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새해 들어 많은 신년계획을 세운다. 필자는 올해 우리 독자분들의 신년계획으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기, 그로 인해 더 건강한 인간관계 만들기를 제안해본다. 김예민 씨는 깔끔한 외모의 직장인으로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식사만 하면 심한 복통을 느꼈다. 3개월간 9kg나 빠져 겉보기에도 해쓱했다. 복통에다 체중이 계속 주니 중병이 아닐까 싶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인터뷰를 해보니 그의 성격과 인간관계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업무중심적 인간 김 씨의 비극
김예민 씨는 행복해지기 가장 어려운 성격이라 할 수 있는 완벽주의자였다. 과묵하고 책임감 있으며 빈틈없이 일처리 하는 한국사회가 그간 길러온 전형적인 업무중심적 인간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인간관계에서는 자기주장이나 감정표현이 서툴렀고, 또 주변이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불편한 심기를 느꼈다. 당연히 과로하는 업무패턴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사를 깔끔하게 처리하다 보니 야근과 토요일 근무를 자청했다. 집에서도 늘 일 생각뿐이었다. 힘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 술, 담배를 달고 살았다. 더군다나 최근 입사동기인 박 과장과 업무협력을 하면서 판이하게 다른 업무 태도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터였다.
소심하고 예민한 김 씨는 박 과장에게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혼자서 속으로 끙끙 앓고 있던 터였다.
김 씨는 우리나라 성인들이 관계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망치는 대표적인 예이다. 김 씨에게 의학적인 처방과 함께 건강한 인간관계 대응법과 성격교정을 조언했다. 핵심적인 것 몇 개를 적어보면 이렇다.
● 가장 괴로운 일이 인간관계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라.
● 최선을 다해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집중하라.
● ‘진인사대천명’이다. 당신의 할 말 못하는 신중함도 문제다. 자신을 신경 쓰이게 하는 직장 동료에게 몇 번 더 당신의 의사를 명확하고 똑부러지게 전달하는 것도 자기 치료가 된다. 담아두면 당신의 정신만 황폐해진다.
● 좀 밉상스럽다 싶게 맘에 들지 않는 행동들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표시하라. 참지 마라. 단 시원하게 말했다면 그가 당신의 의견을 선택하고 말고에 개의치마라.
한국인의 스트레스 주범은 인간관계
김예민 씨의 경우처럼 반복된 스트레스는 신체 증상을 불러일으키고 심한 경우 고질적인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병원을 찾는 우리나라 성인의 가장 큰 병인은 스트레스이다. 그리고 한국인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인간관계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관계 사회이기 때문에 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역동 속에서 자신의 자리 찾기, 직장에서의 변화무쌍한 변동,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과 불안정 사이의 갈등 등이 끊임없이 우리나라 성인들의 건강에너지를 갉아먹는다.
흔히들 원만한 인간관계는 행복의 조건이라 말한다. 인간적 온기가 남은 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사회보다 더 행복하다는 점에는 별 이론이 없다. 한국에서 지낸 지 얼마 안 되는 외국인은 한국인의 친밀하고 격이 없는 인간관계가 부럽다고들 한다. 하지만 좀 더 살아본 외국인은 한국적 인간관계에서 적잖은 모순을 발견한다.
그 첫째가 한국인이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사실이다. 별 상관없는 일까지 굳이 남의 시선을 따지는 한국인의 성향이 특이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런 면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이를테면 종속적 인간관계라고 할까. 남이 이러니까 나도 이러고, 남이 그러니까 나도 그런다는 고정관념이나 불안에 휩싸여 사는 듯하다. 예의, 체면, 염치, 눈치 같은 게임룰이 사회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이런 타인 지향의 마음구조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병을 부른다. 한국인이 스트레스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내막에는 이런 한국적 관계의 압박이 도사리고 있다. 내 마음이나 뜻대로 되지 않는 남의 행동과 말이 항상 나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는 탓이다.
