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
【도움말 | 가천대학교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
요즘 모든 것이 ‘오해’로부터 시작된 케이블 드라마가 인기다. 그래서 제목도 <또 오해영>이다.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 중 단백질도 또 오해받는 것이 익숙하다. ‘단백질을 먹어야 다음날 힘을 쓴다’, ‘근육을 늘리려면 단백질 보충제를 많이 먹어야 한다’ 등 단백질을 둘러싼 오해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쯤 되면 단백질 처지에서도 억울할 법도 하다.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단백질을 잘 먹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무슨 단백질을 어떻게, 얼마나 먹어야 내 몸을 위한 선택일까? 그 자세한 답을 찾아본다.
팔방영양소 단백질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이다. 그런데 왜일까? 탄수화물, 지방과 달리 단백질은 모자란 영양소의 대명사로 통한다. 어딜 가나 “탄수화물과 지방은 줄이고 단백질을 늘려라.”고 말하고, 또 “단백질이 부족하면 큰일 난다.”고 성화다.
단백질 앞에 필수영양소라는 말이 붙은 것처럼 단백질은 부족하면 안 된다. 먼저 단백질은 신체 조직의 성장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 혈액, 근육, 뼈, 연골 등은 단백질로 되어 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단백질은 수분 및 산 염기 평형 유지 기능을 담당하고, 면역세포의 구성 성분이나 항체의 형태로 면역기능도 담당한다.”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백질은 호르몬, 효소, 신경전달물질 등을 만들어 신체의 여러 기능을 유지하게 한다.
이러한 단백질의 다양한 활약 때문에 단백질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에 빠진다. 성장기라면 성장과 성숙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다. 근력이 감소하고 체력이 떨어진다. 남들보다 감기 같은 감염병에도 잘 걸린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탄력이 떨어지며 모발은 건조해진다. 빈혈, 생리불순, 부종, 머리가 몽롱하고 기운이 없는 증세도 생길 수 있다.
간, 신장에 문제 있다면 과다 섭취 주의!
그럼 단백질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고기동 교수는 “일반적인 하루 적정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1.5g”이라고 설명한다. 60kg이라면 60~90g이 필요한 것이다. 단, 나이나 상황별로 단백질 적정 섭취량은 다르다. 성장기 어린이, 임신부, 수유부는 이보다 많은 양이 필요하다. 노인 역시 근육량이 충분해야 신체 기능이 잘 유지되므로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권한다.
고기동 교수는 “하지만 간 기능이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과다한 단백질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암모니아는 간을 통해 독성이 조금 약한 요소로 바뀐다. 간이 건강할 때는 많은 양의 암모니아가 만들어져도 해독할 수 있다. 하지만 간염 등의 간 질환이 있으면 암모니아를 처리하기 어려우므로 단백질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또한 단백질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요소는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몸 밖으로 나간다. 이때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요소가 제대로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해 요독증이 생길 수 있다. 과다한 단백질 섭취는 신장 기능의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지나친 단백질 섭취는 골다공증과도 연관이 있다.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단위)은 대사 과정에서 소변을 통해 칼슘을 배출한다. 따라서 고단백 위주의 식사만 고집하면 칼슘 손실이 커져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한다.
1 단백질은 식사 때마다 먹기!
단백질은 저장이 안 된다. 그래서 그날 필요한 단백질은 그날 먹어야 한다. 오늘 회식자리에서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당분간 채소 반찬만 먹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앞서 말한 대로 간, 신장만 고달파진다.
단백질은 전체 칼로리의 20%가량을 유지하고, 매끼 식사마다 생선, 달걀, 두부, 콩류, 고기 같은 단백질 음식을 1~2가지씩 먹는 것이 좋다.
2 나쁜 단백질 줄이고↓ 좋은 단백질 높이기↑
고기동 교수는 “같은 단백질이라도 좋은 단백질과 나쁜 단백질이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은 나쁜 단백질이다. 생선, 해산물, 달걀, 콩, 두부, 유제품 등은 좋은 단백질 섭취원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같이 붉은 고기보다는 닭고기가 더 좋다. 같은 붉은 고기라도 안심, 등심 부위가 갈비, 삼겹살보다 낫다. 닭고기라면 가슴살이 껍질, 날개, 다리 부위보다 낫다.
3 나쁜 조리법 줄이고↓ 좋은 조리법 활용하기↑
재료만 좋은 단백질이라고 안심하지 말자. 조리법도 좋은 조리법이어야 진짜 좋은 단백질 음식이다. 높은 온도에서 튀기거나 굽는 것보다는 삶거나 데쳐 먹는 것이 좋은 조리법이다. 치킨보다는 백숙이, 탕수육보다는 보쌈이 낫다.
4 다양한 단백질 먹기!
사람마다 ‘단백질 취향’이 있다. ‘나는 고기파!’ ‘나는 해산물파!’ 이런 식이다. 물론 취향도 좋다. 하지만 몸을 위해서는 ‘건강한 외도’를 할 필요가 있다. 밖에서 고기를 자주 사 먹으면 장을 볼 때는 해산물, 콩류 등을 사는 식이다. 좋아한다고 매번 한 가지 단백질 음식만 먹지 말고 다양한 단백질 음식으로 건강한 식탁을 차려보자.
5 단백질 보충제 맹신 금지!
단백질 보충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근육을 만들 때는 필수처럼 여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단백질 보충제가 단백질을 잘 보충해줄까?
고기동 교수는 “근육이 커지는 것은 근육 운동으로 근육이 자극을 받고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근육을 더 크게 구축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도 근육 증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단백질 보충제를 너무 많이 먹으면 골다공증 위험만 증가할 뿐이다. 또한 고기, 생선, 달걀 같은 자연식이 형태의 단백질 섭취 없이 단백질 보충제만 먹는다면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몸이 근육을 만들려면 수많은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보충제에 있는 몇 가지 아미노산이 몸 안으로 풍부하게 들어온다고 해도 다른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면 근육량을 늘리는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고기동 교수는 대사증후군, 노인병, 비만, 금연, 갱년기 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가정의학회 정회원, 대한노인병학회 정회원, 대한금연학회 회원, 대한비만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