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 중의 하나가 캐쳐, 즉 포수다. 투수가 아무리 훌륭한 공을 던져도 포수가 제대로 캐치해내지 못하면 그 팀은 이길 수 없다. 내 몸에 대한 진실한 사랑은 내 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내 몸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내 몸에 관한 지식들은 더욱 세밀해지고, 또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게다가 구체적인 개인의 내 몸 상황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자신이다.
사실 내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만 잘 파악해도 갑작스레 목숨을 잃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몸의 소리에 너무 무지하고 둔감한 것이 우리다. 몸의 소리를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것이 한국인이다. 암이 퍼져 아비규환이 들끓어도 ‘몸은 원래 그래.’ 하고 무시하기 일쑤인 것이 우리의 아둔함이다. 삶의 방편만을 터득하느라, 자신이 빠진 세계에 허우적거리느라 급한 몸의 전조현상이나 자기 표현에 둔감해진 것이 바로 우리이다. 반성이 절실한 통감의 영역이다. 내 몸의 위험신호를 알아차려 최악의 건강 위기를 초래하지 않는 3가지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제 1 전략 ?내 몸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라
내 몸을 대화의 상대로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몸의 표현과 소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조 증상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경청하는 세심함이 요구된다. 내 몸과 대화를 나눈다는 말 자체가 낯설고 이해가 가지 않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눈 딱 감고 일주일에 단 30분만이라도 내 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는 내 생각과 이야기하는 것, 상념 자체의 가치는 인정하면서 정작 나를 지탱하는 뿌리이자 토양인 내 몸과 이야기하는 습관은 없다. 이 순간까지 나를 버티게 해준 고맙고, 눈물겨운 내 몸이다.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배려심과 존경심을 가져라. 고속열차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내 몸에게 우리의 관심과 대화는 절실하다.
별 생각 없이, 계획 없이 시작된 내 몸 대화는 시간이 지나면 대화의 레퍼토리가 많아지면서 놀랄 만한 마음의 평화와 내 몸의 이완을 가져다줄 것이다. 내 몸을 쓰다듬으며 내 몸의 각 기관들에게 소곤소곤 누구에게도 베풀지 않았던 친절한 말로 질문하고 경청하라. 그러면 몸은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내 몸 대화법은 이렇게~
● 공간 마련 우선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단절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라. 자기 방이든 다른 방이든 상관없다. 가급적이면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다. 인위적인 소음은 차단하는 것이 좋다. 문밖에는 “내 몸 대화 중”이라는 팻말을 표시해 걸어 놓아라. 그 시간에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도록 같이 사는 가족이나 동료에게 양해를 구해 놓아라. 휴대폰 등 내 몸 대화를 방해할 수 있는 기기의 전원을 꺼라.
● 시간 시간은 언제든 상관없다. 그러나 될 수 있는 한 방해를 적게 받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 다른 사람이 다 잠든 밤, 주말에 가족들이 다 외출하고 난 뒤 등 될 수 있는 한 남들의 간섭을 덜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좋다. 맛이 연한 차나 가사가 없는 명상음악이 곁들여지면 좀 더 깊은 내 몸의 내면까지 들어갈 수 있다.
● 복장 및 자세 가급적 편한 복장이 좋다. 그리고 바닥에 간단한 매트나 이불을 깔고 가부좌 자세를 취하라.
● 순서
① 가부좌 자세를 한 다음 눈을 감고 자신의 몸과 대화를 시도하라.
② 이 순간 호흡은 천천히 고르게 내쉬는 것이 좋다.
③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의 신체 구성 부위에 물어보아라.
④ 머리, 눈, 귀, 코, 입, 목, 가슴, 어깨, 복부, 옆구리, 엉덩이, 고관절, 허벅지, 무릎, 다리, 발, 발목 관절 하나하나를 마음의 눈으로 인지하면서 지난 일주일간 자신의 몸을 자신이 어떤 식으로 대했는지, 그리고 힘든 점은 없었는지 대화를 시도하라.
⑤ 오감을 사용하여 내 몸과 대화하라.
⑥ 몸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 보아라. 내 머리, 내 귀, 내 코, 내 배를 만져보고 문질러보라. 그리고 “소중한 내 배, 잘 지내니? 힘들지 않니?” 하며 대화를 이끌어라.
● 조용하게 스트레칭을 하라 이제 눈을 뜨고 조용히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면서 쓰지 않은 근육을 사용해 보라. 스트레칭은 반동을 주지 말고 될 수 있는 한 정적인 느낌을 유지하면서 조용하고 깊숙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제 2 전략 ?피로하지 말고 ?에너지 10%를 항상 남겨라
질병에 대한 조기 판단과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사람들의 특징이 과도한 피로이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할수록 장차 큰 화로 다가올 수도 있는 몸의 이런저런 고장과 위험신호에 대해 무감각하기 일쑤다.
