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현대인의 조기사망의 원인은 혈관질환, 종양, 정신질환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부각되고 있는 조기사망의 뜻하지 않은 위험요인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미세먼지이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다. 생리적 활성을 가지고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염증성 먼지이다. 미세먼지는 몸속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가 폐 속으로 들어오면 종양괴사인자 알파, 인터루킨-1 베타 등의 위험한 염증인자를 증가시키고, 이렇게 증가된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체내의 염증반응을 촉진한다.
세포막, DNA, 그 외의 세포구조가 이 미세먼지로 인해 손상되면 그 세포는 기능을 잃거나 변질되고 만다. 변형된 세포는 암세포로 진행되기도 한다. 알면 알수록 위험한 조기사망의 새로운 복병 미세먼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법을 알아보자.
미세먼지는 변형된 활성산소
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보다 증가하면 천식 발생률뿐만 아니라 일별 조기사망률이 증가한다는 경악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도 하였다.
염증을 만드는 미세먼지는 우리 몸에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염을 악화시키거나 천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상부와 하부기도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급성 폐질환이나 만성천식이 증가한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으면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피부질환을 악화시킨다. 더불어 피부노화를 촉진시키고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어 손상을 가속화시키는 영향이 있다.
미세먼지의 경우 활성산소와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예민한 조직인 피부나 두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세먼지는 눈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290명의 방콕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세먼지는 알레르기결막염의 발생을 증가시키고,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결과적으로 시력을 저하시켰다.
미세먼지는 혈관을 손상시키는데 성인 32명에 초미세먼지를 2시간 노출하였을 때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초미세먼지 노출 10분 후부터 증가하였고 심박수도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 발생이 3% 증가하였으며, 뇌졸중 등의 발생률도 5% 정도 증가할 정도로 호흡기에 흡수되어 혈관을 타고 다니며 뇌심혈관계 손상을 가중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였다.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는 선암 발생률을 1.5배 정도 올린다는 보고가 있다.
그야말로 미세먼지는 염증을 통한 활성산소 유발로 우리 몸의 세포와 혈관, 면역계를 공격하는 총체적인 위협요인인 셈이다. 노화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요즘 주목받는 것이 활성산소인데 미세먼지는 변형된 형태의 활성산소라고 할 수 있다.
활성산소는 우리가 호흡하며 마시는 산소와는 다른, 체내에서 생성되는 불안정한 형태의 산소를 말한다.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산소가 몸 안에서 과잉 생산된 것이 바로 활성산소이다.
의학적으로는 몸속 유해세균을 죽이는 유익한 생리적 활동에서 나온 배기가스인 셈인데 문제는 과잉된 활성산소가 우리 몸을 산화시킨다는 것이다. 세포막, DNA, 그 외의 세포구조가 이 활성산소로 인해 손상되면 그 세포는 기능을 잃거나 변질되고 만다.
이처럼 활성산소와 유사한 인체 작용 기전을 가진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노화가 촉진되고 수명이 단축된다.
노화와 수명 단축시키는 미세먼지 대처법
미세먼지에 맞서는 건강전략을 지금부터라도 치밀하게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첫째, 미세먼지와 닿는 총량을 줄여야 한다.
담배를 피하는 정도의 강력한 주의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생 시 자연환기는 자제한다. 단 음식 만들 때처럼 미세먼지가 많이 생기게 되는 경우에는 주의보 발생 시에도 환기를 한다. 평상시에도 규칙적으로 자연환기하는 습관을 들인다. 하루 3번 이상, 가급적 오전 10~오후 5시 사이에 환기하고 도로나 차고가 없는 방향의 창문을 최대한 열어 맞바람을 받으며 환기한다.
자연환기 여건이 안 될 경우는 공기청정기 등의 제품을 활용한다. 미세먼지는 습도에 약하므로 실내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실외활동 시 마스크, 보호안경, 모자 등을 착용하며 외출 후에는 세면을 자주하고, 흐르는 물에 코를 자주 씻도록 한다.
둘째, 조리 시 각별히 주의한다.
최근 유엔의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다. 조리 중에 발생하는 오염물질 때문에 연간 430만 명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일부 시민들은 담배 한 번 안 피우고도 폐암에 걸리는 주부들의 원인이 미세먼지가 아니냐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조리 중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조리를 시작하기 전에 레인지후드를 켜고 창문을 연다. 구이나 튀김요리를 할 때는 덮개를 씌운다. 조리하고 난 뒤 조리기구와 재료는 최대한 빨리 정리한다. 조리 후에는 창문을 30cm 이상 열고 15분 이상 자연환기한다.
셋째,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의 착용법을 정확하게 지킨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마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의약외품, KF80 혹은 KF94 표기가 있는지 확인한다. 마스크의 착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얼굴 크기에 알맞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이 작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소형 크기의 제품을 착용하면 된다.
마스크의 착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마스크 착용법을 준수한다. 차단력이 우수한 제품이라도 밀착력이 떨어지면 얼굴과 마스크 틈 사이로 미세먼지가 그대로 유입되기 마련이다. 마스크로 턱부터 코까지 완벽히 가리도록 하고, 양손으로 코 부분이 밀착되도록 코 지지대를 눌러주며, 공기가 새지 않는지 체크하면서 안면에 밀착되도록 조정한다.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말 것이며, 평소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코로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미세먼지에 맞설 수 있는 음식들을 규칙적으로 섭취한다.
미세먼지에 맞설 수 있는 음식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잘 유지하여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각종 염증을 감소시키는 음식이다. 비타민 C·E와 베타카로틴, 셀레늄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다. 폴리페놀, 카테킨, 비타민이 함유된 제철 과일과 채소를 항상 즐겨야 한다. 하루 섬유질 섭취량을 30g 이상으로 유지하라. 특히 브로콜리나 귤, 미역, 미나리처럼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음식이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얼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포장되어 있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를 구입한 경우,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가 식품에 달라붙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먼저 2분간 물에 담가 흐르는 물에 세척하고, 마지막 헹굼물에 식초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미세먼지 제거는 물론 세균 억제 효과도 있다.
다섯째, 미세먼지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한다.
● 청정한 공기가 있는 숲과 바다, 산과 들 등 녹색이 있는 곳으로 자꾸 나가라. 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미세먼지의 염증 효과를 완화시킨다.
●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신다. 물은 몸 안 최고의 디톡스 코치이다. 하루 수분 2리터 섭취는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몸의 세포를 지켜내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건강법이다.
● 긴 조리과정은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킨다. 신선한 1차 식품, 조리과정이 길지 않은 살아있는 음식을 즐겨야 한다. 가공식품과 조리과정이 긴 음식 섭취를 줄이고 가급적이면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즐겨라.
● 웃는 시간이 늘수록 불쾌한 감정이 만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양이 줄고 세로토닌과 같은 몸에 유익한 호르몬 양이 증가한다.
● 운동이 부족해도, 운동이 지나쳐도 우리 몸의 미세먼지 대응력이 떨어진다. 절대 하루 2시간을 넘지 않게 운동을 하되, 대체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 7:3 비율 정도가 되는 것이 좋다. 운동 중에는 충분하게 수분을 섭취하고 운동 후에는 항산화 물질을 좀 더 섭취해 활성산소를 줄이도록 한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국가와 사회 역시 원인물질을 최대한 경감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과 걷기의 유익함을 홍보하고 미세먼지의 주범 중의 하나인 담배연기를 줄이기 위해 금연율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공기와 물이야말로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임을 명심하자.