나를 해친 배려나 희생은 증오로 돌변
전업주부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대표병이 아이중독이다. 자녀는 기댈 대상을 잃은 주부들이 타의반 자의반 빠지는 중독대상이다. 아이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대표 증상 가운데 하나가 남의 시선이나 남들과의 비교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이다. 아이의 눈치나 가족의 시선에 연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이나 친구, 심지어는 각종 매체에서 만나는 타인들과도 숱한 비교를 일삼는다.
자신은 헐벗고 힘들어도 아이에게는 세상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혈안이다 보면 상실감은 점점 커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근본적으로는 결코 타인에게서 나를 찾을 수 없는 까닭이다.
한국인들의 가장 취약한 심리 가운데 하나가 나의 이익이 상대의 불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은 나만 이길 것이 아니라 상대도 같이 이익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의 이익을 선뜻 요구하지 못한다. 함께 이익이 생기지 않은 일에 선선히 응하기 힘들어진다.
때로 이런 상호주의적 인간관계 덕분에 서로가 무한한 에너지를 발휘하며 지금의 성과들을 이끌어냈는지도 모른다. 또 이런 지극한 이타심이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해온 바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관계과잉 상태다. 타인 지향적 삶이 만든 관계과잉 심리습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남을 배려하고 이타심을 가지는 마음이 지나쳐 내 몸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관계가 내 몸을 잠식하는 독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설사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해도 결코 자기훼손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배려는 나를 지키고 남는 잉여를 가지고 행해야 순수하다. 나를 해친 배려나 희생이란 결국 증오와 원망이 될 수밖에 없다.
관계과잉 속에서 건강을 만드는 똑똑한 솔루션 10계명
1.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나와 내 몸이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
2.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속에 담아두지 않는 자기주장훈련을 부드럽게 시도하라.
3. 타인에 대한 사랑의 전제조건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믿음 이상의 자기투자이다.
4. 나를 지킬 수 있는 한도에서 남을 사랑하라. 대신 결코 대가를 바라지 말라.
5. 상대가 자기에게 배려나 양보를 해줄 거라는 기대를 버린다. 혹 상대가 온정과 희생을 베풀면 진심으로 감사하라. 대신 다음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
6. 원-윈은 힘들고 드문 일이다. 대개는 제로-섬 관계이다. 한편은 손해를 보고 한편은 이득을 얻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손해라는 느낌이 들 때면 최대한 심리적 방어를 펼쳐라. 내 마음까지 다치면 더 큰 손해이다.
7. 게임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다면 최선을 다해 실행하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나아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뒤에 후회를 남긴다. 할 말은 해라.
8. 진인사대천명이다. 최선을 다했다면 상대나 타인의 반응에는 둔감해져라. 좋은 반응이라면 반길 일이지만 아니라도 그뿐이다.
9. 남의 반응에 신경 쓰지 마라. 때로 과감히 포기해야 할 인간관계도 생기는 법이다. 연연하지 마라. 대신 나를 응원하고 행복하게 만들 일들에 더 집중하라.
10. 인간사 새옹지마다.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쁜 때도 있는 법이다. 단 나쁜 시간을 빨리 줄이는 것은 내 몫이다. 빨리 줄일수록 좋은 시간은 빨리 오고 또 그만큼 길어진다. 당연히 좋은 시간은 반드시 오는 법이다. 나쁠 때도 좋은 시간을 기다려라.
‘나는’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너의 느낌이 이랬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상대방에 대한 동조를 나타낸다. “내가 보기엔 네가 기분 나빴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하며,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너의 이러이러한 행동에 대해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일반화되어 버리면 더 이상 협상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버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이야기하는 것이다. “너는 이래야 돼.”가 아니라 “나는 이러했다.”라고 말해야 한다. 더불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는 눈빛과 몸짓을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것은 일단 저지르기이다. 머뭇거리다 보면 소통하고 조정할 시간이 사라져가고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일단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보자. 그것이 서로의 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최고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