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건강발언대] 지나친 깔끔도 병! 왜?

2016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건강다이제스트│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685593

요즘 사람들은 너무 깨끗하게 살고 있다. 쓸고 닦고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 항균, 살균, 멸균의 개념이 고착화된 것 같은 느낌이다. 각종 세제, 살균소독기, 살균스프레이, 칫솔살균기, 식기살균건조기, 가습기살균제 등과 같이 수많은 제품들이 항균기능을 등에 업고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그 결과 집안 곳곳에는 세균을 죽이는 물질로 넘쳐나고 있다. 게다가 항균(살균) 기능이 있는 물티슈는 거의 모든 식당에서 또는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집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을까?

울산에 살고 있는 K 씨(35세)의 집을 잠깐 들여다보자. 새 아파트엔 세련된 가구와 도회적 이미지의 실내 인테리어가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참 깨끗하고 예쁘다.’라고 느끼게 한다. 집 한 켠에서는 가습기가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고, 바로 옆에는 공기청정기가 놓여 있다. 주방에는 식기살균건조기, 세탁실엔 여러 가지 세제가 쌓여 있다. 그리고 싱크대 한 쪽엔 물티슈가 진열돼 있다. 온통 화학물질로 넘쳐난다. 정리정돈은 물론 먼지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다. 깨끗한 환경이 기분은 좋다. 그런데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들의 건강한 생명을 유지하고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서는 부적합하다.

새 아파트의 문제는 10여 년 전에 방영된 <환경의 역습>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에서 다룬 적이 있다. 새 건축물 실내 마감재로 사용되는 벽지, 천장 자재, 도료와 가구 그리고 부자재로 사용되는 접착제(본드나 실리콘 등) 등은 휘발성 유해 화학물질을 발생시키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포름알데히드다.

포름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단시일 내에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만 시멘트 등은 장기간에 걸쳐 우리 몸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오래된 집이 좋고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이 좋은 이유다. 적어도 건강만을 고려한 집이라면 말이다.

세균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판

모든 동물들에게는 면역시스템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면역체계를 가진 동물이 바로 사람이다. 면역이란 우리 몸을 스스로 지키는 모든 것을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그 대상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고 유해 화학물질이 될 수도 있다.

면역의 핵심 원리는 나와 내가 아닌 것, 즉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여 처리함으로써 질병이나 질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면역계를 한 가지가 아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가? 아니면 천천히 해결해도 되는가에 따른 문제로 통상 몸 안과 몸 바깥의 문제이기도 하다. 면역계에서 바라보는 몸 안과 몸 바깥의 개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몸 안과 몸 바깥의 개념과는 약간 다르다.

면역계에서는 몸 바깥을 소화기계나 호흡기계의 모든 기관을 말한다. 예를 들어 콧구멍, 입,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항문을 포함하는데 외부 물질, 즉 비자기 물질과 맞닥뜨리는 몸 바깥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몸 바깥에 발생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문제는 급하지 않다. 피부에도 세균이 득실거리지만 제거하지 않아도 건강에 아무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 이유는 면역계에서 알아서 조절하거나 제어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몸 안쪽은 피부와 점막 안쪽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위험하게 생각해야 하는 면역계의 문제는 몸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로 발생한다. 나 아닌 물질, 즉 비자기물질을 조금도 남김없이 제거해야 한다. 제거하지 않으면 암을 포함한 중병에 걸리거나 사망하거나이다. 몸 안의 면역은 백혈구와 면역세포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관리, 통제된다. 몸 안으로 파고든 세균을 잡아먹거나 손상된 체세포를 처리하여 질병을 미리 차단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겹겹이 둘러친 그물망인 면역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훈련을 해야 하는 면역계는 사람이 훈련 상대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탓에 숙련된 면역계가 아닌 초보 면역계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각종 항균·살균·멸균 관련 제품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토양 살균 살충제와 작물 살균 살충제 영역까지 퍼져 있다. 집 안에는 화초를 포함한 식물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을 것을 살균가습기나 살균공기청정기를 들여다 놓고 하루 종일 살균제로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내 몸에 세균이 들어오는 것 대신에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와 체내 교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또한 아이들을 둔 부모의 경우 손이나 발에 흙이 조금만 묻어도 금방 세균에 감염돼 병에 걸릴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아이들이 건강한 흙을 만지고 밟고 살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다.

