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전두수 교수】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헬스트레이너 숀리 씨의 혈관 나이가 ‘7세’라고 밝혀져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나이보다 28세나 적은 혈관 나이에 숀리 씨 본인도, TV를 보는 시청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 진짜 나이가 아닌 혈관 나이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 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러운 마음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 오늘부터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막힘없이 쌩쌩 돌 수 있도록 혈관 보증 기간을 늘리는 생활을 해보자. 그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늦출 수 있는 혈관 나이
혈관은 ‘생명의 도로’나 다름없다. 우리 몸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을 운반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통로가 혈액이 제대로 지나가지 못할 만큼 좁아지고 막힌다면? 그 후의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심근경색, 돌연사, 뇌졸중 등 듣기만 해도 두려운 단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전두수 교수는 “아무리 외모가 건강해 보여도 혈관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돌연사, 뇌졸중과 같은 변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평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혈관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혈관질환의 대표격인 동맥경화증은 노화현상이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혈관도 함께 나이를 먹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많아지지만 혈관 건강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노화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심지어 젊어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숀리 씨처럼 말이다.
혈관 좁히고 막는 대사증후군
만약 나이가 젊은데 혈관질환이 생겼다면 심각한 문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노화가 아닌 질병이다. 젊은 층의 혈관질환은 최근 급증하는 복부비만과 연관이 깊다. 복부비만인 사람은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식사의 양과 시간이 들쑥날쑥하고, 과음과 과식이 잦으며, 운동 부족이 많다. 이런 복부비만은 대사증후군으로 연결되어 혈관 건강을 일찍부터 좀먹는다.
대사증후군이란 복부비만, 혈당 상승, 중성지방 상승, 고밀도지질단백 저하, 고혈압 같은 여러 질환이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잘못된 생활습관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해 서로 연결된 질환이다. 동맥경화증은 대사증후군을 포함해 다른 위험인자를 얼마나 가졌는지에 따라 그 진행 속도와 정도가 결정된다.
전두수 교수는 “이렇듯 현대 사회에는 음식 과잉 섭취에 따른 노폐물이 혈관에 축적되는 대사증후군에 의한 혈관질환이 주요 사망원인”이라고 꼬집는다.
혈관노화로 노폐물이 혈관에 쌓이기 시작할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보통 노폐물로 혈관이 70~90% 이상 막힌 후에야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평소 건강해 보여도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동맥경화증이 몸 구석구석에 발생하거나 그 정도가 심각한 사례가 의외로 많다.
전두수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비만 등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운동 부족, 비만, 흡연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동반될 때 잘 발생한다.”며 “따라서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이런 생활습관병은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1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채워라!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은 각각 독립된 질환이 아닌 하나의 증후군으로 봐야 한다. 비만한 사람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당뇨병이 있으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도 있는 일이 흔하다. 전두수 교수는 “그래서 이런 질환의 치료는 각각의 질환에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문제가 되는 습관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 여러 질환이 동시에 좋아져 혈관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생활습관 교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2 스트레스를 날려라!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는 혈압을 올릴 뿐 아니라 지질대사 이상을 일으킨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지속해서 폭식을 하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결국 스트레스가 혈관질환의 위험 인자를 하나 더 늘리는 셈인 것이다. 좋아하는 운동, 마음 편한 휴식,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의 만남, 취미 생활 등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을 찾자.
3 일거양득 생활습관을 기억하라!
고혈압은 뇌혈관질환과 관계가 깊다. 금연, 금주, 정상 체중, 적절한 식사요법(과식과 짠 음식 피하기),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은 혈압을 내릴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또한 이러한 습관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에도 효과가 좋다.
4 콜레스테롤을 남기지 마라!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여 썩게 되면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습관은 특별하지 않다. 건강을 유지하는 식습관과 같다.
가장 효과적으로 혈관에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삼겹살처럼 기름기 많은 육류나 베이컨, 소시지, 햄과 같은 육류 가공식품에는 포화지방산이 많다. 무심코 먹는 머핀, 케이크, 비스킷에도 포화지방산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두수 교수는 “당뇨병, 복부비만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면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더 잘 달라붙는다.”며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치료와 더불어 금연, 체중조절 등을 같이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5 혈관 이상에 빨리 대처하라!
뇌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장기다. 혈관 질환에 의해 혈액순환이 마비되면 바로 뇌 기능도 마비된다. 한쪽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때, 일어서거나 걸으려고 하면 자꾸 한쪽으로 넘어질 때, 말할 때 발음이 분명하지 않고 남의 말을 못 알아들을 때, 심한 두통이 있을 때는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협심증이라면 빨리 걷거나, 계단을 빨리 올라가거나, 힘든 일을 할 때 쥐어짜는 듯한 통증, 가슴을 누르는 통증이 있다.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지지만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혈관질환 정도가 심해 심근경색증이 발생하게 되면 참을 수 없는 강도의 통증이 생긴다. 전두수 교수는 “통증이 없는 것을 0점, 죽을 것 같이 심한 통증을 100점이라고 했을 때 70점 이상이면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일무 이소 삼다’를 기억하세요!
우리보다 생활습관병의 개념이 먼저 시작된 일본에서는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일무 이소 삼다(一無 二小 三多) 운동’을 하고 있다. 전두수 교수는 “‘일무’란 금연을, ‘이소’란 적게 먹고(小食) 술을 적게 마신다는 것(少酒), ‘삼다’는 많이 움직이고(多動), 많이 쉬고(多休), 많은 사람을 접함(多接)을 뜻한다.”며 “혈관 질환 예방에 있어 그 이상은 없다.”고 조언한다.
전두수 교수는?관상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대동맥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내과학회 순환기분과 관리위원장, 대한심장학회 정회원, 대한고혈압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