한국인은 무척 피로하다. 2007년 대한가정의학회지에 따르면 한국인의 82.2%가 피로를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18.8%는 언제나 피로를 느낀다고 응답했다(송종임, 유상호). 피로의 이유로는 긴 근무시간, 짧은 수면,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피로란 자신의 신체능력을 뛰어넘는 일이나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약해진 상태를 가리킨다.
피로가 반복되거나 누적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피로가 누적되었을 경우 질병화한 대표적인 경우가 만성피로증후군이다. 바꿔 말하면 누구나 피로를 풀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피로증후군과 같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만성적인 피로 증상을 느끼는 것으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도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 만성적인 피로의 결과는 생각보다 참담하다.
첫째, 수명을 단축시킨다. 우리나라의 40대의 돌연사는 무지막지하다. 대부분이 과로와 건강 무심증에 의한 것이다.
둘째, 삶의 질을 낮춘다. 많은 질병들은 삶 자체를 회색빛으로 암울하게 만든다.
셋째, 개인의 역량을 과소화시킨다. 과로는 결국에는 업무능력의 저하와 개인의 매력도 감소로 나타난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
넷째, 인생이 불행하다. 결국 즐기지 못하고 소모되는 삶을 살게 된다.
내 몸의 여유 에너지는 몸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몸 스스로가 알아서 돌파하도록 돕는 자동방어시스템을 생성한다. 가령 신종플루와 같은 갑작스런 질병이 내 몸에 파고 들었을 때 내 몸의 야생성이나 에너지 여유분은 이를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하게 돕는다. 그러니 신종플루 감염이란 에너지가 충만한 이에게는 예전 스페인독감이나 사스를 견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면역력을 하나 더 얻는 단순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몸에 에너지라곤 없는 사람에게 이 상황은 생사가 달린 치명적인 사건이다.
여유 에너지는 휴식과 머리 다운사이징을 통해 조성된다. 모든 일을 100% 에너지를 탕진하며,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항상 내 몸 에너지는 바닥을 면치 못한다.
일단 쉬어야 한다. 나폴레옹이나 에디슨,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명사들이 즐긴 낮잠은 내 몸의 최고 보약이다. 낮잠이 아니라도, 틈틈이 의도적으로 눈을 감고 몸을 이완한 채 10분 정도 누워 있는 일은 다음 일을 더 힘차게 할 수 있는 에너지창고가 된다. 휴식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그리고 반드시 규칙적인 운동을 실행해야 한다. 예방의학에서는 일주일 3회, 30분 정도의 운동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단지 평균일 뿐이다. 몸쓰기를 거의 하지 않는 일의 종사자, 샐러리맨 대부분에게는 부족한 수준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적어도 하루 1시간 이상의 신체활동을 준수하기 바란다. 그리고 일상 곳곳의 몸 안 쓰기 관성을 깰 수 있는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습관 재형성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든지, 1시간 일하면 10분은 반드시 스트레칭을 한다든지 같은 수칙들을 세우고 따라야 한다.
한국인의 몸 안 쓰기 상황은 심해지고 있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몸보다는 머리로 승부하는 일이 많고, 이런 머리중심-내 몸 부족의 심화 탓에 좀 더 공격적으로 신체활동에 임할 필요가 있다.
제 3 전략 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즉각 해결하라
건강상의 문제라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방치해서는 안 되고 내 몸이 신호를 보내면 그 무엇보다 우선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암이나 심뇌혈관계 질환 같은 중대질환, 각종 바이러스 전염이나 감기 및 독감 등의 전염성질환, 잦은 부상과 통증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 등으로 건강을 망칠 확률이 매우 높다. 또 가벼운 피로나 면역력 저하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놓치거나 방치할 수도 있다.
자동차 수리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조금씩 삐걱거리거나 이상조짐이 있는 자동차를 시간이 없어 방치하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서야 정비소에 가면 “조금만 더 일찍 오셨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늦게 오셔서 수리비가 많이 듭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바로 조그마한 문제라도 방치하지 않고 제때제때 치료해야 큰 화를 막을 수 있다는 원칙을 지키면 건강의 치명적인 위험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줄어든다. 경제적인 면에서 발병 후에 이를 뒷감당하는 일은 큰 대가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생애 총 의료비의 58%를 죽기 전 3년 동안 다 사용한다고 한다. 보험에 공들여봤자 원하지 않는 순간 중병에 걸리면 많은 재산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프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따라서 평소 주치의를 두어서 건강문제에 대해서 세심하게 체크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건강검진과 건강 투자에 적절한 비용을 써야 한다. 나중의 치료비는 건강검진비의 몇 십 배에 달할 수도 있고, 질병이 설사 완치된다 해도 심각한 장애나 심신 심약 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 검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대장암 52%, 유방암 70%, 자궁경부암 79%)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방송을 통해 암질환의 심각성과 암 검진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전파됐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조기 검진율이 낮은 현상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것은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이 예방보다는 치료로 의료를 바라보고 있고, 내 몸에 투자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내 몸을 ‘괜찮겠지, 괜찮아’ 하며 감성적으로 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암 발생의 1/3은 예방 가능하고, 1/3은 조기진단만 되면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1/3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야말로 자신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보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