너무 깨끗하게 살지 말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청결강박증에 걸려 있는 것 같다. 특히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은 더 심각하다. 항균·살균·멸균 관련 제품들은 이런 사람들이 많이 사들인다. 세균을 죽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병에 걸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런 행동이 더 큰 병을 불러오게 됨을 알아야 한다. 병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항균제를 쓰고 살균제를 쓰지만 그러한 행위는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우리의 면역계는 훈련과 연습을 반복하여 노련하고 섬세한 면역계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데 몸 외부적인 요소인 항균제나 살균제로 세균을 모두 죽여버리면 면역계가 훈련과 연습을 할 상대가 없어 초보 면역계에 머물러 면역계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균보다 더 무서운 화학물질(살균제나 항균제 성분)의 체내 유입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이들이 아토피나 감기에 쉽게 노출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적당하게 깨끗하게 사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는 어렵지만 대개 다음의 생활습관을 가진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집과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새집을 짓게 되는 경우는 아파트나 빌라가 아닌 경우 나무와 흙으로 짓고, 그 안의 내장재와 마감재는 꼼꼼히 챙겨 휘발성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 된다. 치약은 미세하게 가루 낸 천일염이나 죽염을 사용하면 좋고, 합성세제 대신 재생비누가루를 사용하면 좋다. 주방세제는 천연물질 100%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항균·살균제 남용 대신 면역력을 높여라

우리 몸의 면역계가 잘 훈련되어 있으면 항균·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면역계의 자동조절장치에 의해서 대부분의 세균을 억제하거나 제어하게 된다.

따라서 유해 화학물질로 구성된 항균·살균제를 사용하여 2차 문제를 일으키는 우를 범하지 말고 면역계를 잘 훈련시켜 인체 호위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한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면역력에 의한 건강 유지 및 증진의 핵심 요소는 음식, 마음, 운동(활동)이다. 세포에 도움이 되는 음식(주로 화학물질이 배제된 자연식 밥상)을 적절히 균형 있게 섭취하고 충분히 운동 또는 활동하는 것이다.

99.9% 항균 혹은 살균에 속지 말고 자연 친화적인 소박한 삶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보자.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건강프리즘] 끝나지 않은 전쟁 항균제 유감

    2016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영글호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니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해 오던 방향제, 항균제, 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항균제, 살균제의 범람 속에서… 최근 마트에 들른 A 씨는 몇 가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항균, 살균, 방향 등의 말에

  • [화제의 인물] 식감 뛰어난 발아현미, 발아현미생가루, 발아콩청국장까지~ 발아곡식 건강법에 인생을 건 강창환 대표의 이색 도전기

    2016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80p

    【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008년 11월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발아현미가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발아현미에 대한 연구도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 전문가도 크게 눈에 띄지 않던 시절, 그가 있었다. 그는 말했다. 발아현미 때문에 자칫 잃을 수도 있었던 목숨을 건졌다고. 그래서 발아현미 연구와 보급에

  • 2016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통권 394호

    Hot Issue 5월특집 | 폐를 젊게 만드는 폐 소생술 | 허미숙 33 5월 건강제안 |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건강 지키는 비법 ① 체온 유지에 힘쓰고, 제철 과일·채소 다양하게 드세요 | 이승남 12 ②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주세요 | 박민선 14 ③ 고른 영양 섭취하고 과로하지 마세요 | 강재헌 16 명의의 건강비결 | ‘백년허리’

  • [생생희망가] 대장암도 전화위복으로~ 김명원 교수의 사는 암 체험기

    2016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한창 때인 서른여섯에 느닷없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사람!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처절한 고통의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사람! 그랬던 사람이 문학박사, 교수, 시인이 됐다. 그래서 암도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 대전대학교 인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김명원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장암을 거뜬히 이겨내고 시인, 문학박사, 교수로 거듭나며 수많은 암 환자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는데

  • [2016년 05월 특집] 폐를 젊게 만드는 폐 소생술

    2016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안수 교수】?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폐암 발생률이 우려스럽다. 심지어 평생 담배 한 번 피워본 적 없는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률도 급증하고 있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숨쉬기조차 곤란한 천식 환자의 발생률도 고공행진 중이어서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폐암, 폐렴, 천식까지… 요즘 들어 각종 폐질환의 맹공이 무섭다. 왜일까?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