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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이름도 생소한 희귀한 난치병 ‘베체트증후군’ 극복한 조영진 씨

2002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청풍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명선 기자】

“독소 제거요법 활용해 삶의 희망 건졌어요”

이름부터도 생소한 ‘베체트 증후군’ 은 1937년 터키의 의사 베체트씨가 발견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희귀병 중 하나이다.

질병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소개된 치료법조차 없는 난치병에 속한다.

이 질환은 전신성 혈관염인 만큼 혈관이 흐르는 곳이라면 점막 피부와 눈, 입, 근골격계, 신경계, 생식기, 소화기계 등 어디서든 발병하며 말 그대로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고, 한 번 아프면 동시 다발적 통증을 느껴야 한다.

어떡해야 할지 몰라 손 한 번 못 써본 이 병으로 30년 넘게 투병하다가 4개월 전부터 점차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조영진 씨의 사연을 들어보자.

“하늘이 준 병이니 오히려 영광이지요.”

구리시에 소재한 늘푸른 성결교회의 전도사인 조영진 씨(39)는 지금의 이 행복이 온당하게 자신의 몫인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릴 때부터 심한 두통과 온몸의 부스럼으로 고생했지만 설마 큰 일이야 생길까 하는 마음으로 방치한 것이 그의 삶에 그토록 큰 시련이 될 줄은 미처 예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날의 일이었다. 촉망받는 사업가로 의류 사업을 하고 있던 조영진 씨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극심한 통증으로 갑자기 졸도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지난 92년도 이맘때쯤의 일이었다.?

긴급 이송되어 진단을 받아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검사를 마친 병원에선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뇌종양 3기인 것 같다면서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정녕 믿기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간단한 엑스레이 몇장 찍어보고 뇌종양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길로 조영진 씨는 좀더 정확한 검사를 받아봐야겠다며 우리 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으로 찾아갔다.

“정말 믿고 싶지 않았기에 큰 병원으로 가서 종합적인 검사를 했습니다. MRA도 찍고, 엑스레이 사진도 직접 확인했는데 확실히 뇌에 뭔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제 눈으로도 보이더군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외과 교수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베체트씨병이라고. 전 그날 제 병명을 처음 알았습니다.”

기나긴 투병은 시작되고

“입원 수속을 밟고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치료는 제 병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해 있으면서 꾸준하게 항생제를 복용했지만 뼈가 뒤틀리는 통증과 경련은 잠시만 완화될 뿐, 약 기운이 떨어지면 또다시 견디기 힘든 고통이 온몸을 엄습했으니까요.”

머리와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지에서 부스럼이 심하고, 특히 눈과 입에도 궤양이 생겨 참으로 참기 어려운 나날이 계속됐다.

하루 중 겨우 2시간만 일어나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였고 그때마다 아내는 곁에서 헌신적인 도움을 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아내와 함께 하는 투병생활은 굳은 의지와 용기를 주었고, 몸은 심한 고통으로 인해 피폐해질지언정 마음은 가벼워져 더 이상 병도 밉지 않았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샘솟았다.

“깊은 고통은 자연스레 신과의 만남도 깊게 했고, 이 고통마저도 감사하게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 작은 깨달음이 절 살렸고 병마로 피폐해진 정신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설정한 그는 더 이상 약을 먹어선 안되겠다 싶어 병원문을 나섰다.

독소 제거는 치료의 첩경

약도, 병원도 마다한 그가 소위 현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베체트씨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하나의 전기가 마련된 것은 부천에 소재한 하나한방병원의 자연의학연구소 소장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치료의 핵심은 대부분 자연요법에 맞춰져 있었다. 몸 안에 퍼져 있는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커피 관장으로 장을 청소했고 또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권유에 따라 이 방법 또한 열심히 실천했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초식동물인가 싶을 정도로 채소를 많이 먹었습니다. 밥과의 비율을 50:50으로 했으니 하루에 먹는 채소의 양이 어마어마했어요.”

주로 뿌리가 있는 채소가 좋다 하여 뿌리 채소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물론 이때는 뿌리까지 다 먹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처음엔 영 비릿하고 이상했는데 지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며가며 간식처럼 먹는단다.

채소 만큼 많이 먹은 것이 또한 물이다. 생수를 많이 마시면 혈액의 끈기를 없애 혈액순환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는 처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더불어 풍욕, 각탕, 냉온욕을 열심히 했는데 풍욕은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가능하면 살갗을 많이 드러내놓고 있다가 담요나 두터운 외투 등으로 몸을 덮어 다시 체온을 높이는 방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아침저녁으로 30분씩 했다고 한다.

“이 요법을 행하면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것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탕과 냉온욕을 하는데 하기 전에는 커피관장을 한차례 하고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각탕을 20분 정도 하고 난 후 냉온욕을 합니다.”

특히 냉온욕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 이동하는 것을 7차례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목욕은 수시로 느껴지는 피곤함을 가시게 했다.

아침저녁으로 하는 각탕과 풍욕은 몸을 개운하게 하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머리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소양인 체질의 특별식단을 짜서 생활

담당의가 무분별한 건강식품의 복용은 자제하고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으라고 권유해 철저한 체질식을 고집했다.

“담당 의사의 말로는 제 체질이 소양인 체질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도 소양인 체질에 맞는 음식만을 골라 먹었습니다.”

우선 소양인 체질에 좋은 잡곡밥과 생식 위주의 식단을 짰다. 또 가지, 게, 계란, 생굴, 돼지고기, 딸기, 배추를 죽염에 찍어서 먹고 심지어 수박, 참외, 오이도 죽염에 찍어 먹었다는 것.

그 밖에도 그는 호박, 포도, 참기름, 바나나, 배, 상추, 소고기, 시금치, 양배추, 검은깨, 검은콩, 결명자차, 구연산, 미꾸라지, 파인애플, 해삼, 현미, 들깨, 등을 식단에 골고루 포함시켜 꾸준히 먹는 것으로 기본 틀을 지켜나갔다.

이와 반대로 해롭다는 음식은 아무리 좋아해도 철저히 삼갔다. 어떤 때는 피해야 할 음식이 많아 안타까웠지만 믿고 행하는 것이야말로 치료의 지름길이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여겨 그 좋아하는 감자, 고구마도 절대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의지를 다졌다.

그 밖에도 꿀, 닭고기, 개고기, 사과, 찹쌀, 다시마, 당근, 대추, 더덕, 도라지, 레몬, 미역, 마, 밀가루, 밤, 생강, 설탕, 수수, 양고기, 양파, 오가피, 오렌지, 파, 율무, 인삼, 조기, 차조, 참기름, 참깨, 카레, 호도, 화분, 후추, 흰콩, 술, 계피, 겨자, 염소고기 등의 섭취를 피했다.

선한 눈으로 보라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우울이 제 병의 시초였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 병을 오히려 담담하게 인정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면 최소한의 통증이라도 덜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약도 없는 희귀한 병에 걸리고 보니 이 병의 원인이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또 신의 뜻이라면 겸허하게 수용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부터 짜증도 덜해지고, 극도로 예민해졌던 신경도 많이 다스려지더라고 한다. 무엇보다 암보다 더한 것처럼 느껴지던 이 병도 인정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자연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행한 맨손체조와 가까운 곳으로의 산책은 그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지금 조영진 씨는 거의 완치에 가깝게 회복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만하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되찾는 비결임을 몸소 체험한 그는 지금 새로운 삶의 길목에 서서 새롭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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