씨는 최근 끝내주는 경험을 했다. 눈앞에서 가상현실세계를 만들어준다는 VR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VR 기기의 첫 모습은 그저 그랬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고글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고, 앞에 스마트폰을 끼울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이런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J 씨는 사용하는 내내 감탄사를 멈출 수가 없었다. 실감나는 영상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가상현실로 유명 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니고, 3D영상을 실감나게 즐길 수도 있었다. 머리를 위로 들면 하늘이 보이고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마다 왼쪽, 오른쪽이 입체적으로 보였다. 정말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영상이었다. 얼마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사용하고 난 뒤가 문제였다. 재미는 있었지만 눈이 시큰거렸고, 뒷목도 뻐근했다.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로 급부상 중인 VR기기! 새로운 신종 기기의 등장 앞에서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 뭘까?
요즘 폭풍 인기~ VR기기 아세요?
VR기기의 인기가 무섭다. 청소년과 IT에 관심 많은 싱글남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고 VR을 지원하는 동영상, 게임 등 가상현실을 지원하는 콘텐츠도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이 VR기기를 내놓아 7시간 만에 매진되기도 했고, 중국의 한 업체는 폭풍마경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VR기기를 한화로 1만 8000원이라는 매우 싼 가격에 출시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VR기기의 무서운 보급 속도 앞에서 사용자의 걱정도 늘고 있다. VR기기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에는 VR기기 사용 후일담이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는데, 그중에 눈, 안면, 목에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잖다. 심지어 VR기기를 오래 사용할 경우 실명할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글까지 게재돼 있을 정도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IT기술의 접목이 빚어낸 또 하나의 쾌거 VR기기! 그 등장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이 물음에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최철명 원장은 “VR기기의 너무 오랜 사용은 눈 건강을 해치는 또 하나의 주범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VR기기 블루라이트 눈 건강에는 최악!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첨단 기술의 개가 VR기기!?하지만 재미있는 영상에 흠뻑 매료돼 무턱대고 열광해선 안 될 것 같다. 눈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철명 원장은 “우리 눈은 화면에 집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들게 된다.”며 “VR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줄어들어 안구건조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고 작은 눈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
▶작은 화면으로 글씨나 사물을 계속 보게 되면 안구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커져 눈의 피로도도 증가하고 눈 주위 통증도 유발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이나 VR기기에서는 푸른빛인 블루라이트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VR기기의 경우는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특성이 있어 눈 건강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중 자외선 가장 가까이에 위치하는 빛이다. 파장이 가장 짧고 자극적이다. 다른 빛보다 유독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에 치명적인 이유는 눈의 각막이나 수정체에서 빛을 흡수하지 못하고 망막에 직접 도달하기 때문이다. 블루라이트는 상을 흐릿하게 하고 눈이 부시게끔 산란시키는 성질이 커 눈을 피로하게 한다.
일본 의학계에서는 “디지털기기가 발하는 블루라이트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피로뿐 아니라 생체시계에 혼란을 일으켜 수면과 건강까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VR기기가 눈 움직임을 극도로 제한한다는 점도 눈 건강에 적신호라고 할 수 있다.
최철명 원장은 “개방된 공간이라면 한 번씩 먼 곳을 쳐다보며 근육을 풀어줄 수 있지만 VR기기는 시선을 한 지점에 오래 모이게 하고 눈을 깜빡이는 것을 잊게 해 눈물이 빠르게 마르고 건조해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건조한 눈은 눈 건강의 적이다. 눈을 보호하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어떤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는 눈물흘림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또 충혈이나 시력저하는 물론 야맹증처럼 침침해지는 등 노안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가상현실은 짜릿한데 왜 어지러울까?
VR기기를 사용하고 난 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철명 원장은 “어지럼증의 이유는 몸은 가만히 있는데 화면은 움직이니 뇌가 착각을 해서 어지럽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입체영상의 경우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이 비쳐지면서 입체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계통이 균형감각을 잃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멀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원시일 경우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최철명 원장은 “연구 결과 12살 이내 50세 이상이 VR기기를 장시간 보게 되면 멀미, 두통, 구토, 피로감 등의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건강이 약하거나 잠을 오래 못 자거나 피곤한 상태에서 VR기기를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어지럼증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한다.
따라서 VR기기 시청 중 두통, 어지럼증, 구토감, 불안감 등의 이상증상을 느낀다면 즉각 사용을 중단하고 이상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휴식을 취해야 한다.
막을 수 없는 대세! VR과 친하게 지내기
첨단 IT기기의 범람 속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눈 건강! 앞으로도 우리의 눈 건강을 위협하는 IT기기들은 앞 다투어 선보일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 앞에서 눈 건강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누구나 다 안다. 가능한 한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눈 건강에 안 좋다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VR기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철명 원장은 “눈 건강을 위해서는? IT기기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환경을 개선할 것”을 당부한다.
VR기기를 사용하면서도 눈 건강을 지키는 5계명.
1. 50분 정도 영상을 본다면 10분은 쉬어야 한다. 2시간 이상 영상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눈 휴식을 할 때는 눈을 감거나 먼 곳을 바라보면 된다.
2. 너무 춥거나 건조한 환경을 피해야 한다. 실내온도는 18~24도, 습도는 40~70%를 유지하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
3. VR기기의 경우 눈을 치켜뜨고 봐야 하는 구조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눈의 피로도가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눈 건강에 맞도록 기기 세팅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4. 눈이 피로할 때는 의식적으로라도 눈을 자주 깜박이도록 하자.
5.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눈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이미 우리생활에 들어온 VR기기!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건강하게 즐기는 타협점을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